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주사기에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주사기에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방역당국이 4분기부터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부스터샷 접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일반 대중에게 코로나19 백신 부스터 접종이 필요하지 않다’는 논문이 발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너무 성급하게 부스터샷을 접종할 필요가 없다는 국내 전문가들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은경, “4분기부터 부스터샷에 화이자 등 활용 검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7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올해 4분기부터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에 화이자·모더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현재 전문가들과 빠르면 오는 10월부터 부스터샷 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토 대상은 국내에서 접종 완료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거나 면역력이 낮은 이들이다. 특히 면역 저하자는 접종 6개월이 경과하지 않아도 접종할 수 있다.

정부가 부스터샷 시행을 결정한 이유는, 백신을 맞고도 확진되는 '돌파 감염'이 늘고 있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2회 접종만으로 효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완전한 코로나19 종식이 어렵다고 보고 위중증 환자 위주로 관리하는 '위드 코로나' 방안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그 전제로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부스터샷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부스터샷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부스터샷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미 FDA와 WHO 연구원들, “일반 대중에게 부스터샷 필요하다는 과학적 근거 없어”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 소속 연구원들이 “일반인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접종(부스터샷)이 현재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해 이목이 집중됐다. 미국 CNBC는 FDA와 WHO 소속 일부 과학자들을 포함한 18명의 과학자들이 해외 의학전문지 '란셋(Lancet)'에 “현재 일반 대중에게 코로나19 백신 부스터 접종이 필요하지 않다”는 내용의 리뷰 논문을 게재했다고 전했다

이들 연구원 주장의 핵심은 “현재 시점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부스터샷이 필요하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고위험군이나 향후 백신 효과를 무력화할 수 있는 새로운 코로나19 변이가 출현한다면, 그 때는 부스터샷(추가접종)이 필요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면역력이 약하거나 손상된 사람들이나 효능이 낮은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에게는 부스터샷의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일반인의 경우 부스터샷 접종으로 인한 이득에 비해 심근염이나 길랭-바레 증후군 같은 불필요한 부작용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항체가 줄어도 면역체계는 기억, 코로나 감염되면 다시 면역반응 나타나

학자들의 주장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시간이 지나 항체가 줄어들어도 면역계가 이를 기억하고 있어, 향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을때 다시 면역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 부분’이다.

또한 일반인들에게 부스터샷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전 세계에 여전히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수십억명의 사람들에게 백신을 공급하는 것으로 얻는 이득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한 부분도 주목됐다.

학자들은 "현재의 증거는 심각한 코로나19에 대한 효능이 여전히 높은 일반 인구에서 부스터샷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것 같다"며 "팬데믹의 현 단계에서는 부스터를 광범위하게 배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학자들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변이와 다르게 백신 유도 면역이 더욱 약해지거나 예방 접종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변이체가 등장한다면 결국 일반 인구를 위한 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심근염 부작용은 1차보다 2차 접종 때 발생빈도 더 높아, 부스터샷 맞으면 더 위험?

이와 관련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해당 논문은 고위험군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까지 반대하는 내용은 아니다"라며 "또 그 접종 계획이라는 것이 일반 인구 집단으로 전부 확대하기엔 아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교수는 16일 C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부스터샷 접종에 필요한 2가지’를 꼽았다. [사진=CBS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정재훈 가천대학교 교수는 16일 C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부스터샷 접종에 필요한 2가지 조건’을 꼽았다. 왼쪽이 정재훈 교수. [사진=CBS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정 교수는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부스터백신을 접종하는 게 이익이 훨씬 더 클 거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고려가 되어야 되지만, 전체 인구 집단에 대해서 부스터백신 접종을 무조건적으로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근거가 확대될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라고 말했다.

“부스터샷의 효능이 미지수..새로운 변이 나오면 부스터샷 필요”

정 교수는 부스터샷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2가지 조건을 꼽았다. 첫째는 부스터샷에 주로 사용될 mRNA백신에서 생기는 심근염과 관련한 피해이다. 이 심근염은 1회 접종보다 2회 접종에서 발생빈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 접종했을 때는 빈도가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가 있으므로, 여기에 대한 해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부스터 백신을 접종했을 때 우리가 추가적으로 얻을 수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불투명하다는 부분이다. 따라서 신중하게 천천히 접근을 해야 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그 사이에 남아 있는 백신은 백신 접종을 아직 못한 국가나 못하신 분들에게 배분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건강한 경우 항체 역가가 상당기간 지속되고 이후 감소해도 몸에 기억세포가 작동할 수 있어 부스터샷이 당장 급하진 않을 수 있다"며 "내년에 새로운 변이가 또 나와서 (백신으로 형성된) 면역을 완전히 회피한다면 부스터샷이 필요하지만 지금 당장 연말부터 전부 부스터샷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중화항체 사라지지만 T세포는 다시 활성화돼

건강한 일반인의 경우 부스터샷 접종을 완전히 배재하는 것이 아니라, 좀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천 교수의 설명이다. 백신 접종을 받은 뒤 만들어진 중화항체가 시간이 지나서 사라져도, 항체를 만드는 B세포나 직접 바이러스 또는 바이러스 감염 세포와 싸우는 T세포는 나중에 바이러스가 다시 들어왔을 때 다시 활성화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천 교수는 “젊은 사람들은 돌파감염이 돼도 거의 무증상이나 경증인데 그런 경우 지금 백신도 모자를 수 있고 부작용도 일부 있는 상황에서 굳이 반복적으로 백신 접종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