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 포위망' 무력화에 총력 기울이는 시진핑
미중경쟁은 장기전, 끝내 승리하리란 암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어떤 명분으로도 내정간섭은 일체 불용할 것이라며 '선생처럼 기고만장한 설교(教師爺般頤指氣使的說教)' 역시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17일 화상으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외부 세력의 내정 간섭은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며 "선생처럼 기고만장한 설교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선생처럼 기고만장한 설교'란 표현은 지난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연설에서도 등장했다.

시 주석이 미국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신장(新疆) 소수민족과 홍콩 민주화 세력 등에 대한 중국의 인권탄압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 주석은 미중경쟁을 대단히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끝내 중국이 승리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는 해석도 내놨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중국 유명 극작가 차오위의 말인 '잠시 강하고 약한 것은 힘에 달렸지만, 천년의 승부는 이치에 달려 있다(一時强弱在於力, 千秋勝負在於理)'는 표현을 써가며 "문제를 해결할 때는 우월한 지위나 패권을 이용한 괴롭힘으로 상대를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영국, 호주와 3자 외교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는 동안 중국은 러시아와 2001년 출범시킨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이란을 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시켰다. SCO에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인도 등 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6일에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줄줄이 포진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가입도 신청했다. 미국 질서 안에서 자유무역을 미국보다 더욱 강하게 앞세움으로써 미국의 포위망을 약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미국의 앞마당이라 불리는 중남미 국가들과도 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제6차 중남미·카리브해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 화상 축사에서 "지난해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에 직면해 중국과 라틴 아메리카는 수망상조(守望相助: 지키고 살펴서 서로 도와준다)하며 전방위적인 방역 협력을 했다"며 "중국은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들에 힘닿는 데까지 도움을 제공해 하루빨리 감염병 상황을 이겨내고 경제 사회 발전을 회복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2010년에 결성된 CELAC는 미국과 캐나다를 배제한 좌파성향의 남미국가들 간 연합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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