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들아, '수박'이라는 말은 나 몰래 쓴 거냐?" "'수박'이 뭐냐?"
'수박=호남 비하' 주장에 '일베' 회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
'수박' 표현 직접 사용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캠프 측도 "'겉과 속이 다른 사람' 의미"
여당·더불어민주당의 경선 후보로 뛰고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이 같은 당 경선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호남을 비하할 목적으로 ‘일베 용어’인 ‘수박’을 사용했다고 주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를 이용하는 회원들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억지기소 후 1, 2, 3심 무죄, 비오는 김포 연설〉 제하 게시물을 올렸다. 이 지사는 해당 게시물에서 “민간 개발업체에 뇌물 받아먹고 LH 공영개발 포기시킨 건 국민의힘 정치인들. 성남시 공영개발 막으려고 발버둥친 것도 성남시 국힘 정치인들”이라며 “2010년 국힘당이 시장이었다면, 2014년 시장선거에 LH에 포기 압력 가한 신영수 국회의원이 당선되었다면, 이재명이 기득권자와 전쟁을 불사하는 강단이 없었다면 민간개발 허용으로 모든 개발이익 그들이 다 먹었을 것이다. 이젠 보수언론과 국힘, 그리고 민주당 내 인사들까지 수익 환수 덜 했다고 비난하니 기가 찰 뿐”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저에게 공영개발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이낙연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고 있는 민주당 이병훈 의원은 “최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유튜버와 네티즌 사이에서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국회의원과 지지자를 ‘수박’이라고 비하하는 끔찍한 일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며 “’수박’이란 용어는 일베라는 극우 커뮤니티에서 쓰기 시작한 호남 혐오, 호남 비하 멸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수박’은 ‘홍어’와 함께 일베 사용자들이 호남과 호남인들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단어”라며 “이 단어가 우리 당(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은 참담한 일이며, 특히 반(反)이낙연 성향을 띠는 팟캐스트나 특정 후보 지지 성향을 보이는 유튜브, 커뮤니티 등에서 사용이 목격되고있다. 호남의 아픔을 희화화하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는 보라는 듯 ‘수박’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한 것. 이 지사 캠프 측은 ‘수박’이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관용적 표현’이라며 “‘수박’과 5·18을 연관 짓는 이낙연 캠프 측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문제의 커뮤니티 ‘일베’ 회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박’은 ‘일베’ 용어”라는 취지의 주장이 나오자 ‘일베’를 이용하는 이들은 “’수박’이 뭐냐?” “오늘 처음 듣는 이야기다” “게이(게시판 이용자)들아, ‘수박’이라는 말은 나 몰래 쓴 거냐?” “’수박’이라는 용어는 일베에서 안 쓰이는데 하태경·이낙연은 왜 자기네 마음대로 ‘일베 용어’로 규정하는 거냐?” 등의 취지로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또 “‘일베’에서 ‘수박’이 5·18 광주사태 당시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광주 시민을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돼 왔다”고 전한 조선일보 기사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면서 조선일보에서 ‘수박’의 용례라고 소개한 이미지도 기사에서 소개된 것과 달리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합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일보는 ‘일베’에서 ‘수박’의 용례를 조사해 보고 ‘수박’을 ‘호남 비하’의 맥락에서 사용한 사례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매체는“’수박’은 최근 강성 친(親)문재인 지지자들이 ‘변절자’의 듯으로 사용하는 용어”라며 “겉으로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실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인사들을 빗댄 표현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 상징색이 각각 파랑과 빨강”이라고 전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