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공세적이라고? 20년 전 중국이 아니다"
"공세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중국 주장을 듣도록 노력하라"
"반중(反中) 블록은 냉전적 사고...북한 비핵화 보상에 주저하지 말아야"

CFR 대담회에 참석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파리드 자카리아 CNN 앵커. (사진=줌 화상 캡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미국에서 중국을 20여년 전의 중국이 아니라면서 노골적으로 옹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이 최우선 전략으로 대중 견제를 앞세워 동맹 관계 재편성에 나서는 일련의 움직임을 겨냥이라도 한듯 "반중(反中) 블록은 냉전적 사고"라고 일갈했다. 중국과 똑같은 표현을 구사해가며 미국에서 중국 역성을 든 셈이다.

유엔 총회 기간 미국 뉴욕을 방문한 정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회에서 진행자인 파리드 자카리아 CNN 앵커가 최근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공세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하자 "경제적으로 더욱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며 "20년 전 중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미국에서 중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흔히 사용하는 '공세적'(assertive)이란 표현 자체도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 있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 공세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들은 국제사회의 다른 멤버들에게 중국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고, 우리는 중국이 주장하고 싶어하는 것을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행자인 자카리아 앵커가 호주 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이 공세적 외교를 펼치고 있는데 한국은 호주와 다른 상황이냐"고 묻자 정 장관은 "다른 국가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자카리아 앵커가 태평양의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를 '반(反)중국' 블록으로 설명하자 "그건 냉전시대 사고방식"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한편 정 장관은 "북한이 실제 핵무기를 포기하리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보상을 제안하는 데 소심할 필요가 없다"며 북한 비핵화 보상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도발이 최근 잇달아 계속 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역사적 관점에서 사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과 맺은 9·19 군사합의를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소개했다.

정 장관의 이 같은 언사를 접한 국민들과 일부 외교학 전공자들은 "전문을 보고 싶다.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중국에 굴종적일 필요가 있는 나라인가? 아주 부적절하다", "정말 정신이 나갔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대단히 분노해야 하는 사안이다. 21세기 이완용이 여기에 있다"는 등의 격앙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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