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시내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시내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영국과 백신 교환(스와프)을 통해 화이자 백신 100만 회분을 들여온다. 베트남에는 10월 중 비슷한 양의 백신을 무상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이 해외에 백신을 직접 지원하는 첫 사례인데, 당국은 국내 접종에 차질이 없는 선에서 백신을 공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접종 완료율이 40%를 갓 넘은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한 80% 접종 완료율이 되기에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무시한 지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영국으로부터 받은 100만회분은 그대로 베트남에 주는 형국이어서, 비난이 거세다. “우리도 아직 부족한데, 남 생각할 때가 아니다”라는 비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즉흥적으로 결정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만큼 국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결정이다.

영국에서 100만회분 지원받고 베트남에 100만회분 무상 지원한다는 문재인 정부

지난 22일 범정부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영국 정부와 백신 상호 공여 약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TF는 “영국 정부로부터 화이자 백신 100만 회분을 공급받고, 12월 중 분할해 반환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공급 일정은 현재 협의 중인데,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9월 25일부터 순차적 도입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뉴욕 주유엔대표부 양자회담장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뉴욕 주유엔대표부 양자회담장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국 정부는 그간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대응 등 국제사회의 각종 현안에 있어 협력해 왔으며 8월 말부터 백신 상호 공여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20일(현지시각) 한-영 정상회담을 비롯한 주요 외교 행사를 계기로 상호 공여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강화하고 조속한 약정 체결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나라는 이스라엘·루마니아와 백신 교환을 했고 미국에서 얀센 백신을 기부받은 바 있다. 영국과의 스와프는 이스라엘 때처럼 백신 대 백신의 형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루마니아와는 백신 대신 의료기기와 맞바꾸는 형식이었다.

방역당국은 이 백신으로 미접종자와 50대 연령층, 18~49세 2차 접종 등에 쓸 예정으로 알려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1차 접종률은 70%를 넘겼지만, 2차 접종률은 40%대에 불과하다. 현재 18~49세 접종이 진행중이지만, 불안정한 백신 수급 때문에 화이자·모더나 백신 모두 접종 간격이 6주로 늘어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과의 백슨 스와프는 접종 완료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백신도입 TF는 “화이자 백신 100만 회분이 도입됨에 따라 10월 말 전 국민 70% 2차 접종의 안정적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도 백신이 안정적으로 국내에 도입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베트남에 백신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소 100만 회분 정도로, 영국에서 받는 양에 해당하는 백신을 베트남에 주는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21일(현지시간)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해 알려졌다.

문 대통령 한‧베트남 정상회담서 북한과의 대화재개 위한 베트남 역할론 강조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베트남 FTA 발효 6년을 맞아 양국 경제 협력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고, 2023년 교역액 1000억 달러 목표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아울러 “한국 기업들이 바이오·의약품, 인프라, 금융 분야에서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고 있는데,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베트남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안보리 이사국이자 한-아세안 대화조정국인 베트남의 지속적인 관심과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에서는 “경제는 핑계이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교두보쯤으로 여기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심지어 ‘북한에 백신을 공여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문 대통령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백신지원 의사 재차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다시금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언급함으로써, 북한에 코로나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다시금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언급함으로써, 북한에 코로나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 말미에서 북한에 백신을 지원할 의사를 간접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고 언급하면서 “북한이 ‘국제사회가 한국과 함께 북한에게 끊임없이 협력의 손길을 내밀어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추진’과 함께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 같은 지역 플랫폼에서 남북한이 함께할 때 감염병과 자연재해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코로나19 등 보건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제안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출범시키는 역내 국가 간 첫 실무 화상회의에서 “북한의 참여는 북한은 물론 모든 인접국의 공중보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한의 참여를 거듭 촉구한 바 있다. 북한이 참여하기만 하면, 백신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다시금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언급함으로써, 북한에 코로나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베트남에 100만회분의 백신을 무상 지원하는 계획 발표를 통해, 북한의 요구를 이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공급하는 코백스를 통하지 않고, 직접 백신을 해외 국가에 무상 지원하는 건 처음이다. 1차 접종률이 70%를 넘겼지만, 여전히 완료율이 낮은 상황에서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내달이면 전 국민의 70%가 접종을 끝내며 백신 수급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길 것으로 예측한 데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의료계 분위기, “백신 수급 불투명해 정부의 베트남 백신 지원은 다소 성급”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결정에 대해 다소 ‘성급한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해서는 최소 80%의 접종 완료율을 전제 조건으로 거론한 바 있다. 80%는 11월에나 달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통령이 포용과 인류애를 강조해왔다는 측면에서 이해가 되고 그렇게 보면 오히려 늦은 것 같기도 하다”면서도 “우리나라는 백신 선구매가 늦었고 그간 백신이 부족해 이스라엘, 루마니아와 스와프를 했고 영국과도 하는 상황이다. 아직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는데 베트남에 백신을 지원하는 것이 맞는지 양면적인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런 결정을 한 데는 외교·경제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브리핑에서 “베트남에는 15만6000명의 재외국민이 거주하고 있고, 우리 기업이 9000여개 진출해 있다. 신남방 정책의 핵심 협력 국가”라며 “(베트남에서는) 9월 중순 기준 1만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베트남쪽에서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백신 지원을 요청한 상황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차관은 “국내 접종에 충분히 활용하고 여유가 있는 물량을 공여 백신으로 활용할 예정으로 100만회분 이상을 논의중”이라며 “우리나라 백신 접종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최대한 활용한 후 공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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