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외교안보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윤 전 총장은 ‘김 부대변인의 논평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외교안보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후 윤 전 총장은 ‘부대변인의 논평이 게시되는 과정에 대해서 몰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지원금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그 과정에서 캠프 내 관계자들끼리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은 물론, 논평을 비판하는 평론가의 말에 휘둘리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게다가 캠프 공보실 관계자의 고압적인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무엇보다도 윤 전 총장 역시 이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데서, 캠프 조직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석열 캠프 김인규 부대변인 지난 21일 문준용에 대한 혈세 지원의 문제점 지적

지난 21일 윤석열 캠프 김인규 부대변인은 '문준용씨에 또 공공 지원금! 지원이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계속되는 이유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김 부대변인은 "미디어아트 작가 문준용씨가 지난해 강원도 양구군청이 지원하는 미술관 사업에 본인 작품을 전시하며 지자체 예산 7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문준용씨가 미디어 아트계에 세계적인 예술인이 맞다면, 도대체 왜 국민의 혈세로만 지원받는 것이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고 하는데 그가 외국에서 평가받을 만한 어떤 실적이라도 있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문씨가 지난 2년 반동안 공공예산으로 지원받은 액수는 총 2억184만원이라는 것이 김 부대변인의 주장이다. 특히 코로나로 전시할 기회가 사라져 수입이 거의 없는 예술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지적했다. 예술인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금으로 고작 몇 백만을 손에 쥐는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문씨를 저격했다.

김 부대변인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지만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된다"며 "문씨에 대한 지자체ㆍ기관 등의 지원 과정에서 '대통령의 아들'이란 점이 작동했는지 국민은 궁금해 할 것이다. 문씨에 대한 이런 지원이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이뤄지고 있으니 수상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미술관은 공공기관이라 세금으로 작품 산다“는 문준용의 반박에 진중권도 가세해

김 부대변인의 논평에 문준용씨는 적극 반박했다. 문씨는 “제가 받았다는 지원금은 미술관이 전시를 위해 제 작품을 구매한 비용”이라며 “원래 (미술관) 모든 작품은 세금으로 산다. 미술관이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공공 예산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작품 설명하는 문준용 작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작품 설명하는 문준용 작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캠프 김 부대변인의 논평은 일각의 비판을 초래했다. 특히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캠프가 이런 거나 물고 늘어지고 있다"며 "심심한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화 예술에 대한 이해가 일천하고 천박하다. 캠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캠프는 하루 만에 논평 철회...윤석열, “문씨 지원금과 관련해 특별한 의견 없어”

진 전 교수의 지적으로 논란이 일자, 윤석열 캠프는 22일 해당 논평을 재빠르게 철회했다. 윤석열 캠프 공보실은 입장 자료에서 "21일 문준용씨에 관한 김인규 부대변인의 논평은 캠프의 공식 입장과 이견이 있어 철회됐음을 알려드린다"며 "비록 대통령 아들의 지원금 수령에 관한 비판적 여론이 있더라도, 해당 논평으로 문화 예술인 지원에 관한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가 심화되어선 안 된다는 캠프의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삭제된 논평을 인용해 캠프의 입장이 대변되는 일이 없도록 양해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2일 오후 국민의힘 당사에서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한 직후 기자들의 '문준용씨 논평 철회'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황스러워했다. 윤 전 총장은 "제가 부대변인의 논평이 게시되는 과정을 몰랐다"며 "그런 것까지 일일이 후보가 다 스크린(검토)하지 않는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선거 조직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정말 관심을 가질 만한 중요하고 큰 이슈에 대해 논평을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답을 내놓았다.

이어 "이게 강원도에 있는 어느 박물관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게 정부 박물관입니까 아니면 민간 박물관입니까. 그 부분은 정확히 모르겠다"며 "그것이 적절한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남들이 비판한다고 해서 우리 캠프가 다 달려들어 비판하는 건 좀 잘 판단해서 했으면 하는게 제 바람"이라고 사실상 본인의 의견과 다른 논평이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문씨의 지원금과 관련해 "특별한 의견은 없다"고 했다.

논평을 철회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캠프가 보여준 태도는 매우 부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윤석열 캠프에는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가장 많은 인력이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변인과 부대변인이 여러 명이다 보니, 그들이 작성해서 나가는 논평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통일이 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캠프의 입장에서 문준용씨 관련 논평이 나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론의 비판으로 논란이 일자 철회했을 가능성도 있다. 중심을 잡고 걸러주는 시스템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논평을 철회하는 입장문에서 "삭제된 논평을 인용해 캠프의 입장이 대변되는 일이 없도록 양해 부탁드린다"는 부분도 비판을 받았다. 한번 게시된 논평은 캠프의 것이 아니라, 이미 국민의 것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이미 삭제된 논평을 인용하지 말라’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지적을 받고 있다.

다수 국민여론은 문준용 지원에 부정적인데 진중권 한 마디에 논평 철회?

게다가 상당수의 국민이 문준용씨에게 지급된 부적절한 지원금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마당에, 진중권 전 교수의 한마디에 논평을 철회했다는 점에서 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선 주자 캠프가 국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 평론가의 발언에 휘둘리는 듯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서민 교수는 ‘나는 천박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비판했다. [사진=서민 교수 페이스북 캡처]
서민 교수는 ‘나는 천박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비판했다. [사진=서민 교수 페이스북 캡처]

지난 22일 진 전 교수와 ‘조국 흑서’를 함께 집필한 서민 단국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난 그냥 천박하련다”라는 말로, 진 전 교수와 윤석열 캠프를 동시에 저격했다. 서 교수는 ‘나는 천박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대통령 아들이란 자가 2년간 2억 가까운 돈을 벌고도 코로나로 전시를 못해서 피해를 봤다며 또 14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단다”라며 “이걸 부당하다고 말하는 게 천박한 거라면 난 그냥 천박하련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적 예술가가 왜 국민세금만 싹쓸이 하는지’ ‘세계적 기생충 학자한텐 지원금 안주냐’ 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윤석열 캠프가 좀더 정돈된 모습으로 논평에 일관성을 유지하며, 국민 곁으로 한층 더 다가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