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본 '20대 청춘들이 이재명에게 반감을 보이는 이유'

더불어민주당 대권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20대 지지율이 경쟁 후보들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이 지사의 사이다 화법이 20대에게 통할 것 같은데,현실은 정반대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셈이다.왜 그럴까.

인터넷 매체 데일리안 의뢰로 여론조사공정㈜이 지난 17부터 18일까지 이틀 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의 20대 지지율은 14.1%로 조사됐다.(응답률 3.4%·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 데일리안 2021년 9월21일자 기사 〈[데일리안 오늘뉴스 종합] 국민 과반, 이재명 ‘대장동 의혹’에 “특혜 의심”…윤석열 28.1%·이재명 24.4%·이낙연 14.7%·홍준표 14.5%〉 참조)

이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20대 지지율 32.8%에 크게 뒤쳐지는 수치다. 20대 그룹에서 지지율 17.4%를 기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지지율 20.3%를 기록한 이낙연 전 민주당대표 보다도 낮은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동(同)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적합도에서는 이 지사가 지지율 31.8%로, 이 전 대표의 지지율 25.6%보다 앞선 것을 고려한다면, 이 지사의 20대 지지기반이 특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20대 유권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전반적 경향을 살펴보고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봄으로써, 이 지사가 20대 유권자 그룹에서 낮은 지지도를 보이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나름 분석해 봤다.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논란

황교익 씨는 자칭 ‘맛 칼럼니스트’로서 여러 의견을 표출하며 온라인 상에서 꾸준히 화제의 인물로써 거론돼 왔다. 특히, “떡볶이는 불량식품”, “뚱뚱한 아저씨가 설탕을 퍼 넣는다” 등의 발언은 20대 커뮤니티에서 강한 비판의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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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디시인사이드)

황 씨는 노골적으로 친(親)이재명 성향을 드러냈는데, 이 지사가 황 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한 것이 적절했는지와 관련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이 지사는 황 씨를 “적격자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 관계자는, 황 씨가 소위 ‘맛 기행(紀行)’을 많이 다녀 관광공사 사장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해당 논란은 결국 황 씨가 자진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 사건은, 이보다 먼저 있은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정규직 전환 사태’ 및 ‘박성민 1급 청년비서관 채용 논란’ 등과 엮이며, 20대로 하여 다시금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한창일 당시 어느 네티즌은 “진짜로 문재인 민주당 정권 되고 보통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 성실한 노력이 헛되이 되는 세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20대가 정의한 ‘공정’(公正)이라는 기준에서 이 지사의 행보가 크게 벗어나 있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

이 지사는 ‘일 잘한다’, ‘불도저 같다’ 등의 이미지를 앞세워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려 왔다. 리얼미터가 지난 8월 공표한 ‘7월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직무수행 평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지사는 60%의 긍정평가를 기록하며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에서 4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이번 ‘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은 이 지사의 ‘일 잘한다’는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관련 보도 이후, 20대 커뮤니티에서는 ‘대장동’ 논란과 관련한 게시물이 많이 게재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어느 이용자는 관련 논란을 정리하면서, 조국 전 장관이 과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알았으면 공범이고, 몰랐으면 무능이다”고 적은 게시물의 캡처 화면을 첨부해 작금의 상황을 풍자하기도 했다.

(출처=디시인사이드)
(출처=디시인사이드)

이 지사가 ‘대장동’ 논란에 대응한 내용도 20대 커뮤니티 내에서 화제가 됐다. 이번 의혹 내지 논란과 관련해 이 지사는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명명하는가 하면, “수사는 받겠지만, 특검은 정치 음해”라는 식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 지사의 이같은 대응 방식은 20대 유권자층에서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홍준표 의원의 ‘솔직함’과 대비되며, ‘말 돌리기’, ‘회피전략’ 등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디시인사이드’를 이용하고 있는 어느 네티즌은 이 지사의 ‘국민의힘 게이트’ 발언 이후, “며칠 전엔 자신의 최대 치적이라고 하더니, 이젠 야당 게이트라고 부르는 게 웃기다”고 반응했다. ‘디시인사이드’, ‘에프엠코리아’, 그리고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를 분석한 결과, 이 지사의 앞 뒤 맞지 않는 해명이 있은 후 그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힘을 얻고 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수 욕설’ 논란

여러 20대 커뮤니티에서 이 지사는 ‘찢재명’으로 통한다.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과 관련해, 문제의 발언 중 ‘찢는다’라는 표현을 가져와 이 지사의 이름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 지사를 조롱하려는 목적으로 네티즌들이 이 지사에게 붙인 별명이다.

‘형수 욕설 논란’에 대해 이 지사는 지난 7월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으나, 이 지사를 향한 네티즌들의 비판과 조롱은 멈추지 않고 있다.

또 윤석열 전 총장이 최근 모(某) 예능 방송 출연 이후 본인의 SNS에 ‘찢었다’라는 자막이 사용된 부분의 캡처 화면을 업로드하며 이 지사를 간접 비판한 데 대해 2030세대 유권자들이 큰 호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이 지사 개인의 도덕성 관련한 20대의 문제 의식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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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YTN, 윤석열 전 검찰총장 트위터)

◇‘기본 시리즈’에 대한 피로감

이 지사가 공약으로 내놓은 ‘기본 시리즈’에 대한 반감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유권자들은 ‘복지 정책’으로 포장된 공약들이 결국 ‘내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채 모(26) 군은 “최저 임금이 급격하게 오른 후, 일하던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잘렸다. 다른 곳에서는 근무 시간이 줄어들었다. 대학 등록금 마련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알바자리를 다시 구할 수 없어 몇 달을 전전긍긍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 경험을 통해 너무 달콤한 말만 하는 정치인들을 경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캡처=유튜브 채널 ‘더민:정책마켓’)

마찬가지로 대학생 주 모(25) 군은 이 지사의 복지 공약들에 관해 “우리 세대는 (정치인들이) 복지라고 내놓는 것들이 전부 미래의 세금인 걸 잘 알고 있다. (주택복지안 등은) 돈 몇 푼 주면서 집 살 생각 버리고 평생 임대주택 살라는 소리로 밖에 안 들린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이 지사에 대한 20대 유권자들의 낮은 지지율에 이재명 캠프 측은 여러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일 ‘전자발찌 훼손 및 여성 살해’ 사건이 벌어지자 곧바로 감독 인력 증원 공약안을 내놓는가 하면, 2030세대를 대상으로 한 영상에서 이 지사 스스로 “(나는) ‘꼰대’이고 성질 좀 있다”고 인정하는 등 소위 ‘셀프디스’(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행위를 말함)로 표심 공략에 나선 것도 모두 그 일환이다.

2030세대 유권자가 ‘실리’에 따라 투표하는 ‘스윙보터’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 지사의 향후 행보가 20대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재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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