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석이었던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이사장에 강규형 전 KBS 이사(명지대 교수)를 내정했다. 이와 동시에 손은경 CJ제일제당 부사장이 서울시향 대표로 함께 내정됐다. 서울시 2명, 서울시향 이사회 2명, 서울시의회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되는 임원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쳐 서울시장이 임명하는 것으로 현재 신원조회 등 막바지 검증 작업이 진행되는 중이다. 이들은 내달 1일 임명장을 받고 공식 업무에 들어간다.

강 전 이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KBS 이사직 사퇴 압박을 받았고 2017년 12월 문 대통령에 의해 해임됐다. 졸지에 여권 이사에서 야권 이사가 된 강 전 이사만 제거하면 이사회는 친정권 인사 주도로 재편 가능하기에 각계로부터 위법부당하다는 지적을 숱하게 받고도 강행한 것이었다. 민노총 산하의 언론노조와 대립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10개가 넘는 줄소송까지 감당해야 했던 강 전 이사는 해임 건의안을 재가한 문 대통령을 상대로도 소송을 진행했고 지난 10일에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 전 이사의 이 같은 전력을 의식한 듯 "강 전 이사를 시향 이사장에 내정한 것은 역량을 감안한 것일뿐 본인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전 이사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 KBS 교향악단 운영위원,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집행위원, 구미국제음악제 자문위원 등을 지냈고 활발한 음악평론 및 음악강의를 해왔다. 월간조선에 '강규형의 클래식 음악이야기'를 정기연재하기도 했다. 연세대 사학과를 나온 강 전 이사는 인디애나 대학과 오하이오 대학에서 각각 역사학 석박사를 마친 뒤 명지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시향 대표이사로 취임할 손은경 부사장은 서울대 외교학과와 미국 스탠포드 대학원 정치학 석사를 마쳤으며 P&G코리아와 한국존슨 등 외국계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로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2006년 GS칼텍스로 옮겼고, 이듬해 상무로 승진하며 GS그룹 첫 여성임원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2017년에는 CJ제일제당으로 스카웃돼 한식 브랜드 '비비고'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정착시켰다.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CJ 내 첫 여성 부사장이 됐다.

강 전 이사는 27일 펜앤드마이크에 "서울시장의 영향력 밖에 인사들로 채워진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최종 2배수에 올라 오세훈 시장이 낙점했다고 들었다"며 "클래식음악계에서 종횡무진 활동한지 30년 가량 됐다. KBS 이사에서 해임된 후로는 간신히 교수직 지키며 소송전 벌이느라 다른 곳을 볼 새도 없었는데 음악계로 돌아와 정말 기쁘고 서울시향을 환골탈태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사장과 대표이사, 그리고 선임이사 5명에 노동이사 1명을 이번에 새로 임명한다. 이사 가운데서 김도영 변호사(김앤장 소속)는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으며 최근까지 KBS 교향악단 이사로 활약하기도 한 클래식음악계의 저명인사다. 권태명 삼정KPMG 고문과 김선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사무국장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사장과 대표 임기는 3년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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