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아들 장용준씨 문제에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국민캠프의 종합상황실장에서도 물러날 뜻을 표했지만, 윤 전 총장이 반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이같은 조치에 “국민들의 감정에 공감할 줄 모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 안 만들었다는 윤 전 총장의 ‘상식 부족’

윤 전 총장은 이미 한 차례 국민 감정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 2차 토론회에서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만들지 않았다”는 말 때문이다.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만들어야 하는 국민들의 심정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캠프에서는 “30대 중반에 고시에 패스했고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기 때문에, 집을 청약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국민들의 감정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24일 방송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윤 전 총장과 본인을 비교해 달라는 김어준의 질문에 “윤석열 전 총장은 좀 투박하다. 평생 검사만 해서 그런지 약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에 비하면 나는 좀 섬세하다”고 자평했다. 약자에 대한 이해를 ‘국민에 대한 이해’로 바꾸면, 윤석열 전 총장의 그런 행동과 발언에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다.

장 의원은 아들의 무면허 음주운전 및 경찰관 폭행혐의에 대해 8일 만에 입장표명

장 의원은 지난 26일 "아들 용준이는 성인으로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어떤 처벌도 달게 받아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들인 래퍼 용준(21·예명 노엘)씨가 지난 18일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음주 측정을 요구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된 사건이 발생한 지 8일 만의 입장 표명이었다.

처음에는 침묵했던 장 의원이 입을 연 것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용준씨에 대해 즉각 구속해야 한다는 시위와 함께, 장 의원 사퇴까지 촉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 의원은 윤석열 국민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만큼, 국민캠프에도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장 의원의 아들 용준씨가 지난 18일 무면허 운전과 경찰관 폭행 등으로 현행범으로 체포되고도, 불구속 수사를 받자 '정치인 자녀 특혜'라는 공분이 일었다. 특히 진보성향의 대학생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은 25일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국민 참여 긴급행동 릴레이 1인 시위를 열고, 장씨의 구속 수사와 장 의원 사퇴를 촉구했다. 대진연은 “(장씨는) 운전자 바꿔치기, 민간인 폭행, 이제는 무면허 음주운전에 경찰관 폭행까지 했다”면서 "(장씨가) 구속되지 않는 것은 불공정한 부모 찬스”라고 주장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 인근에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아들인 래퍼 장용준(노엘)씨에 대한 구속을 촉구하며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 인근에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아들인 래퍼 장용준(노엘)씨에 대한 구속을 촉구하며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한 대학생은 “장 의원은 ‘자녀와 관련한 구설’이 있는 자는 공직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장 의원이야말로 자식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진보성향의 대학생 단체가 벌이는 시위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안은 ‘불공정’에 민감한 20대들을 자극했다는 점에서, 진보 보수 없이 젊은 세대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 아들 용준은 이미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상태...‘아빠 찬스’ 논란 가열

용준씨가 각종 범죄·일탈 행위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용준씨는 2019년 9월 음주운전을 하다가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장씨는 사고 직후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해, 음주운전뿐만 아니라 범인도피교사 혐의로도 기소됐다. 또 지난 4월에는 부산 거리에서 행인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따라서 집행유예 기간에도 장씨가 일탈을 거듭하는 배경에는 아버지인 장 의원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장 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청원글을 통해 "(장씨가) 반성하지 않는 자신감이 장제원 국회의원직의 권력에서 기인됐다면 그 권력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7일 현재 이미 12만명 이상의 인원이 청원에 동의한 상황이다. 그만큼 ‘불공정’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높다는 것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장제원 의원의 국회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12만명 이상이 동의를 한 상태이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장제원 의원의 국회의원직 박탈을 원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12만명 이상이 동의를 한 상태이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장 의원은 이번 여론을 의식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의 종합상황실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들 용준씨는 지난 2017년 래퍼 경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과거 SNS에 남겼던 글이 논란을 빚어, 래퍼 경연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바 있다. 당시 아들의 논란에 바른정당 소속이었던 장제원 의원은 대변인과 부산시장 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지난 26일 장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 문제로) 참담한 심정이며, 용준이는 어떤 처벌도 달게 받아야 할 것"이라며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영향력도 결코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잦은 범죄와 의혹에도 인신 구속을 피했던 것 자체가 이미 ‘국회의원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는 국민들이 대다수이다.

장 의원의 캠프 실장직 사퇴 반려한 윤 전 총장, 리스크 방치 우려

그러자 이번에는 장 의원의 사표를 반려한 윤 전 총장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성인 아들의 개인적 일탈로 캠프직을 내려놓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장제원 의원의 아들 사건에 대해 "성인 아들의 개인적 일탈로 캠프직을 내려놓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장제원 의원의 아들 사건에 대해 "성인 아들의 개인적 일탈로 캠프직을 내려놓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29세인 이모씨는 “장용준씨가 수차례 범죄 이력을 가진 상황은 결코 개인적 일탈이 아니다. 윤석열 총장 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아버지의 든든한 빽이 없었다면 결코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이다. 따라서 장제원 의원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윤석열 캠프 내외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캠프 인사들 사이에선 윤 전 총장이 ‘장제원 리스크’를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1차 경선 후보 컷오프에서 간신히 1위를 한 건 결코 좋은 성적이 아닌데, 이대로 가도 괜찮을 것이라 판단하는 건 안일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만큼 윤 전 총장이 국민의 정서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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