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 매각명령을 처음으로 내리면서 한일관계가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일본은 그간 자국 기업의 자산 매각을 한일관계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민사28단독 김용찬 부장판사는 강제노역 피해자인 양금덕(92) 할머니와 김성주(92) 할머니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매각) 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국내에서 법원이 일본 기업 자산 매각 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각 대상은 상표권 2건(양금덕 할머니)과 특허권 2건(김성주 할머니)으로 매각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액수는 1명당 2억970만원 상당(이자·지연손해금 포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쓰비시 측은 옛 정신대원의 청구권 문제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돼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11월 미쓰비시중공업이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들을 강제노역시켰다며 피해자와 유족들에 1인당 1억∼1억5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미쓰비시 측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배상 책임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에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을 압류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이 압류명령에 불복해 올해 초 항고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대법원에 재항고했지만, 대법원도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자산압류 조치가 정당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에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이 자산압류 조치에 불복해 낸 재항고를 한국대법원이 기각한 것에 대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현금화에 이르면 한일 관계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게 되므로 피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그간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다. 지난해 한국이 개최할 차례였던 한중일 정상회의도 이로 인해 올해까지도 열리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정상회의 조건으로 한국 정부의 '현금화 방지 약속'을 요구했으나 이번 판결로 관계가 더 악화될 전망이다. 한편 일본은 차기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다음 달 29일 실시된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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