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미 관리들 “북한의 궁극적 목적은 한미동맹 이간질...추가적 목표는 북한이 ‘적대시 정책’이라고 부르는 한미연합훈련 종료와 미군철수 얻어내는 것”
“북한은 文대통령의 임기 전 남북관계 진전시키려는 욕망 이용해...종전선언 합의해주는 대가로 양보 얻어내려”

미 국무부(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28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하면서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북한은 전날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을 새로 개발해 처음으로 시험발사했다고 발표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미사일방어망(MD)을 무력화할 ‘차세대 게임 체인저’ 무기로 꼽힌다.

잘리나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북한이 27일 발사한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분석했느냐’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피한 채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포터 부대변인은 “이번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또한 북한의 이웃나라와 국제사회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적 접근에 전념하고 있다”며 “북한이 대화에 관여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전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해 ‘말이 아닌 행동을 보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같은 답변을 반복하며 외교적 해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포터 부대변인은 김 대사가 미국에 한미군사훈련과 전략무기 투입을 영구적으로 중지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발표할 게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북한이 유화적 담화를 내놓은 뒤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앞으로 있을 대미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위기상황을 만든 뒤 상대방이 양보하면 외교적 관여를 제안하는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 수법이라는 지적이다.

로버트 매닝 전 국무부 선임자문관은 28일 VOA에 “북한의 행태는 정치적인 수법”이라며 “북한의 유엔 대표가 유엔 총회에서 미국에 적대시 정책과 군사훈련을 비난하며 변화를 요구한 바로 그 시점에 미사일이 발사된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작은 ‘위기’를 만들어 바이든 행정부에 자신들이 원하는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설명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대북 협상에 관여했던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도 북한의 움직임은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제재 해제 등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 아래 미국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VOA는 전했다. 루지에로 국장은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으로 관여를 원하면서 그에 대한 조건을 내걸고 있고, 그 조건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과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의 철수”라며 “북한이 앞으로 내걸 세 번째 조건은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에서처럼 핵무기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거의 모든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이것은 김정은이 사용한 각본이자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사용한 각본”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도 VOA에 “북한은 지금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 남북관계의 진전을 바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욕망을 이용하고 있다”며 “북한은 종전선언을 하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패트릭 부차관보는 “역설적이게도 문재인은 북한이 종전선언을 원한다고 생각하며 이에 대해 말했지만 북한은 한국이 종전선언을 원하고 있으며, 이에 합의해주는 대가로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고 지적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북한이 엇갈린 신호를 동시에 내보내는 것은 북한을 오랫동안 지켜본 이들에게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라며 이번에도 똑같은 술수를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의 목적은 똑같다”며 “그들의 목적은 미국과 한국 사이를 갈라놓는 것이며 추가적 목표는 북한이 ‘적대시 정책’이라고 부르는 것, 즉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꽤 분명하게 말한 것처럼, 한미연합훈련을 종료하고 미군을 철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에 북한의 메시지는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면 협상에 나설 수 있고 종전선언에 대해 논의할 수 있지만, 미국이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계속해서 시험발사를 통해 군사적 역량을 강화해나갈 것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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