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내내 지긋지긋한 '갈라치기' 정치 경험
이재명, 수십년전 경험 떠올리며 "남녀 관계도 일종의 계급이다"
니편 내편 갈라치기, 지역 갈라치기, 세대 간 갈라치기 그리고 청춘 남녀 갈라치기!
좌파정부 집권하고서 2030세대 남녀갈등은 역대 최고
형수에 대한 욕설과, 모 여배우와의 스캔들 의혹...남녀를 정말 '계급'으로 보긴 하나보다
"양성평등으로 새롭게 시작하자" 구호 외쳐야 할 때

또 시작된 남녀 갈라치기

문재인 정부 내내 지긋지긋한 갈라치기 정치를 경험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판에서 또다시 남녀 갈라치기가 일어나고 있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2030세대를 향한 입에 발린 구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놀라운 발언을 한 대선 주자가 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 경기지사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경기도청 회의실에서 진행한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릴 적 가족이 밥을 먹을 때 아버지는 개다리소반에, 형제들은 그보다 낮은 상에서 밥을 먹는데, 어머니는 그릇을 바닥에 두거나 부엌에서 서서 밥을 드셨다. 그땐 뭐가 잘못된 줄도 몰랐다. 대학에 가서야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5.18 민주화 운동을 접하고 계급, 공정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녀 관계도 일종의 계급이다.”

자신의 수십 년 전 어린 시절의 개인적인 가정환경에 빗대어 남녀 관계를 계급투쟁으로 규정한다는 것도 옳지 않거니와 계급투쟁이라니! 극좌파 정치에서나 나올 법한 선언을 정권재창출을 노리는 여당 대선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

게다가 이 지사가 어린 시절을 회상한 연령대는 50년 전은 족히 되었을 법한 이야기다. 그때 그 시절 국민의 절대 다수가 가난했고, 형제는 5~6명이 보통이었다. 대식구가 한 끼 밥을 먹으려면 밥상조차 부족하고 주부들에게 삼시세끼 차리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 시절은 어느 집 할 것 없이 비슷한 풍경이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의 사례를 들어 2021년을 살아가는 2030세대에게, 그것도 극심한 남녀갈등 아니 남녀 간의 장벽이 자꾸만 높아가는 현실에 계급 문제까지 거론하며 갈라치기를 하였다.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의 인식이 이렇다면 2022년 이후에도 2030세대의 남녀갈등 해소는 요원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국민들은 갈라치기로 고통 받았다. 내편 아니면 모두 적으로 상정해서 갈라치기, 지역 갈라치기, 세대 간 갈라치기 그리고 청춘 남녀 갈라치기다. 그리하여 우리사회에 보이지 않는 여러 장벽은 자꾸만 쌓여간다.

계급투쟁이란 곧 무한 투쟁이다. 토머스 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과 다름없다. 또한 마르크스. 엥겔스 《공산당선언》의 서두에 나오는 “이제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를 연상시킨다. 요컨대 계급대립은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의 대립이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는 인물이 계급대립을 언급하는 자체만으로 얼마나 위험천만한가.

2030세대 여성을 향한 손짓? 진짜로 남녀 계급투쟁하자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 들어 2030세대 남녀갈등은 역대 최고다. 일찍이 젊은 남녀가 이토록 갈라져서 대립한 적이 있었던가. 이는 분명히 비극이다. 인생의 가장 빛나는 황금기를 누리며 건강한 남녀 관계로 발전해야 할 청춘들이 아닌가. 남녀분단과도 같은 현상 의 중심에 지난 수 년 간 우리 사회를 뒤흔든 페미니즘 운동이 있음을 부인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페미니즘 연대기에 있어 남녀를 하나의 계급 구도로 규정한 시기는 있었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 서구의 급진 페미니즘이 전성기를 누릴 때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도 하나의 계급”이라 주장했다. 남성 권력을 가부장제 사회구조의 이데올로기로 규정했던 것이다.

이 시기는 신진 페미니스트 단체 출현, 급진적 좌파, 마르크스주의 정치단체가 급증한 때였다. 마르크스주의 분석 틀에 기초한 사회주의 페미니즘과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유형이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며 등장하였다. 이 두 유형은 사회주의 혁명만이 유일한 방법이며 여성은 억압받는 존재라 주장하며 계급투쟁을 외쳤다. 하지만 래디컬 페미니즘이 주류가 되며 가부장제 타파 담론, 낙태할 권리, 가족제도와 결혼제도에 대한 반대와 동성애 권리운동 등이 부각되며 앞서 말한 사회주의 성향의 페미니즘 유형은 퇴조하였다. 하지만 남성은 억압자, 여성은 억압받는 자 구도가 페미니즘의 동력임은 명확하다.

이렇듯 페미니즘은 반세기 전 유물이다. 구시대 사회운동, 정치적 실천운동인 페미니즘이 대한민국 역사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에 황금기를 누리는 것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필자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페미니즘 운동이 일어나려면 빨리 일어날 것이지, 그랬다면 이미 지나간 운동이었을 게 아닌가.” 너무나 좋지 않은 시기에 급격히 벌어진 페미니즘 운동이 우리 사회를 대립과 갈등으로 몰아갔다.

정부 여당의 열렬 지지층은 2030세대 여성들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도 이를 너무나 잘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남녀 관계도 일종의 계급이다”는 말을 하며 여성층을 향해 손짓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이 후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는가? 대중들이 다 알게 된 자신의 형수에 대한 욕설과, 모 여배우와의 스캔들 의혹 과정에서 했던 말들을 보면 여성에 대한 존중, 예의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니, 어쩌면 이 후보야말로 진정으로 “남녀 관계도 일종의 계급이다”라는 인식의 속내를 드러낸 것인지도 모른다.

이 후보 캠프 사람 중 눈에 띄는 두 여성 국회의원이 있다. 각각 여성단체 출신과 여성문제 연구로 평생을 여성인권운동에 투신한 남인순, 권인숙 의원이 중책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의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같은 당 여성 의원으로서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그동안 이 후보가 여성을 대하는 언행을 감안하면 의아한 점도 사실이다. 또한 이 후보의 여성 관련 정책 발표나 대외 발언에 대해 두 여성 의원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와중에 남녀 관계를 계급 문제로 여기는 이 후보의 발언은 급진 페미니스트나 할 법한 소리다.

게다가 이 후보 측은 다른 후보들보다 빠르게 지난 8월 16일에 여성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필자는 이 후보의 여성 공약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이 현재 시행 중인 정책이었다. 예컨대 젠더폭력 방지 대책으로 내놓은 △경기도 디지털성범죄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 모델의 전국 확대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폐지△직장 내 성차별·성희롱 피해 구제 등이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만 하더라도 여가부 예산으로 디지털 성범죄 지역 특화 상담소 10개소를 지정·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 대한 접수, 상담, 삭제지원 및 유포 현황 모니터링, 수사. 법률·의료 연계 지원을 원스톱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 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도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 38개에 달하는 해바라기 센터, 전국 16개 시. 도에 설치되어 있는 여성긴급전화 1366도 성범죄피해 지원 기관이다. 그리고 여성공약으로 내건 스토킹처벌법도 오는 10월 21일부터 시행되는 법이다.

또 한 가지, 이 후보의 공약 중 ‘여성 청소년 기본 생리용품 보편지원’은 올해 3월에 모든 여성 청소년으로 확대하여 지원하는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내년 4월부터 전면 시행하게 된다. 현재는 여성 청소년(11~18세)중 저소득층에게만 무상 지원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 정책은 더 이상 만들 공약이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시행되고 있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오히려 남성들 입장에서는 역차별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여가부 폐지론이 비등한 이유도 여가부의 예산이 공정하게 운영. 집행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 사회의 남녀갈등문제는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의 “남녀 관계도 일종의 계급이다”는 발언은 갈등 양상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2022년 모든 대선 후보들이 남녀갈등을 멈추고 ‘양성평등으로 새롭게 시작하자’라는 구호를 외쳐야 할 때다.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작가,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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