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삼 칼럼] 대통령이 되고 싶으신가? 미신·무속·명당을 점령하라!
[김용삼 칼럼] 대통령이 되고 싶으신가? 미신·무속·명당을 점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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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유권자들은 21세기 첨단 문명사회에 살면서도 아직도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는 굳은 믿음이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때문에 대선 주자들의 무지몽매한 미신 짝사랑, 풍수도참 행위를 질타,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국의 대통령쯤 되려면 부모 뼈다귀 정도는 명당 길지에 묻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풍토다. 정치인과 언론은 그런 민심을 따르고 있는 셈이니 누가 누굴 탓하겠는가.

#. 화천대유(火天大有) 용어 출처는 『주역(周易)』

대선 시즌이란다. 후보들이랍시고 나와서 떠드는 폼이 영락없는 피라미, 송사리, 올챙이 급들이다. 지지율 1위를 질주한다는 여당 유력주자는 자신이 ‘포퓰리스트’임을 오래전에 커밍아웃한 바 있다. 여배우와의 스캔들, 가족과의 통화에서 등장하는 필설로 형용하기 힘든 난삽한 대화 내용이야 개인의 사생활이니 그렇다 치자.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화천대유 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진 작태는 삽질의 마왕들이 벌인 ‘부패 스캔들의 끝판왕’으로 기록될 것 같다. 개발이니 뭐니 떠드는 곳이 잠시 들춰지자 온갖 부정부패와 불법·탈법, 정관(政官)유착, 정법(政法) 유착, 권언(權言)유착의 악취가 진동한다. 알고 보니 화천대유 관계자들에게 성남 일대는 일확천금의 땅, 이른바 미다스의 손 아니었던가. 비록 그 말로가 마법의 ‘판도라 상자’로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대선 유력 후보와 가까웠던 관계자들이 펼치는 막장 드라마는 조폭 영화나 스릴러물 드라마보다 훨씬 긴박감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성실하게 병역·납세의 의무 이행하며 살아온 유권자들의 합리적 이성의 눈으로 볼 때 이 사건은 잡놈들 세계에서조차 상상을 초월하는 이권 뜯어먹기 스케일이 거의 명불허전 수준이다.

이처럼 거대한 스캔들이 하필이면 집권여당의 대선 유력주자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에 민관 합동 방식으로 기획·입안되어 인허가가 나고 사업이 시행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은 대선 후보 검증 차원뿐만 아니라, 법치 수호 차원에서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놓치지 말아야 할 주제가 또 하나 있다. 이름조차 희한한 화천대유(火天大有), 천화동인(天火同人) 등등 『주역』에 등장하는 점괘를 법인 이름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동양철학에 혼을 빼앗긴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주역』은 신줏단지나 다름없는 보물로 보일 것이다.

화천대유 사건이 폭발하면서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후보 이재명이 위기에 몰렸다.
화천대유 사건이 폭발하면서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후보 이재명이 위기에 몰렸다.

문명 개화론자 입장에서 보면 『주역』이란 공자가 극히 진중하게 여겨 받들고, 주희(朱熹)가 ‘역경(易經)’이라 이름하여 숭상한 이래 오경의 으뜸으로 손꼽혀온 경전이다. 다시 말하면 주자성리학의 끝판왕이란 뜻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주자성리학 시대에나 등장할 법한 용어로 법인 이름을 작명하고, 그 이름으로 법을 농락하며 온갖 분탕질을 자행했을까?

#. 정치공학과 무속통치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보면, 내년 3월 대선은 역대 대선 중 가장 손쉽게 보수우파 진영의 승리로 귀결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문재인 정권의 참혹한 나라 거덜 내기의 진면목을 생체실험하듯 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기 국민은 적대시하고, 주적인 김정은 정권을 옥황상제 모시듯 떠받들며 국가를 무장해제 하는 모습을 감상한 유권자들 아닌가.

게다가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가 거의 인간 말종 수준임이 속속 밝혀지면서 선거 결과는 이미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런데, 너무나 강력 변수가 등장했다. 야권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후보는 무속통치의 신세계를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것으로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쓰고 다녀야 대선에 성공한다는 말을 후보에게 속삭인 사람은 누구이며, 글씨를 써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런 말을 듣고 그것을 실천에 옮긴 후보는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만한 정상적인 멘탈상태일까?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쓰고 다닌 사실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윤석열 후보.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쓰고 다닌 사실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윤석열 후보.

사실 무당·역술가의 점괘에 의지하여 미신통치를 자행한 주인공은 고종이었다. 고종이 무당에게 놀아나는 모습을 구한말 선각자 윤치호는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몇 해 전 무당들이 환궁해서 득세할 때 상감(고종)께서 무당 앞에 엎드린 것을 보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무당들은 저세상의 영혼들과 중계자로 행세했는데, 영혼들은 무당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왕과 왕비께 전하곤 했다. 예로 어느 날 저녁 무당이 마른 참나무 가지를 왕의 머리 위에 흔들면서 춤을 추다가 “나는 태조대왕이다. 네가 왕위에 오르게 된 것은 누구 덕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태조의 영혼이 무당에게 들어온 것이다.

그러자 상감마마는 그 무당이 실제로 그의 조상인 양 엎드려 큰절하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상궁에게 명하여 선왕께서 원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물론 무당은 태조의 이름으로 제사를 드리고 제물을 제공하라고 명하였는데, 많은 양의 돈과 비단을 주라는 것이었다. 안타까운 일은 폐하께서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에 아직 흠뻑 빠져 계신다는 점이다.>(국사편찬위원회 편, 『윤치호일기』, 제5권, 1898년 5월 6일, 156~157쪽).

#. 대원군과 김대중의 성공사례

이쯤 되면 대체 누굴 지지해야 위기에 처한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단 말인가. 유권자들은 일종의 패닉, 아노미 상태에 빠져 있다.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분들은 울분·한탄으로 날을 지새울 수밖에 없는 암울한 시대 풍경이 펼쳐진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 이 나라 정치판엔 풍수도참이 맹위를 떨치고 있지 않은가. 왕기(王氣) 어린 명당 길지에 부모 시신을 모신 인재가 백마 타고 나타나 기울어가는 나라의 기운이 펄펄 살아 날뛰도록 만들어줄 것이 분명하니 걱정 붙들어 매시기 바란다.

구한말의 풍운아 흥선군 이하응은 용하다는 지관으로부터 충남 예산군 덕산면 가야산 자락의 가야사라는 절이 2대에 걸쳐 왕손이 나올 명당 길지라는 고급 첩보를 입수한다. 권력의 끈이 떨어져 불운한 나날을 지새우던 희대의 위인은 절을 불태우고 그 자리에 자기 아버지 뼈를 갖다 묻었다. 그렇게 조성된 묘가 남연군 묘다.

그 후 아들 고종이 왕위에 올랐고, 자신은 대원군에 임명되어 천하 대권을 잡았다. 고종의 아들 순종이 대를 이어 대한제국 황제에 올랐으니 지관의 예언은 실현된 셈이다. 그렇게 왕위에 오른 자식들이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들의 말로는 나라를 일본에 통째로 넘기는 매국 조약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

전설따라 삼천리나 다름없는 미신·무속·풍수도참을 한국 대선판에 끌어드려 화려하게 꽃피운 주인공은 김대중이다. 그는 대선에서 내리 세 번 낙선하자 비장의 카드를 뽑아 들었다. 김대중은 용하다는 소문이 시중에 자자했던 지관(地官)의 코치를 받아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묻었던 부친 김운식과 포천 천주교공원묘지에 모신 모친 어머니 장수금을 경기도 용인으로 이장했다.

김대중 부모 묘터를 잡아준 지관은 “육관 선생”으로 불리던 손석우였다. 그는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오는 천선하강형(天仙下降形) 명당”을 김대중에게 소개했다. 부모 묘 이장 후 김대중은 33년간 살았던 동교동을 떠나 “큰 인물을 만드는 명당”으로 소문 난 일산 햇살로 95번길 34-12로 옮겼다. 풍수 약발이 제대로 먹혔는지 네 번째 도전에서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대중은 대선에서 내리 세 번 낙선한 후 지관의 도움을 받아 부모 묘를 명당 길지로 소문난 곳으로 옮겼다.
김대중은 대선에서 내리 세 번 낙선한 후 지관의 도움을 받아 부모 묘를 명당 길지로 소문난 곳으로 옮겼다.

#. 대권 후보들, 왕기 찾아 삼만리

대권 4수 끝에 당선된 김대중의 성공사례는 이 땅의 풍수 업계에 대운을 몰고 왔다. 이후 이 나라 정계에 부모 뼈다귀 명당 길지에 모시기 열풍이 불어닥친 것이다. 대통령 선거라는 일생일대의 승부처에서 왕기 서린 묏자리 찾는 데 돈 아낄 후보가 어디 있겠는가.

김종필은 2001년 부모 묘를 왕기 풍성한 곳으로 소문 난 예산군 신양면 하천리로 옮겼고, 한화갑도 같은 해 부모 묘를 목포 하당에서 예산으로 이장했다. 2002년 이회창은 묘를 예산군 산성리에서 신양면 녹문리로 옮겼다. 녹문리 문중 산은 김종필이 부모 묘를 이장하면서 ‘왕기 서린 명당’으로 화제를 낳았던 신양면 하천리에서 3㎞ 떨어진 곳이다. 이인제도 같은 해 모친 묘를 선영 내에서 200m 떨어진 건너편 산으로 이장했고, 정동영은 2007년 순창의 부모 묘를 새롭게 단장했다.

대권 도전의 꿈을 키운 정치인들은 용하다는 지관 앞에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리며 “왕기 찾아 삼천리” 고행길을 마다하지 않고 ‘이장(移葬)의 정치학’을 몸소 실천했다. 가히 미신통치의 끝판왕 고종의 후예다운 발상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으되, 김대중 빼고 ‘대권’이라는 정치적 이유로 부모 뼈다귀를 명당 길지에 파묻은 인간들 모두 뜻을 이루지 못했다.

#. 이낙연 후보의 부모 묘 이장 사연

집권여당 후보 2위를 달리는 이낙연이 부모 묘를 이장했다 하여 한동안 시끌벅적했다. 그가 동아일보 기자 시절이던 1991년 전남 영광의 동생 소유의 밭에 부친 묘를 조성했다. 2018년에는 모친 묘를 바로 옆에 조성했다. 2001년 장사법 시행 이후 조성한 어머니의 묘소는 매장 신고 대상인데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그 결과 농지법·장사법 위반으로 과태료 100만 원이 부과되었고, 6개월 안에 묘소를 이전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하여 법성면의 가족 부지에 부모의 묘소를 이장했다고 한다.

29년 전 동생 소유 밭에 부친 묘를 쓴 덕에 국회의원 되고, 국무총리까지 오르고, 대통령 후보까지 올랐다고 소문이 자자했니 부모 묘 이장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 풍수에 죽고 사는 한국인들

일제 시대부터 왜놈들이 조선에서 인물이 나지 못하도록 전국의 명당 길지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괴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무식하고 용감했던 김영삼 정부는 광복 50주년을 맞은 1995년, 전설따라 삼천리나 다름없는 소문을 근거로 전국에서 쇠말뚝 제거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진행했다.

전국의 공무원과 군부대 지뢰탐지기까지 동원하는 난리굿판을 벌인 끝에 제거된 쇠말뚝은 총 18개. 필자가 쇠말뚝 제거 현장을 찾아가 취재해보니 일제가 박은 쇠말뚝으로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었고, 모두가 해방 후 한국인이 박은 것이었다. 군부대 통신 안테나 지지를 위해서, 산판의 나무를 산 아래로 내리기 위해서, 동네 주민들 뱃줄 묶어두기 위해서….

이런 가짜 쇠말뚝을 “일제 풍수 침략의 만행”으로 거짓 증명해준 사람은 전문학자나 해당 분야 기술자·엔지니어가 아니라, 동네의 용하다고 소문난 역술가·지관·무당·박수들이었다. 정부는 역술가들에게 일제가 박은 쇠말뚝이 맞는지 검증을 요구했고, 지관이나 역술가들은 믿거나 말거나 식의 점괘를 근거로 “왜놈들의 만행이 분명하다”라고 입증해 주었다.

쇠말뚝의 진위 여부를 과학적·객관적·학문적 전문가가 아닌, 역술가들의 점괘에 의해 결정한 사실을 필자가 취재하여 『월간조선』에 폭로하자 정부는 독립기념관에 “일제 풍수 침략의 증거물”로 전시하고 있던 쇠말뚝을 슬그머니 치웠다. 이 내용을 일본 산케이신문이 보도하여 일본에서 대서특필되었다.

필자가 월간조선 기자 재직 시절 김영삼 정부가 제거한 일제 쇠말뚝이 모두 가짜였음을 폭로한 기사.
필자가 월간조선 기자 재직 시절 김영삼 정부가 제거한 일제 쇠말뚝이 모두 가짜였음을 폭로한 기사.

불행하게도 한국인들의 인식 속에 자리잡은 일제 풍수침략용 쇠말뚝은 사실이 아니었다. 쇠말뚝 제거작업을 벌인 민간단체인 ‘우리를 생각하는 모임’ 측의 증언에 의하면 쇠말뚝 제보를 받고 가서 확인해보면 90% 이상이 토지조사를 위해 산 정상에 설치한 측량기점(대삼각점, 소삼각점)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시 말하면, 한국인들은 일본이 토지조사를 위해 산 정상에 설치한 측량기점을 왜놈들이 조선에서 인물 나지 않도록 혈을 지르기 위해 쇠말뚝을 박은 것으로 착각했고, 그런 착각이 역사적 사실로 굳어진 것이다. 김영삼 정부는 민간인들의 착각을 정부 정책으로 채택하여 광복 50주년 역점사업으로 국민 세금을 투입하여 일제 쇠말뚝 제거사업을 벌인 것이다. 역술·미신·풍수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한국인들의 무지와 만용이 빚어낸 참극이 쇠말뚝 소동의 진실이었다.

#. 죽어서마저 ‘명당 싸움’에 바람 잘 날 없는 나라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묻힐 때도 풍수 난동이 벌어졌다. 대통령이 죽어 묻힐 자리를 정할 때도 지관이 등장하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양김(兩金)의 묘터를 정한 주인공은 황영웅 영남대 환경보건대학원(풍수지리전공) 교수다.

김영삼이 안장된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을 조성하던 중 둥근 돌덩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언론은 믿거나 말거나 하는 지관들의 말만 믿고 이 돌덩이를 “봉황알”이라고 보도하여 물의를 빚었다. 이곳을 명당 길지로 점 찍은 황영웅 교수는 “알 모양의 돌이 7개 이상 나온 것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대통령의 영혼이 밝아지는 길한 현상”이라면서 “봉황이 알을 품는다는 전설에나 있는 이야기가 실현됐으니 대단한 현상”이라고 했다.

그는 또 김영삼과 김대중 묏자리는 각각 봉황의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이며 두 사람 묘소는 봉황이 날개 안에 품고 있는 알이라고 소개했다. “양김의 묘는 우주와 지구의 좋은 기가 응축된 대명혈(大明穴)로 이곳에 안장된 사람과 후손들의 혼이 맑아져 하는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도 했다(조선일보, 2015년 12월 13일).

다른 풍수 전문가는 이런 점괘에 정반대 목소리를 냈다. 풍수학자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봉황이 알을 일곱 개 낳았다고? 그 봉황, 항문 파열로 죽는다”라고 맞받아쳤다. 한 마디로 “무식한 소리 그만하라”는 뜻이다.

이 땅의 언론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 묏자리 조성 과정에서 나온 둥근 돌덩이를 지관들의 말만 듣고 '봉황알'이라고 보도했다.
이 땅의 언론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 묏자리 조성 과정에서 나온 둥근 돌덩이를 지관들의 말만 듣고 '봉황알'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이 땅의 언론들은 황 교수의 말을 그대로 받아 “양김의 묘소는 ‘봉황의 양 날개’ 형상을 띠는 좌우명당 자리에 위치했다. 생전에 민주화 운동의 동지이자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의 모습이 ‘영면의 자리’에서도 좌우 날개로 재현된 것”이라고 보도했다(헤럴드경제, 2015년 11월 26일). 국가기간방송이라는 연합뉴스TV도 “김영삼 전 대통령 안장식… ‘봉황의 날개’서 영면”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연합뉴스, 2015년 11월 26일).

#. 무전화장(無錢火葬)이요, 유전명당(有錢明堂)이라

유교에서는 예로부터 조상 묘소 이장은 불효의 표본으로 손가락질당했지만, 까짓거 권력을 위해서라면 부모 뼈다귀쯤이야 안면에 철판 깔고 옮기고 볼 일이 되었다. 그런 행위가 중인환시리에 자행되고 있는 것은 이 나라 유권자들의 민도(民度)가 그 정도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 유권자들은 21세기 첨단 문명사회에 살면서도 아직도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는 굳은 믿음이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때문에 대선 주자들의 무지몽매한 미신 짝사랑, 풍수도참 행위를 질타,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국의 대통령쯤 되려면 부모 뼈다귀 정도는 명당 길지에 묻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풍토다. 정치인과 언론은 그런 민심을 따르고 있는 셈이니 누가 누굴 탓하겠는가.

민도가 이쯤 되는 사회이고 보면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아직도 길한 날을 잡아 이사를 해야 하고, 대권 출마 선언한 잠룡들은 만금을 주고라도 조상 뼈를 명당 길지에 묻어야 하고, 잔챙이 정치인들은 공천 위해 용한 점쟁이들 찾아가 복채를 바친다. 첨단 공장 낙성 후 돼지 대가리 앞에서 고사 지내지 않으면 불안해 한다. “사람은 죽어도 명당은 영원한 법. 명당을 차지한 자 세상을 차지할 것이다”라는 명제가 21세기 개명천지에도 강력한 영향을 발하는 나라로 전락한 것이다.

더 웃기는 일은 사회 지도층은 명당 길지에 부모 조상 뼈다귀 파묻으면서, 국민에게는 “1년에 묘지로 여의도 몇 배 면적이 사라지니 화장(火葬)이 애국”이라고 준엄하게 꾸짖는다. 누구는 조상 묘 잘 써서 30대 새파란 나이에 재벌 후계자가 되고, 누구는 부모 묏자리가 명당이라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나? 미신에 현혹되어 합리적 이성이 증발한 세태이다 보니 무전화장(無錢火葬)이요, 유전명당(有錢明堂)의 업보는 감수할 수밖에 없는 사바세계의 연옥이로구나.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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