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달 28일 개최된 MBC 100분 토론회에서 수준 높은 토론으로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달 28일 개최된 MBC 100분 토론회에서 수준 높은 토론으로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가 ‘빅4  전쟁’에서 승리했다. 국민의힘 2차 컷오프의 ‘실질적인 승자는 원희룡’ 후보라는 데 이견이 없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원 후보의 승리 요인으로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적극 대응이 꼽히고 있다. 특히 ‘1타 강사’라는 평가를 받은 원 후보의 화천대유 강의는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원 후보의 개인적인 자질 이외에도 원 후보가 실질적인 승리를 거머쥔 데는 국민의힘 내부의 전략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성 보수를 대변하는 후보 대신, 개혁보수 이미지의 원 후보가 4강에 들면 ‘수준 높은 본선 경선’이 가능해지리라는 당내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MBC 100분 토론회서 홍준표 비판 성공하며 ‘저평가 블루칩’ 탈피 조짐

원 후보는 한나라당 시절 ‘소장파’로 불리면서 3선에 성공한 중견 정치인이다. 제주도지사 재선에 성공했을 정도로 행정면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 제주 지사직 중도 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쳤지만 ‘정치 신인’ 윤 전 총장보다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상황에서도 뚝심있는 행보를 보였다.

그간 원 후보에게는 ‘저평가 블루칩’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붙어다녔다. 그간 밟아온 이력이나 정책 능력, 개인적 도덕성 등에서 흠 잡힐 것 보다는 장점으로 볼만한 부분이 많음에도 지지율에서 계속 고전해왔다.

원 후보가 6차례의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8일 개최된 MBC 100분 토론회부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원 후보는 홍준표 후보가 주장해온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와 핵 균형 등 안보개념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시 공부해 보십시오", "공부 좀 제대로 해주십시오"라고 농담 섞인 질타를 하는 등 홍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강한 눈도장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부천재’ 원희룡의 명쾌한 ‘화천대유 특강’이 유튜브에서 대박

그러다가 원 후보가 다른 후보들을 제친 결정적인 요인으로는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연루된 대장동 의혹에 대한 ‘이슈 파이팅’이 꼽힌다. 원 후보는 지난달 26일 토론회에서 유·윤 후보에게 ‘화천대유 특별팀’ 구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다른 후보들의 호응이 없자 캠프 내에 ‘화천대유 의혹규명TF’를 꾸리고 기자회견·중앙지검 항의방문 등의 행보를 보였다.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가 공개한 원 후보의 화천대유 강의 영상은 조회수 25만회를 기록했다. 이 영상을 두고 학력고사·사법고시 수석이라는 명성에 부응하는 ‘1타 강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원 후보의 원래 별명은 ‘제주도 천재’였다. 하지만 정치에 입문한 뒤로, 공부 잘하는 자질을 드러낼 기회는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장동 개발 논란이 터지면서, ‘공부 천재’의 소질을 발휘할 기회를 맞았고, 놓치지 않았다. 너무 복잡해서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장동 개발 사건을 방정식처럼 풀어낸 ‘화천대유 특강’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대박을 친 것이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장동 개발 사건을 방정식처럼 풀어낸 ‘화천대유 특강’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원희룡 후보는 '화천대유 1타 강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진=유튜브 남자훈련소 캡처]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장동 개발 사건을 방정식처럼 풀어낸 ‘화천대유 특강’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원희룡 후보는 '화천대유 1타 강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진=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 캡처]

원 후보는 13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통해 복잡한 대장동 의혹의 중요 요소 5가지를 짚어 쉽게 설명했다. 지난 4일 공개된 해당 영상은 나흘 만인 9일 오후 5시 기준 25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댓글은 “핵심 잘 파악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 잘 한다. 교수해도 되겠다. 진짜 똑똑하다”는 내용이었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과 나눈 대장동 관련 대담도 조회수 59만회를 기록했다. 그 대담에서 원 후보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점’ 논란을 패러디해 ‘대장동 몸통에 찍힌 수상한 5개의 점’을 집중 공격했다. 원희룡 캠프 관계자는 “화천대유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고 원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연락 온 사람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김과일 논설위원과의 대담 영상도 59만회를 기록하면서, 원희룡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캡처]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과의 대담 영상도 59만회를 기록하면서, 원희룡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캡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원 후보에 대한 당직자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지지가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표 결속력이 높은 당원들을 중심으로 황교안 후보를 지지하면서, 향후 경선 토론의 주요 이슈가 과거문제에 발목 잡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경선이 퇴행적인 과거에만 매달리는 이미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 만연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당직자와 보좌진을 중심으로 원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후보 개개인보다 국민의힘의 이미지를 더 생각하는 당직자들 입장에서는 '괜찮은 후보'에 표를 몰아 줘서 4강 안에 들게 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수준 높은 본선 경선'을 위해, 일종의 전략투표를 했다는 의미이다.

4강이 가려진 이후, 앞으로 7회의 권역별 방송토론회와 3회의 '1대1 맞수토론'을 포함해 총 10회의 합동토론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특히 3차례 열리는 1대1 맞수토론에서 원 후보의 활약이 기대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4명의 후보가 각각 나머지 후보들과 한 번씩 맞붙게 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희룡 캠프의 김재식 법률지원단장은 "그동안 토론회에서 8강과 4강에 들기 위한 전략을 폈다면, 본선에 나간 이상 이제 1등 전략으로 나갈 것"이라며 향후 토론회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예고했다. "그동안 '1타강사'처럼 이해와 설명에 방점을 뒀다면, 이제는 여당을 잡는 '거친 사냥꾼'으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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