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與 이재명 대장동 의혹'이 연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물밑 진행 중인 '경기도판 TBS(교통방송)'에 유투브 방송 진행자 유시민 前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존재가 점쳐지는 모양새다.

바로 이재명 대선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유시민 전 이사장을 거론한 데에 따른 것인데, 여기에다 경기도에서 통과된 '경기도 공영방송 설치 운영조례안'과도 맞물린다.

지난해 8월21일, 언론매체 등을 통해 기자는 최초로 경기도판 공영방송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다 8개월만인 지난 4월29일, 경기도의회는 '경기도 공영방송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원안가결 처리하기에 이른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여러 사실을 기반으로 유시민 전 이사장의 경기도 공영방송 취임 가능성 등을 따져봤다.

이재명 캠프 총괄특보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캠프 총괄특보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연합뉴스)

#1. 與 이재명 총괄특보 안민석 "유시민, 적극 역할 해주실 것이라 기대한다"···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선 캠프 총괄특보단장 안민석 의원은 지난 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다.

▶ 안민석 : "유시민을 포함한 우리 지지자들의 신망을 받는 셀럽(유명인)들이 나서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반감을 갖는 지지자들에 대한 호소를 적극 해주실 거라 기대하며 그런 것들이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언급한 배경은, 유시민 이사장이 지난 14일을 끝으로 3년간 몸담은 노무현재단에서 물러난다는 것. 유시민 이사장은 지난 4일 노무현재단 유투브를 통해 "오늘 방송은 노무현 재단 이사장으로서 마지막 공식행사"라고 알렸다.

그렇다면 안민석 총괄특보의 발언처럼, 유시민 이사장이 '與 이재명 텐트'에서 활동하게 될 수도 있는 '유력한 자리'는 과연 어떤 것일까.

지난 3월 폐업한 경기방송 구성원과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주도하는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는 4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형 공영방송' 설립을 촉구했다. 2020.6.4(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폐업한 경기방송 구성원과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주도하는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는 4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형 공영방송' 설립을 촉구했다. 2020.6.4(사진=연합뉴스)

#2. 경기도 공영방송 조례안 '통과'···핵심은 경기도지사의 경기방송 실권자 임명권?

바로 경기도지사로 하여금 '방송편성책임자'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지난 4월 통과됨에 따라 그 적임자는 안민석 총괄특보가 언급한 일명 '셀럽(유명인)' 중 한명이 될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문제의 그 조례안의 정체는 다음과 같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4월29일 '경기도 공영방송 설치 및 운영 조례안(1869)'을 원안의결 통과시켰다. 다음은 해당 조례안의 주요 내용이다.

해당 조례안 제4조에 따르면, 도지사의 책무(방송접근권)가 명시돼 있으며 제6조(방송편성)에서는 도지사로 하여금 '방송편성책임자'를 임명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방송편성책임자는 제7조에 따라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게 된다. 방송편성규약이란, 방송의 종류·내용·분량·시각·순서를 정하는 일련의 규정을 뜻한다.

심지어 해당 조례안에서는 도지사로 하여금 방송광고를 할 수 있게끔 명시됐는데, 광고 단가를 도지사가 따로 정하고 광고주 모집업무를 광고대행사에 위탁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제8조). 방송 협찬 역시 도지사가 협찬고지 대가를 따로 정할 수 있으며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수익 및 제휴사업도 가능토록 정했다.

해당 조례 제16조에서는 도지사가 비영리법인 및 단체 등에도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그런데, 이같은 내용의 '경기도 공영방송'을 실제 구현할 수 있는 외부 조건도 맞물려 있다.

2019년 1월10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는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사진=KTV)
2019년 1월10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는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사진=KTV)

#3. 舊 경기방송 방송중단 사태 명분 삼아 '경기도 공영방송 조례안' 올린 경기도의회

바로 지난해 3월30일 '자진 폐업'한 '경기방송'이라는 지역방송사의 주파수(99.9MHz)를 통해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舊 경기방송'으로부터 해당 주파수를 자진 반납받는 초유의 사태가 터진 것.

경기방송 자진 폐업의 뒷배경에는 정치적 배경이 있었다는 해당 방송사 소속 기자의 발언과도 무관치 않다.

경기방송 소속 김예령 前 기자가 2019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를 향해 "경제 기조를 바꾸지 않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느냐"고 물었는데, 김 전 기자는 폐업을 앞둔 지난해 2월 "대통령에 대한 제 질문이 결국 경기방송의 재허가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라고 알려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 '경기도 공영방송 설치 및 운영 조례안(1869)'에서 폐업한 바로 그 지역방송사의 존재가 직접적으로 명시됐다. 해당 조례안의 제정이유에 따르면 '舊경기방송 방송중단에 따라 침해된 경기지역 전문 방송에 대한 도민의 청취권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공영방송 운영을 통한 지역문화공동체 형성을 도모하고자 한다'라는 것.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썸네일.(사진=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썸네일.(사진=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4. 경기도의회 "편향성 논란 있는 TBS를 반면교사 삼아 더욱 발전해야"···압도적 찬성

경기도가 추진하는 공영방송 설치의 대표적 유사사례는 서울교통방송(TBS, tbs)다. tbs는 교통방송전문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경기도의회는 해당 조례안의 심사보고서를 통해 '도지사가 임명한다는 점에서 완전한 경영상의 독립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라는 점을 지적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인 tbs를 언급한 경기도의회 심사보고서는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예'라고 밝히면서도, 'tbs 교통방송 운영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는 해당 조례안 제4조를 통해 교통방송 전문이 아니라 '종합편성보도'를 명시했는데, 예능까지 편성할 수 있어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게다가 경기도의회가 원안가결한 이 조례안은, 당시 재석 의원 107명에 찬성 98명·반대 4명·기권 5명으로 처리됐다. 10일 기준으로 경기도의회 정당 현황은 더불어민주당 132명·국민의힘6명·정의당2명·민생당1명·무소속1명으로, 민주당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처리된 셈.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사진=연합뉴스)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사진=연합뉴스)

#5. 이리저리 말바꾼 유시민 겨냥한 與 이재명 특보 안민석···미디어재단 노린다?

해당 조례안에 따르면 방송 내용을 편성조정할 수 있는 '방송편성책임자'를 경기도지사가 임명할 수 있게끔 했는데, 노무현재단 이사장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데다 안민석 총괄특보가 공개거론한 유시민 이사장의 이름이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그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유시민 이사장의 생각은 어떠할까. 우선 유시민 이사장은 지난 3월31일 한 서적업체 유튜브에 나와 '무조건 신념을 잘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환갑 지날 때까지 (그 생각을)갖고 가면 일관성이 아니라 벽창호"라고 답했다.

지난 2004년 11월3일 중앙대학교 강연에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었던 유시민 이사장의 "20대와 60·70대는 뇌세포가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라던 그의 과거 망언을 뒤집는 발언이다. 그래서 '유시민 정계복귀설'로 통하며 정치권을 흔들었고, 이는 곧 '대선 역할론'으로도 이어졌다.

결국,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유시민 이사장의 다음 행보는 '제2의 김어준'이 될 것이냐는 것. 경기도가 추진하려는 가칭 '경기미디어재단'의 실권자격인 방송편성책임자를 경기도지사가 임명할 수 있는 만큼 안민석 총괄특보의 요청에 그가 응할지가 관건인 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알릴레오 유튜브 캡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알릴레오 유튜브 캡처)

#6. 방송통신위원회, 지난 8월6일부터 99.9MHz 신규사업 선정 공모 작업 '착수'

지난 8월6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경기방송이 폐업하면서 자진 반납한 주파수 99.9MHz에 대해 신규사업자 선정을 위한 행보에 나선 상태다.

서울 한국방송회관에서는 이날 '경기지역 신규 라디오사업자 선정,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과연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유시민 이사장은 어떤 결론에 이를까.

'친형 강제입원' 등 3가지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북부청사에서 열린 경기북부 발전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2018.11.23(사진=연합뉴스)
'친형 강제입원' 등 3가지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북부청사에서 열린 경기북부 발전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2018.11.23(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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