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지도부-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상견례’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당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지도부-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상견례’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당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0.29%라는 턱걸이 지지율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대선 정국의 블랙홀로 자리잡은 대장동 의혹을 말끔히 떨쳐내야 함은 물론, 당초 큰 고심거리가 아니었던 경기도 지사 사퇴도 새로운 난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쉽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하리라는 관측이다.

이 후보 앞에 던져진 이낙연 전 대표의 ‘경선 불복’은 오히려 큰 부담이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이낙연 전 대표는 ‘내 사전에 불복이란 단어는 없다. 선대위원장도 맡겠다’고 늘 공언했다”며 “이 전 대표가 당 전체를 위해 결단하고 승복할 것이라고 본다”고 단언했다. 

이낙연의 경선 불복 가능성은 희박해

전날 송 대표는 대선 경선 결과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이의신청에 나선 것과 관련해 "우리 당은 이재명 후보를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 발표했고, 제가 추천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 후보와 대전현충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이 헌법에 따라 운영되는 것처럼 대한민국 집권여당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운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선을 중도 사퇴한 '무효표 주인공'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 역시 "원칙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이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전 대표의 경선 불복 논란은 큰 힘을 얻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1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가 ‘내 사전에 불복이란 단어는 없다. 선대위원장도 맡겠다’고 늘 공언했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1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가 ‘내 사전에 불복이란 단어는 없다. 선대위원장도 맡겠다’고 늘 공언했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따라서 이 후보 앞에 놓인 걸림돌로는 3가지가 거론된다. 대장동 의혹, 경기 지사직 사퇴 시점, 문재인 대통령과의 거리두기가 그것이다.

① 대장동 의혹에도 ‘당심 지지’는 확인했지만 ‘싸늘해진 민심’에 봉착

대장동 의혹 리스크가 이 지사에게 심각한 위기를 던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심’은 지지했지만 ‘민심’은 등을 돌리고 있다. 국민·일반당원이 참여한 3차 선거인단 투표(24만8,880명 투표)에서 이 후보의 득표율은 28.30%에 그쳤다.

그에 반해 이 전 대표는 62.37%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이 전 대표가 대장동 의혹에 휘말린 이 후보를 '불안한 후보'라고 비판해온 주장에 민심이 동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서울 지역의 당원투표에서 이 후보는 51.45%의 지지율을 획득, 이 전 대표의 36.50%를 크게 앞질렀다. 실제 일반 국민들의 의사가 다수 반영된 3차 선거인단의 지지율과 큰 차이를 보인 것은 당심과 민심 간 괴리가 선명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장동 의혹을 바라보는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국민들의 분노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본선에서는 보다 세밀한 대응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초강경 노선을 지속할 경우, 본선 리스크가 더 커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되는 발언이다.

이 후보는 그간 당 안팎의 의혹 제기에 '초강경 노선'으로 일관했다.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과 보수언론에게 '마귀', '도둑'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대장동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사업"이라며 오히려 "칭찬받아야 할 성과"라고 반격했다. 하지만 턱걸이로 본선 티켓을 거머쥐면서, 이제는 '전략 수정'을 만지작거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지난 10일 마무리됐지만, 이낙연 전 대표 측은 무효표 처리 문제를 제기하며 당에 공식 이의신청서를 냈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지난 10일 마무리됐지만, 이낙연 전 대표 측은 무효표 처리 문제를 제기하며 당에 공식 이의신청서를 냈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② 국감에서 만신창이 될 가능성 높아...경기도 지사 금주 중 사퇴 카드 만지작

3차 선거인단의 지지율을 통해 대장동 의혹에 대한 민심의 분노 게이지를 확인한 이 후보 입장에서는 경기도 지사 사퇴 시점에 대한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 후보는 ‘개인적으로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18일(행정안전위원회)과 20일(국토교통위원회)로 예정된 경기도 국정감사에 참석할 경우 야권의 ‘대장동 집중 포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정치적으로 만신창이가 될 확률이 높다.

지난 11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국회에서 진행된 이재명 후보와 당지도부의 면담 모두발언에서 이 후보에게 "하루 속히 경기도지사직을 정리하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사직 신분으로 대선 선거 운동을 참여할 경우 제약이 크다는 점에서, 대선 후보로 더 집중해야 한다는 민주당 내부의 의견이 전달된 것으로 풀이된다.

면담이 끝난 후, 이 후보는 지사직 사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고민해 보겠다. 경기지사로서의 책임도 있고, 여당 후보로서의 책임도 있어서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데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지사직 사퇴 시점은 12월 9일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사직을 유지한 채 국감에 나설 경우 불필요한 정치 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사퇴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가 국정감사에 참석할 경우, 여당 대선후보가 사상 최초로 국정감사장에 피국감 기관장으로 참석한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 후보가 국감 전에 사퇴 의사를 밝힐 경우, 사퇴 시점은 이번주 이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럴 경우 오는 18일과 20일 경기도 대상 국감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국감 전에 지사직을 사퇴할 경우 대장동 의혹을 피해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명 캠프의 박주민 총괄본부장은 이 지사의 본선 후보 확정 직후 지사직 사퇴설에 대해 "그런 논의는 전혀 안 한다"며 "국정감사에 정상적으로, 예정된 계획대로 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③ 대장동 의혹 검경수사 본격화로 문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어려워져...‘눈치보기’ 불가피

이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최종 지지율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최종 후보가 되었다면, 이 후보는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반문 노선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50.29%라는 턱걸이 지지율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거리두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제 거리두기는커녕, 문재인 대통령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검찰 수사가 이 후보에게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장동 의혹 검찰 수사에서 이 후보의 연관성이 밝혀지거나 연루 상황이 드러나게 된다면 '이재명 책임론'은 물론, '이재명 사퇴론'까지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에 직접 연관돼 있지 않더라도 의혹 자체가 부동산 민심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대선 국면에 미치는 폭발성이 크다”면서 “검찰 수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이 후보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과의 거리두기가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양준서 객원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