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겪는 사업장들이 장기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못해 근로자들이 최악의 경우 노후에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4대 사회보험 통합징수기관인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이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민연금 보험료 누적 체납 사업장은 49만곳, 체납액은 2조3천43억원에 달했다.

체납 사업장 규모별로는 직원 수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 42만8천곳으로 전체의 87.3%를 차지했다. 체납액도 1조6천64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10인 미만 사업장은 4만4천곳(체납액 3천268억원), 10인 이상 사업장은 1만9천곳(체납액 3천126억원)이었다.

13개월 이상의 장기 체납 사업장도 대폭 늘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장기 체납 사업장은 8만4천곳이었는데, 올 7월 기준 10만5천곳까지 증가했다. 이 기간 체납액도 1조498억원에서 1조3천719억원으로 3천221억원(30.7%) 늘었다.

연도별 장기 체납 사업장과 체납액 누적 현황을 보면, 2017년 8만4천곳(1조498억원), 2018년 9만3천곳(1조1천423억원), 2019년 9만5천곳(1조1천744억원), 2020년 10만4천곳(1조3천220억원), 2021년 7월 기준 10만5천곳(1조3천719억원) 등이다.

특히 코로나19가 강타한 지난해 장기 체납 사업장의 증가 폭(9천곳 증가)이 전년도인 2019년의 증가 폭(2천곳 증가)보다 5배 가까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체납하면 근로자들은 노후에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사업자가 연금보험료를 체납하면 4대 사회보험 통합징수기관인 건강보험공단이 이를 해당 사업장 근로자에게 통보하고, 체납통지를 받은 근로자는 보험료 체납 기간만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서 통째로 빠진다.

근로자 처지에서는 본인 부담의 절반(50%) 연금보험료를 월급에서 원천적으로 떼어서 냈는데도 회사가 보험료의 납부 의무를 다하지 않아 체납 기간만큼이 자신의 연금 가입 기간에서 날아가 버리는 셈이다.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짊어져야 하는 지역가입자와는 달리 직장 가입자는 보험료의 절반은 본인이, 나머지 절반은 사업자가 부담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자구책이 있긴 하지만, 경제적 손해는 피할 수 없다.

사업장의 보험료 체납 사실을 통지받은 근로자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상실하지 않고 유지하려면 따로 자신의 돈으로 체납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때에도 현재는 체납 기간에 근로자 자신 몫의 절반 체납보험료만 개별적으로 낼 수 있기에 전체 체납 기간의 절반만 가입 기간으로 인정받을 뿐이다. 사업자가 부담의 절반 체납보험료는 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2년간 연금보험료를 체납한 회사에 다닌 근로자가 나중에 본인 몫의 절반 보험료를 개별 납부하면 1년의 가입 기간만 인정받는 식이다.

2019년 말까지는 근로자가 스스로 체납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 기간도 5년으로 제한돼 있었다.

그렇다 보니 이런 한정된 납부 기간을 깜빡하고 놓쳐버리는 바람에 근로자 스스로 구제하려 해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보건복지부는 체납 보험료 개별납부 기한을 '5년'에서 현재 '10년'으로 연장했다. 즉 체납보험료를 낼 수 있는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2배로 늘린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한발 더 나아가 취약계층의 가입 기간을 늘리고 연금 수급권을 보호하고자 오는 12월부터는 현재 '10년'으로 제한된 체납 보험료 납부기한을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또 체납 사업장 근로자가 본인 몫의 절반 보험료만 아니라 사용자가 내지 않은 나머지 절반의 보험료도 자신의 돈으로 낼 수 있게 허용하기로 했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지속해서 축소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업장 가입자의 체납 기간이 길어지면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120개월)을 채우지 못해 국민연금 수급권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최소 가입 기간 10년을 넘겨 수급권을 얻더라도 보험료 납부 기간이 줄어들어 노후에 받을 연금액이 낮아질 수 있다.

이종성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고 사업주 체납액에 대해서는 국가가 대납 후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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