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공산당이 금융감독기관과 국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대규모 감찰에 들어가면서 대대적인 '정풍 운동'을 예고했다. 이에 일각에선 향후 대규모 정치적 숙청으로 이어지는 등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중앙(CC)TV는 13일 인터넷판을 통해 "(중국 공산당 감찰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인민은행, 은행보험감독관리위윈회(은보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를 비롯한 25개 금융감독 기관 및 국유 금융기관의 당 조직을 대상으로 '상시 감찰'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민은행은 중국의 중앙은행이며 은보감회와 증감위는 우리나라 금융위원회의 역할을 하는 핵심 금융감독기관이다.

보도에 따르면 기율검사위는 이번 감찰이 '당 중앙'의 승인을 받아 진행되는 것이라고 밝혀 시진핑 국가 주석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임을 시사했다.

기율검사위 조사팀은 우선 증감회, 국가개발은행, 농업발전은행, 둥팡(東方)자산관리, 신다자산관리에서 상주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CCTV는 전했다.

증감회 조사에 투입된 '6순시조' 조장인 왕영쥔은 "주요 책임자와 지도 그룹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해 중국의 3대 금융감독기관 수장인 이강 인민은행장, 궈수칭 은보감회 주석(장관급) 겸 인민은행 당 서기, 이후이만 증감회 주석(장관급)까지 이번 조사의 범위에 포함돼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금융기관과 민간 기업 간 관계를 면밀히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면서 이번 조사가 국유 은행, 투자 펀드, 금융감독당국 등이 민간 기업과 과도하게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인 350조원의 부채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와 세계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업체인 디디추싱, 알리페이 운영사인 앤트그룹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대대적인 조사는 중국 공산당이 작년 11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공개 '도발 사건'을 계기로 국가가 강력히 주도하는 새 경제 질서의 판을 짜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중국 당국의 규제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이후 돌연 자취를 감췄고, 이후 당국은 알리바바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단속에 나섰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이 이번 조사를 통해 막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부에 공연히 도전한 알리바바, 외국 대주주들의 이익을 앞세워 국가 안보 우려를 무시하고 미국 상장을 강행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과도한 차입 경영으로 금융 불안 사태를 일으킨 헝다 등과 '결탁'한 '뒷배'를 철저히 색출해내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에서는 이미 올해 들어 '부역자' 색출 흐름이 뚜렷해졌다.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시는 2만여명에 걸친 시 간부 전원을 대상으로 알리바바와 유착 관계 여부 조사를 받았다.

이에 WSJ은 이번 조사가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의 기점이 될 내년 가을 열리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경제 체제를 서구식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광범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강도높은 '부역자' 색출 과정에서 중국의 민영 경제 부문이 더욱 위축되고 중국의 좌경화 흐름이 더욱 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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