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실시된 한국전력의 국정감사에서 정승일 한전 사장은 탈원전이 시작되는 2025년부터는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공식 인정했다.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정 사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 탈원전 정책과 방만 경영이 적자와 부채의 원인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잇따른 지적에 ‘원유가격 등 발전 원가 미반영’을 적자 원인으로 돌렸다.

한전 사장이 탈원전 이후 전기요금 상승을 처음으로 시인

전기요금 인상이 '탈원전 청구서'로 여겨진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정 사장은 "원전 설비용량은 2025년까지 계속 늘어난다"며 "현재의 요금 인상은 연료비 급등이 원인이지, 원전 감축과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은 2025년 이후부터 나타나며, 벌써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 한국수력원자력이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에게 제출한 ‘신재생 투자계획 및 중장기 재무관리 전망’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한수원의 원전 투자금은 현재의 27% 수준인 4092억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반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투자 비중은 7078억원 까지 늘어 신재생 투자금 비중이 원전 투자금을 역전한다. 그러는 와중에 부채는 계속 늘어 2025년에는 지난해보다 2조8940억원 늘어난 145.3%까지 부채비율이 증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전 사장이 원전에 대한 투자 비중이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투자 비중의 절반 정도까지 축소되는 2025년부터는 전기요금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지난 7월, 46일간의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발전을 재개한 월성 원자력 발전소 3호기(가압중수로형 70만㎾급). [사진=월성원자력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7월, 46일간의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발전을 재개한 월성 원자력 발전소 3호기(가압중수로형 70만㎾급). [사진=월성원자력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전 감축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률은 10.9%, 탄소중립 비용 추계는 어려워”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지낸 정 사장은 "2030년이 되면 원전을 줄이는 데 따른 전기요금 인상률이 10.9%가 될 것이라고 차관 시절 말씀드린 바 있다"면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요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마땅히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변동 요인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기술적 진보 속도 등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 탄소중립 목표 달성 비용을 추계하기는 아직 어렵다"면서도 "비용 증가 일정분을 세대 간에 어떻게 공평하게 분담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하며, 정부의 계획이 확정되면 충분히 고민해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 생산이 원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급격하게 옮겨가면서 늘어나는 ‘비용 증가분을 각 가정에 분담시키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한전 적자 누적은 ‘연료비 연동제’ 미작동으로 돌려

한전의 적자 요인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정 사장은 ‘연료비 연동제’ 미작동에 책임을 돌렸다. 연료비 인상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지난 상반기에 한전은 2,000억 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의 고질적인 영업적자 원인이 무엇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의 질의에 정 사장은 "적정원가와 적정보수를 보장하도록 한 공공요금 산정 원칙이 있다"면서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는 전력 생산에 필요한 원가를 제대로 요금에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적인 요인으로 올해 도입된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가 2분기와 3분기에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됐다.

연료비 연동제 보도 내용.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연료비 연동제 보도 내용.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한전 직원 8명 중 1명이 억대 연봉” 질타

야당 의원들은 한전의 적자 원인을 ‘연료비 연동제’ 외에 ‘방만 경영’에서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 직원 8명 중 1명이 억대 연봉자인 점을 거론하면서 "한전의 방만 경영이 재무구조 악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조금이라도 긴축을 할 수 있는 부분은 하겠지만, 방만 경영 때문에 적자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하면서 “유가는 한전의 경영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음에도 요금이 (유가에 맞춰)탄력적으로 조정이 안 됐다”며 다시 한번 ‘연료비 연동제’에 책임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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