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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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올해 7월 1일 개최된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중국 공산당은 첫 번째 100년 목표를 달성해 중화 대지에 샤오캉(小康·중산층 수준) 사회를 전면 실현했다.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으며, 앞으로 중국 공산당의 영도 하에서 중국의 꿈을 실현할 것이다.” 그리고 기념식 행사에서 남녀 청년들이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는 노래를 불렀다.

이와 같이 시진핑 총서기는 공산당의 영도를 강조하고 있으며, 현재 공산당의 최고의 우선순위는 공산당 자체의 존속이다. 하지만 공산당 통치의 존속은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공산당에서 특권계급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 공산당이 당초 표방했던 ‘인민의 평등’과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공산당의 고관자녀들은 권력과 돈을 모두 집단 세습하는 특권계급이 되었으며, 이는 부패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권력의 세습과 특혜의 독점에서 중국 공산당을 능가할 조직은 드물다. 공산주의국가들이 권력과 부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에서 부패가 나타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중국 공산당의 고관자녀들의 특권화는 그 정도가 지나친 것으로 평가된다. 2012년 시진핑 집권 당시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3명이 혁명원로의 아들 또는 사위였다. 중국인들은 흔히 이들을 전통시대 황실귀족에 빗대서 태자당(太子黨)이라 부른다. 태자당은 혁명투사의 자손들에 부여된 세습적인 엘리트의 지위를 의미한다. 태자당은 공산당정부 조직의 주요보직이나 국영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해 막대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 태자당 293명의 경력을 추적한 마카오대학의 토니 장 교수는 2019년 연구에서 중공정부의 권력승계는 ‘집체적 엘리트 재생산’이라 주장한다. 실제로 공산당의 파워-엘리트 집단은 대를 이은 권력의 승계에 집요한 관심과 노력을 경주해 왔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총서기는 개혁개방 이래 창출된 부의 90%를 공산당 간부의 자제들이 가져갔다고 2006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그리고 2008년 홍콩의 『前哨月刊』 8월호는 “고위간부 자녀, 중공 정계 장악”의 제하 기사를 보도했다. 이 보도는 중국정부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한 것으로서, 중공의 전직 고위간부 자녀들이 당·정·군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으며 국유기업 고위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중국의 억만장자 중 90% 이상이 모두 고위간부 자녀이며 그중 고위간부 자녀 2,900여 명의 보유자산이 2조 위안(약 300조 원)에 이르는 등 권력을 이용한 부의 축적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무역, 국토개발, 대형사업, 증권 등 5대 분야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인사의 85-90%가 고위간부의 자녀로, 사실상 관료자산계급이 형성되었다. 고위간부 자녀들이 정치무대를 장악하고, 당정, 군부, 경제계의 요직에 잇달아 오르면서 중국 정계의 또 다른 풍경을 만들고 있다. 정치국 위원, 부총리, 전인대, 정협 등 지도부를 맡고 있는 고위간부 자녀는 이미 10명을 넘었고, 또 다른 고위간부 자녀들 수백 여 명은 당정 및 국유기업의 부서장급 이상의 고위직을 맡고 있다. 2013년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의하면, 중국 8대 원로의 자손들은 ‘홍색 부르주와’로 변신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큰 손들이 경영했거나 경영 중인 기업의 자산을 합치면, 1700조 원(1조 6천 억 달러)으로 당시 중국 국내총생산의 5분의 1이 넘는다.

중국 공산당 정권이 설립된 지 70여 년이 지난 현재, 이렇게 특권계급화가 이루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건국 초부터 일찍이 중국 공산당은 혁명의 유공자들을 정관계의 요직에 앉히는 논공행상의 권력 배분을 시작했다. 그 결과 1950-60년대를 거치면서 혁명 유공자의 자녀들은 교육, 취업, 승진 등 모든 방면에서 남다른 특권과 특혜를 누릴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중국 공산당의 8대 원로의 한 사람인 천윈(陳雲)은 1978년 이후 개혁개방 시기에 덩샤오핑(鄧小平)에게 “중국의 강산은 우리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우리 후손들이 이를 계승해야 한다. 원로집안 마다 최소 한 명의 권력자가 나와야 한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8대 원로들이 권력세습에 동의하면서, 그 후 천의 제안은 자연스러운 ‘규칙’이 된 것이다. 가문의 사리사욕을 위한 이 규칙은 수십 년 동안 원로 자손들이 거침없이 부정부패를 하며 중국의 부를 독식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중국이 1989년 천안문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반부패를 외쳤지만 부패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 반부패 대상은 주로 중하위층 관리들이며, 정작 가장 부패한 고위층 관리들에게는 전혀 손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중국의 깨어있는 지식인들의 비판은 통렬하다. 베이징대학의 정예푸(鄭也夫) 교수는 2020년 7월 “누구를 위해 강산을 지키나?”란 제하의 칼럼에서, “‘혈통이냐, 능력이냐?’, 대대로 특권을 물려주는 태자당의 공화국에선 언제나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개탄했다. 그리고 2021년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차이샤(蔡霞) 중국공산당 중앙당교의 전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권력 귀족은 백성의 고혈을 빨아 먹는다”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 공산당의 약점을 간파하고, 중국 공산당과 중국 인민을 분리하여 공산당의 붕괴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면 시진핑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첫째, 시진핑은 2020년 7월 갑자기 “14억 인구와 9천 만 명의 공산당원이 공산당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 공산당이 이룩한 사회주의의 위대한 사업을 지켜 자손만대에 전승하자”고 강조했다. 국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린 시진핑이 위기를 돌파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둘째, 시진핑은 반부패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부패척결을 오히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2012년 11월 “호랑이와 파리 떼”의 척결을 목표로 중국정부는 연평균 50여명의 고위직 간부를 구속했다. 당·관·군 고위직의 30퍼센트가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조족지혈이었다. 게다가 부패혐의로 처벌된 최고위직 부패관료 다섯 명은 모두 중국공산당 반(反)시진핑 세력의 핵심인물들이었다. 셋째, 공산당은 자유지식인들을 탄압하고 있다. 자유지식인들이 서구 추종자들이며 그들의 비판은 중국을 파괴하려는 서구적 음모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인민들은 아편전쟁 이후 ‘수치의 100년’,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중국의 혼란과 분열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현재 공산당의 통치에 문제들이 있으나, 향후 공산당의 영도가 중국이 처해 있는 국내외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인민들도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 공산당 고관자녀들의 권력과 부의 독점과 대물림 현상은 공산당과 인민 간의 거리를 멀게 만들고 있다. 2020년 7월 시진핑이 중국의 강산을 자손에게 넘겨주자고 언급한 데 대해, 중국 반체제 학자들의 “중국 인민은 누구를 위한 강산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비판은 인민들의 설득력을 점점 얻고 있다. 한편, 시진핑이 7월 1일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 공산당 원로 후손들을 특별히 초청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것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은 부정적인 인식을 쏟아내었다. 즉 “자신이 홍색 가족인 시진핑에게 홍색 강산의 색깔은 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과의 정면충돌을 불사하는 소수의 지식인들을 그저 무모한 소수의 사람들이라고 폄하할 수 있을까? 현재의 상황에서 이 투쟁은 일개 지식분자들의 고립된 몸부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늘날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들은 중공정부의 삼엄한 감시와 탄압에 맞서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중국인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공산당은 인민들의 점증하는 불만을 막을 수 있을까? 공산당은 자신의 존속을 위해서도 특권계급을 해체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시진핑은 ‘공동부유’라는 정책을 갑자기 들고 나왔다. 이는 장기집권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시진핑이 현재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를 줄이려 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민심을 얻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시급한 공산당의 특권계급화 문제는 피해가려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존속 여부는, ‘국민들의 안정 희구 열망’과 ‘공산당 특권계급화와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 간의 긴장 가운데에서 어느 것이 더 커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2400여 년 전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언급한 내용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만일 국가의 지도자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재물을 모으는 데 맛을 들인다면 그들은 수호자가 아니라 국민의 적이 되고 도둑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해를 끼치는 자가 되어 공포와 증오 속에서 결국은 나라를 망치게 될 것이다.” 20세기 전반기에 중국에서 공산당과 국민당이 대결 시 국민당의 부패로 인해 공산당이 승리했고, 20세기 후반기에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 시 소련은 공산당의 특권계급화에 의한 부패로 인해 붕괴했다.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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