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20일 이틀간 국정감사에 피감기관의 수장으로 출석하면서, 여야 간 격렬한 ‘진실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사실상 ‘대통령 후보 청문회’ 성격을 띠는 만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당력을 총동원한다는 전략이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대표는 이 후보의 국감 출석을 만류했다. 경기도지사를 빨리 사퇴하고 대통령 예비후보로 등록해야 선대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송 대표의 만류에 이 후보는 “'편집되지 않는 생방송에서 있는 그대로 설명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국감 출석을 강행했다. 그만큼 이 후보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돈받은 적 없다”는 이재명의 대장동 책임론은 67.7%

하지만 대장동 사건의 책임이 이 후보에게 있다는 응답이 높게 나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 12~13일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67.7%로, '책임이 없다'(22.7%)보다 3배 가량 우세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경기도 국정감사는 오는 18일 행정안전위원회를 시작으로, 20일 국토교통위원회까지 2차례 예정돼 있다. 국정감사가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되는 만큼, 야당과 이 후보 간 공방 결과에 따라 '대장동 의혹'에 대한 여론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국정감사에 자신있게 나서는 데는 무엇보다도 ‘현재까지 받은 돈이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뇌물 혐의는 개인 비리이고, 이 지사가 설계한 개발방식은 2014년 당시엔 최선책이었다는 점을 설명하며, ‘정면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후보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구사하려는 전략은 크게 3가지 정도로 보인다.

① ‘맹탕 국감’ 낙인 찍어 ‘면죄부’ 얻기

국민의힘은 ‘대장동 국감’ 결과에 따라 중도층 민심 등 대선 지형이 출렁일 수 있다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안위 국감에는 '당 대장동 TF' 소속이자 정무위 위원인 박수영 의원을 투입, 전력을 보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후보는) 개발 비리 특혜 사건에 대해 책임져야 할 설계자, 기획자, 몸통이면서도 자신의 최대 치적이라는 거짓말로 국민을 호도했다”며 “터무니없는 궤변과 거짓말이 국민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나도록 철저하게 따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이런 시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된다. 한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가 어렵다. 이 후보는 자기가 할 말을 머릿속에 다 외우고 나오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질문지를 봐가면서 질문할 것이다”며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대답하는 이 후보를 이기기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야당 의원들이 뭔가 새로운 증인이나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나온 자료를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이 후보 입장에서는 반박할 여지가 충분히 확보된다. 새로울 게 없다면, 이 후보에게 오히려 자리를 깔아주는 국감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대장동 사업의 경우 경기도 업무가 아닌 데다, 명확한 위법의 근거 없이 의혹만 제기하는 상황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고성만 오가는 맹탕 국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장동 개발 사업 설계 관련 발언이 담긴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장동 개발 사업 설계 관련 발언이 담긴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된 증인이나 참고인을 ‘국토위 52명, 행안위 50명, 정무위 50명’ 등을 무더기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요 증인들의 출석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검증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맹탕 국감’으로 낙인찍어 차제에 ‘면죄부’를 얻겠다는 게 이 후보의 최대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② 윤석열에게 책임전가 하기...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관련 대출 부실 수사론 제기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에 대해 윤 전 총장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검사로서의 책임론’으로 맞불을 놓을 태세이다.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를 들어 윤 전 총장을 정조준하며 국면 전환을 꾀할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011년 대검이 부산저축은행을 대대적으로 수사했는데 수사 주임 검사는 중수2과장 윤 후보였다"며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약 4조6000억원을 불법으로 대출해 문제가 됐는데 대장동 관련 대출은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로 이 대출을 일으킨 A씨는 대검 중수부 수사에 대비하려고 검찰 출입기자 김만배씨 소개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변호사로 선임했다고 한다. 대장동을 매개로 윤석열-김만배-박영수 이렇게 세 사람이 등장한다"며 "김씨는 화천대유 대주주이고, 김씨 누나가 윤 후보 부친 저택을 매입했다"며 세 사람 간 연결고리를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검사로서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사진=이재명 후보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검사로서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사진=이재명 후보 페이스북 캡처]

이에 대해 윤석열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억지를 쓰는 것 보니 이재명 후보가 급하긴 급한가 보다"라며 "이 수사는 '부산저축은행이 120여개의 차명 법인을 만들어 거기에 대출하는 형식을 빌려 직접 부동산 개발업에 투자한 것'(배임·저축은행법위반)을 밝혀내어 처벌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대장동에 사업하려는 회사에 대한 대출이 배임죄로 기소되지 않았다면 직접 시행사업을 한 게 아니라 일반 대출로서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이어 "공소장에 대장동 대출이 포함되었건 안 되었건 어차피 기소 대상은 부산저축은행 회장 등 임원들로서 이들에게 모두 중형을 구형하고 선고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③ 생중계되는 국감을 통해 ‘국민의힘 토건 게이트’ 프레임 각인시키기

이 후보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대장동 의혹과 이낙연 전 대표의 이의제기 등으로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지지율이 정체되는 ‘역벤션’을 맛봤다. 따라서 이번 국감을 정면 돌파해 반전을 노리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이 후보는 언론과 관련해 “내 얘기를 편집하지 말라”는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생중계로 진행되는 국감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과 17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국감 준비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사직 사퇴까지 미루며 직접 시험대에 올라서기로 한 만큼, 국정감사를 반전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대장동 의혹이 '국민의힘 토건 게이트'라는 점을 확실히 드러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말끔히 털어내겠다는 의도이다.

민주당 역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딸의 대장동 아파트 분양 의혹,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누나의 윤석열 전 총장 부친 자택 매입 과정상 의혹 등을 적극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티에프 회의에서 “국민의힘, 박근혜 정권과 관련 있는 전·현직 의원과 전직 대법관 등이 도둑 장물 나눠 먹다가 들통나고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돈 먹은 사람이 범인’ 이라는 주장이다.

이 후보는 국감을 통해 '불안한 후보론'을 확실히 걷어내는 동시에 대장동 이슈를 둘러싼 '이재명 게이트' 프레임을 무력화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국감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에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도 “이번 국감으로 이 후보에 대한 ‘부패 또는 무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화되거나, 싸움닭 이미지가 부각돼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 후보와 달리, 오히려 이 후보가 입을 상처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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