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감소와 대출 옥죄기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다. 사진은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매물감소와 대출 옥죄기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다. 사진은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8주 연속 둔화되고,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까지 6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이면서 ‘집값이 떨어지리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세 상승장이 끝났다는 얘기마저 심심찮게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출규제 정책이 만든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돈 가뭄이 들어서 매수세가 약화되고 있지만 ‘공급부족’이라는 근본문제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그 근거이다. 상승세 둔화가 하락세로 연결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내년에도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출중단과 한도 축소로 매수세 크게 줄어...3억 내린 서초구 아파트 거래되기도

한국부동산원이 21일 발표한 이달 셋째 주(18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0.17%를 보였다. 전주(11일 기준)와 같은 상승폭을 유지했다. 지난 8월 23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연중 최고치인 0.22%까지 치솟았다가,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0.17%까지 상승폭을 줄였다.

상승세가 둔화되었을 뿐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매수세는 크게 줄었다. 매수세를 보여주는 ‘매매수급지수’는 서울의 경우 거의 기준치까지 내려왔다. 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다는 의미이다.

지난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0.17%로, 전주(11일 기준)와 같은 상승폭을 유지하면서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지난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0.17%로, 전주(11일 기준)와 같은 상승폭을 유지하면서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1.9로 1달 전보다 5.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4월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잠깐 전환한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추석을 기점으로 시중은행의 대출 중단과 한도 축소가 본격화하면서 매수 심리가 급격히 위축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공인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집값이 너무 올라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면서 “호가는 그대로인데, 대출 규제로 매수 여력은 감소해 매수 심리가 꺾이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정부 역시 부동산 시장이 안정 흐름을 찾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부동산 가격 오름세와 매수심리가 조금씩 진정되는 기미가 있다"고 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지난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관리나 금융정책과 결합해 최근에는 (집값) 상승세가 (하락세로) 반전되는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중대형 평형에서 가격이 하락한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서초구에서도 3억이 내렸다’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서초구 내곡동 서초더샵포레 전용면적 114.71㎡는 지난 6일 15억 5000만원(17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8월 14일 최고가인 18억 5000만원(8층)과 비교하면 2개월 만에 3억원이나 떨어진 가격이다.

집값 하락 아직 멀어?...소형 아파트값과 강남권 강세는 여전해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가 다소간 '주춤'하면서 안정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소형 아파트값과 강남권이 상대적인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대세 변화'를 섣불리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남대 부동산학과 김용민 교수는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앞으로 더욱 강해진다면 진정세가 계속될 수도 있지만, 관련 규제로 인해 공급 사정이 빠르게 개선되지는 못할 것이란 점에서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며 "일단 현재 시장은 대출 규제와 급매도 거래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1일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입주 예정 아파트 단지의 잔금대출은 중단하지 않기로 했지만 깐깐한 대출심사를 예고했다. 엄격한 심사로 종전보다 대출 문이 좁아지고 대출액도 줄어들 수 있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입주 예정 아파트 단지의 잔금대출은 중단하지 않기로 했지만 깐깐한 대출심사를 예고했다. 엄격한 심사로 종전보다 대출 문이 좁아지고 대출액도 줄어들 수 있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일부 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격대는 물론 대출 규제로도 진입장벽이 커진 중대형주택 대신, 소형주택이 구매심리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KB리브 부동산 월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소형아파트(전용면적 60㎡ 이하)의 매매평균가격은 8억 4599만 원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만 1억 617만 원이 올랐고, 한 달 사이 2.3% 오른 가격이다.

2019년 1월을 100으로 둔 매매가격지수는 136.3이었는데, 올해 들어 소형아파트는 16.6포인트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형(85㎡ 초과~102㎡ 이하)은 116.0에서 129.2로 13.2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대형(135㎡ 초과)은 111.9에서 123.7로 11.8포인트 변했다. 중형과 대형에 비해 소형의 상승폭이 훨씬 큰 것이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가격과 대출 면에서 부담이 덜한 중저가, 소형주택으로 수요가 움직이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권 팀장은 "전체적으로는 높은 매도호가가 꽤 장기간 형성돼온 탓에 매수자들 사이에서 '신중론'이 생겨난 것으로 보일 뿐, 금리 인상 외엔 당분간 집값이 하락할 만한 뚜렷한 요인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강남권의 상승세는 ‘집값 하락을 기대하는 심리’에 찬물을 끼얹는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번 달 셋째 주 기준 강남3구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0.24%에 달했다.서울 평균이 직전 주와 같은 보합세(0.17%)를 보인 가운데, 강남3구는 직전 주(0.21%)와 다소 비슷하지만 오른 수치를 보인 것이다.

서울 공급부족 물량만도 2만 가구, 가격 상승세 지속은 불가피

따라서 서울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대세 하락을 말하기는 이르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주택 수요 물량은 9만1000여가구다. 그에 반해 공급 예정 물량은 7만여 가구 수준으로, 수요보다 약 2만가구 부족한 상황이다.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아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지표상으로 조정 또는 하락장을 기대할 만한 내용이 조금씩 보이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실제 하락 전환이나 조정으로 이어지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섣부른 기대’라는 지적이다.

이어 "대출 자체가 어려워져서 실수요층의 매수세가 줄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며 "여전히 매물이 부족하고, 매도 관망세도 만만치 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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