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27일 국무회의서 확정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대폭 끌어올리고, 원자력 발전 비중은 장기적으로 0%에 수렴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문제는 실제로 이같은 방안이 실현된다면 에너지 가격 폭등이라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웃지 못할 지적도 나온다. 나아가 최근 전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에 유럽국들이 원전을 다시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에도, 정부는 원전 발전 비중을 0%로 수렴시키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확정된 '2030 NDC'는 '2050년 탄소중립'의 중간목표다. 

정부는 당초 2018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6.3% 감축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이를 대폭 끌어올려 40%까지 감축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2030년까지 석탄 발전비중은 2018년 41.9%에서 21.8%로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8년 6.2%에서 30.2%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최종적으로 2개의 시나리오로 구성, 205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 0을 목표로 잡았다. 

화력발전 전면 중단 등 배출 자체를 최대한 줄이는 A안,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잔존하는 대신 CCUS 등 온실가스 제거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B안으로 구성됐다. 2050년까지 석탄발전은 A, B 시나리오에서 모두 전면 중단된다는 것이 골자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발표와 관련해 실현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것은 발전량 비중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에너지 비중은 석탄이 35.6%로 가장 많았고, 이어 원자력 29%, LNG 26.4%, 태양광 3%, 풍력 0.6% 순이었다. 정부는 현재 5%도 되지 않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50년까지 최대 70.8%까지 끌어올리고, 약 30%에 달하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10% 이하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한국의 발전 산업 자체를 뒤흔드는 변화에 대해선 발전 단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kWh당 에너지 발전 단가는 원자력이 58.3원, 가스 118.7원, 태양광 139.6원, 육상풍력 138원, 해상풍력 274.5원이다. 원자력 발전 단가가 각종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와 비교해 최소 2배 이상 저렴하다.

발전 단가의 상승은 세금으로 이어진다. 한국원자력학회가 지난 8월 발표한 '에너지 믹스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최대 80%까지 늘릴 시 전 국민은 연간 96조원을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나아가 이미 국내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폐쇄되거나 중단된 원전은 총 7기로, 당장 이들의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야할 액수만 최소 1조4445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손실을 보전할 전력기금(전기요금의 3.7% 적립)은 현재 약 4조원의 여유 재원이 있지만, 정부는 그동안 모아진 4조원 가량의 전력기금을 올해 12월부터는 원전개발 중단을 위한 비용 보전으로도 쓴다는 계획이다. 그나마 남은 재원의 고갈이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

정부는 에너지 산업의 전면적이고도 인위적인 개편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내놓았다. 수소환원 제철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공정의 도입, 에너지절감 건축물, 그린리모델링, 무공해차 보급률 85%~97%, 도시숲 가꾸기, 해양생태계 보호 등이다. 다만 효과도 미미할 뿐더러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와 관련해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가 우리나라의 현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감축목표 상향을 포함한 탄소중립 정책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수차례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며 "산업계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최종 확정되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앞서 에너지 관련 전문가들도 주요 탄소 감축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매우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한국에너지학회, 한국원자력학회 등 에너지 관련 학회 회원 116명을 대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실시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탄소중립 정책 설문 조사에 따르면 철강 업종의 경우 탄소 감축 기술이 2030년까지 상용화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75.9%가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석유화학·정유 업종은 75.0%, 시멘트 업종은 72.4%였다. 탄소 감축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역시 69.8%가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최근 프랑스 등 각국이 탈원전에서 원전살리기로 이행하는 분위기 속에서 '탈원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방안을 국제사회에 발표해야 한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지난 13일 유럽 10개국(프랑스, 핀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불가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장관들은 "원자력은 비싸지 않고(affordable) 안정적이며(stable) 독립적인(independent) 에너지"라는 내용의 공동 기고문을 발표했다. 유럽서 독일이 주도하고 있는 탈원전 기조에 맞서 공개적인 '친원전' 목소리를 낸 것이다.

독일은 급격히 늘린 재생에너지 탓에 전력 생산량이 들쭉날쭉해지고, 부족한 전력을 화력발전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프랑스 원전에서까지 끌어다 쓰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 기준 독일의 원전 발전 비중이 12.3%에 불과한 반면 프랑스는 69.4%에 달해 상대적으로 전력 생산에 차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발표하고, 올해 내로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는 계획이다. 

COP26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글로벌 공식 국제외교회의로, 1997년 제3차 회의에선 교토의정서, 2015년 제21차 회의에선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맺어진 바 있다. 이번 제26차 회의에선 각 국가가 2030년까지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게 된다.

그러나 전 세계 탄소배출량이 1위인 중국과 3, 4위인 인도, 러시아는 이번 COP26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본래 의미를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파리협약 탈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지만, 전 세계 탄소배출량 1, 3, 4위가 빠진 상황에선 의결한 내용이 큰 의미를 가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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