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사상 연구의 대가 민경국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단독 인터뷰
“불로소득 없는 세상 주장한 이재명의 기본소득은 국가가 주는 불로소득”
"야당 후보들은 자유주의를 더 강조해야"
"기본소득은 국가가 만드는 쓸데없는 불로소득"
"박정희 시대 경제발전은 국가주도정책의 성공이 아니다"

민경국 강원대학교 명예교수(사진=민경국)
민경국 강원대학교 명예교수(사진=민경국)

“이재명 후보는 불로소득(不勞所得)을 없앤 것이 아니라 조장했다. 불로소득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불로소득을 만든 것이다”

지난 2016년 정년 퇴임한 한국 자유주의 사상 연구의 대가 민경국(72) 강원대학교 명예교수는 대선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그는 "이재명의 억강부약(抑强扶弱)은 미성숙과 야만성의 발로"라고 일축했다. 인터뷰 동안 문재인 문재인 정권 집권 이후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누렸던 자유가 위협받고 있음을 거듭 강조하면서 "자유가 없는 인간은 노예"라고 했다. 서울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전공했던 그는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자유주의 경제와 사회철학이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학문을 연구하고자 했던 그는 인터뷰 동안 정치, 경제, 법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말을 이어갔다.

억강부약(抑强扶弱)은 미성숙과 야만성의 발로(發露)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불로소득을 없애고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고 잘 사는 나라 만들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불로소득은 나쁜 것인가?

“운이라는 게 불로소득이다. 그런데 운에 의해 결정된 것도 소비자들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 한편 능력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사회는 낙인이 찍히면 재기(再起)가 불가능하다. 운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사회도 니힐리즘(허무주의)에 빠져 버린다. 능력에 의해서만 결정되거나 운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사회는 별로 좋은 사회가 아니다. 그런데 시장은 중간이다. 시장은 능력과 노력, 운이라고 하는 세 가지 요소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래서 더 안정적인 사회다.

불로소득이라는 것은 사실 없다. 태어날 때 내가 무슨 자질을 타고 났는지 모른다. 그것은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존 롤스의 얘기도 틀렸다. 롤스는 완전히 완성돼 있는 재주가 발견되기만을 기다린다고 생각했다. 시장성이 있게 재능을 개발하는 것도 굉장히 큰 노력이 필요하다. 운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운에 의해서 결정이 되지만 운도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운을 기회로 만드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운과 능력, 노력이라는 것은 분리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경제적 성공은 운에 의해 결정된 부분과 노력에 의해 결정된 부분의 구분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재명 후보는 불로소득을 없앤 것이 아니라 조장했다. 수용으로 헐값에 땅을 사 수천 배의 돈을 벌 수 있도록 특정한 사업가에게 특혜를 부여했다. 불로소득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결국 불로소득을 만들었다. 대장동 사건은 특정 사업자에게 독점적 특혜를 부여해서 생긴 권력형 부패 사건이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재산과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다르게 취급할 수가 없다. 토지라는 것은 희소하다. 희소하지 않으면 사유재산으로 할 필요가 없다. 희소하기 때문에 사유재산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한정돼 있기 때문에 철저히 보호를 해야 한다. 사유재산으로 보호해야 희소한 토지가 효율적으로 이용 가능하다. 토지를 가진 사람이 개발을 하기 때문이다. 공기는 한정돼 있지 않아 보호하지 않는다.”

지난 1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 수락 연설을 하는 이재명 후보(사진=연합)
지난 1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 수락 연설을 하는 이재명 후보(사진=연합)

 

-이재명의 사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친북(親北), 친중(親中), 사회주의, 포퓰리즘, 전체주의 사상이다. 그의 정책기조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이다. 빈자가 된 것은 부자 때문이라는 제로섬 세계관을 전제로 한 정신태도다. 그 태도는 배우지 못한 미성숙과 야만성의 발로(發露)다. 

선거 얘기가 나왔으니 야권도 보자. 야권 후보들은 모두 사회주의 프레임의 덫에 걸려있다. 그래서 자유라는 말로 표현된 공약이 없다. 지금은 사회주의, 전체주의와 싸워야 할 때다. 빈곤, 실업, 저성장 그리고 양극화 등은 모두 경제적 자유가 없기 때문에 생겼다.  벼랑 끝에 매달린 자영업자들과 길을 잃은 젊은 실업자들 다 정부의 규제 때문에 야기된 것이다. 저쪽은 사회주의고 우리는 자유와 자유주의다. 좌파의 프레임에 엮여 들어가면 안 된다.”

 

-이재명 후보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지금은 조용하지만 아직도 살아있는 문제다. 언제 다시 등장할지 모른다. 기본소득제는 결국 이재명 후보가 주장하는 불로소득이다. 기본소득은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보편적이고 무조건적이다. 이게 바로 국가가 만드는 쓸데없는 불로소득이다.”

 

-기본소득과 밀턴 프리드먼이 제안한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와 차이가 있을까?

“프리드먼이 제안한 음의 소득세는 그가 스스로 말했듯 기본소득제와 똑같다. 오히려 기본소득제가 실행하기 간편하다. 음의 소득제는 인센티브를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기본소득제보다 더 훌륭한 것이라는 생각은 틀린 것이다. 하이에크가 기본소득에 찬성할 것이라는 추측도 틀렸다. 그는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이에크를 만난 것이 가장 큰 행운

-하이에크의 강의를 직접 들었다던데?

“1977년에 하이에크가 프라이부르크 대학에 와서 ‘치명적 자만(The Fatal Conceit)’ 강의를 했다. 독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하이에크를 만난 것이다.”

'하이에크,자유의 길:하이에크 자유주의 사상연구'(민경국 저)(자료=교보문고)
'하이에크,자유의 길:하이에크 자유주의 사상연구'(민경국 저)(자료=교보문고)

 

-하이에크는 어떤 사람이었나?

“하이에크가 스무 살 때 쓴 ‘감각적 질서(The Sensory Order)’라는 책이 있다. 이게 오늘날 두뇌 과학의 효시(嚆矢)다. 노벨 생리학상은 받은 제럴드 에덜먼(Gerald Edelman)은 하이에크가 진화를 신경에 적용하는데 선구적 역할을 했다고 격찬했다. 당시에는 그 정도였는지 몰랐다.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는데, 유럽에서 큰 명절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찾고 있더라. 당시에 하이에크가 78세였다.”

 

-교수님의 저서를 보면 정치학과 교수 같기도 하다

정치경제학자로 보는 것이 옳다. 질서의 상호 의존성이 있다. 경기가 나쁘면 정치적으로 민감해진다. 정치가 따라서 잘못되면 시장이 흔들린다. 이렇게 시장과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시장 경제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에 적합한 법질서가 있다. 또 적합한 도덕 질서도 있다. 아무 도덕이나 시장에 맞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기에 적합한 법질서란 무엇인가?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보면 첫 장 첫째 줄에 동감(同感)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소규모 사회에서는 내 욕구를 억제하면서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데 반해 거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는 그렇지 않다. 거대한 사회는 서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정의로운 행동 규칙만 지킨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든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든지 이런 식의 도덕 규칙만 지키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다. 이것을 법으로 제정한다. 그러니까 정의 규칙을 법으로 만드는 것이 법치다. 이것이 정의로운 법이고 시장 경제에 적합한 법이다.

도덕감정론 표지(자로=yes24)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이렇게 시작한다 “제1장 동감(同感)에 관하여-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利己的)인 존재라 하더라도, 그 천성에는 분명히 이와 상반되는 몇 가지가 존재한다 (중략) 연민(憐憫)과 동정심(同情心)이 이런 종류의 천성에 속한다” 민경국 교수는 <도덕감정론>의 공역자기도 하다.(자료=yes24)

 

-법치는 또 무엇인가?

법 다운 법이다. 법 다운 법이 되기 위한 조건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만 들면 일반성, 소급금지, 법의 공표, 법의 명확성, 법의 일관성, 지속성 등이다. 하지만 법치를 '법에 의한(according to law, rule by law) 지배'로 오해하고 있다.

 

-한국의 현재 정치도 법의 문제인가?

우리나라의 헌법을 보면 국민주권이 제한돼 있지 않다. 무제한적이다. 무제한적 민주주의다. 우리나라의 위기는 시장실패도 정치실패도 아닌 헌법실패 때문이다. 헌법이 잘못됐기 때문에 법치에 어긋나는 법이 만들어졌다. 잘못된 법은 자유를 유린하고 시장을 왜곡했다. 그 결과가 실업, 빈곤, 양극화다. 법치를 통해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헌법이 필요하다.

 

경제성장은 국가주도 때문이 아냐

인터뷰가 진행된 날은 10월 26일이었다. 故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2주기였다. 당시의 경제 개발에 대한 평가가 궁금했다

故 박정희 전 대통령 42주기인 지난 26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서 추모식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
故 박정희 전 대통령 42주기인 지난 26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서 추모식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

 

-故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국가주도정책이 성공했다는 평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착각이다. 국가 개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기업들은 국제적인 수요 경쟁에 노출됐다. 이것은 국가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박정희의 업적은 무엇인가?

‘잘 살아보세’, 기업가 정신, 사유재산의 보호, 반공주의, 대외 개방. 내 책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암묵적 자유주의라고 표현했다.

 

-자유주의가 중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자유가 없는 인간은 노예다. 노예는 인간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생각에서 이뤄지는 행동. 이것이 이뤄질 때 그게 진짜 인간이다. 뿐만 아니라 자유시장이야말로 빈곤, 실업, 양극화, 저성장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정부보다 훨씬 잘 해결한다. 

 

-사단법인 자유주의연구회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활동 계획이 있다면

2016년 정년 퇴임한 해에 몇 사람과 경제학과 철학의 만남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자유 아카데미 과정을 비대면으로 운영 중이다. 2023년에는 아담 스미스 탄생 300주년을 기념해서 대형 심포지엄을 기획 중이다.

에딘버러시 성 자일스 성당 앞 아담 스미스(1723~1790) 동상(사진=영어 위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시 성 자일스 성당 앞 아담 스미스(1723~1790) 동상(사진=영어 위키)

신동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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