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사는 유엔이 지원하는 의료단체 '국제 의약 특허풀'(MPP)과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를 다른 제약사들이 제조할 수 있도록 하는 특허 사용 협약에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
머크사는 유엔이 지원하는 의료단체 '국제 의약 특허풀'(MPP)과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를 다른 제약사들이 제조할 수 있도록 하는 특허 사용 협약에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될 단계적 일상회복의 국면에서 정부가 생활치료센터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대신 재택치료를 늘리기로 한 가운데,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먹는 치료제로 FDA(미국 식품의약국)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머크(MERCK)사(社)의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관심도 폭증했다.

로열티 없는 복제약 허용한 머크사, ‘천사의 얼굴’인가?...몰누피라비르 가격 대폭 인하 가능해져

최근 머크가 자사의 경구용(먹는 알약) 치료제를 더 많은 기업이 제조할 수 있도록 유엔이 지원하는 의료 단체인 '의약품 특허 풀(MPP)'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혀 주목된다.

2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MPP에 의해 선정된 제조업체는 머크가 개발한 코로나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의 복제약을 만들 수 있다. 머크는 로열티 프리 라이선스가 105개 저·중소득 국가에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머크와 MPP는 공동성명을 통해 "이는 코로나19 의료 기술에 대한 최초의 투명하고 공중보건 중심의 자발적 라이선스 계약"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규정하는 한,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된다.

복제약이 생산될 경우, 필요한 지역에 대해 보다 원활한 공급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게다가 82달러로 예상되는 가격도 훨씬 낮춰질 것으로 보인다. 몰누피라비르의 생산 원가는 2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몰누피라비르 부작용 위험은 ‘숨겨진 얼굴’...FDA는 11월 30일 자문단회의 거친 뒤 ‘긴급사용 승인’ 여부 결정

하지만 MPP와 머크사는 중대한 실수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크사는 지난달 11일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FDA에 제출한 상태이다. 당초 FDA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의 긴급성을 고려해, 외부 자문단 검토 단계를 생략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이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FDA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자문단과 논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FDA는 11월 30일(현지시간)에 외부 자문단 회의를 열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연합(EU) 산하 기구인 유럽의약품청(EMA)도 지난 25일 이 치료제에 대한 롤링 리뷰(허가신청 전 사전검토 절차)를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 치료제에 대한 승인이 거절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암과 기형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에서다.

머크사의 안전에 대한 우려는 지난 8일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임상시험정보를 공개하면서 공식 제기되기 시작했다. 머크사가 밝힌 임상 참여 자격 기준에 '성관계를 금지'하는 것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남성의 경우 약 투여 기간과 마지막 투여 뒤 최소 4일간 '금욕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동의해야 하고 피임하는 것을 동의해야 한다'고 했다. 즉 5일간의 약 투여 기간과 추가 4일을 고려하면, 9일간의 금욕생활이 조건인 셈이다. 여성의 경우 임신이나 모유 수유 중이 아니어야 하고 임신했을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이먼 클라크 영국 리딩대 교수는 영국 과학미디어센터(SMC)에 "임상 참여자들에게 성관계를 금지하거나 피임을 지시받았다는 점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며 "임신하게 되면 약물이 선천적 기형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중앙대 약대 설대우 교수, “머크는 자사약의 잠재적 위험 알고 있는 듯”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TBS 코로나 특보 방송에 출연, 암과 기형 등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머크사의 먹는 치료제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사진=TBS 방송 화면 캡처]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TBS 코로나 특보 방송에 출연, 암과 기형 등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머크사의 먹는 치료제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사진=TBS 방송 화면 캡처]

중앙대 약학대학 설대우 교수는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임상 시험에는 머크와 달리 콘돔 사용 같은 조건이 없다. 이런 것만 봐도 머크는 자사의 먹는 약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설 교수는 지난 26일 TBS 코로나 특보 방송에서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는 복제효소의 생성을 저해하거나 기능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다만 RNA 복제시 끼어들어 단백질 돌연변이를 일으켜 바이러스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만으로는 기형이나 암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면서 “문제의 부작용은 오히려 세포의 유전체 DNA와 미토콘드리아 DNA 복제 시 삽입됨으로써 이들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고, 이런 돌연변이가 암이나 기형 유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대우 교수는 머크사의 치료제를 제외한 다른 4개 제약사의 치료제는 통상적인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지만, 머크사의 먹는 치료제는 암과 기형 등 심각한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TBS 방송 화면 캡처]
설대우 교수는 머크사의 치료제를 제외한 다른 4개 제약사의 치료제는 통상적인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지만, 머크사의 먹는 치료제는 암과 기형 등 심각한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TBS 방송 화면 캡처]

현재 국내에서 치료제로 고려해볼 수 있는 5가지 약 중에서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만 암이나 기형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길리어드사의 렘데시비르, 로슈의 먹는 치료제,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셀트리온의 항체 치료제 등도 구토나 설사 등 약간의 부작용은 유발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해소된다고 덧붙였다.

설 교수는 TBS 코로나 특보 방송에 고정 패널로 출연해 머크사 치료제의 위험을 여러 번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머크사의 먹는 치료제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구매 계약을 했다는 점도 비판했다.

머크사는 암이나 기형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경미한 두통과 같은 일반적인 부작용만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사이먼 클라크 교수와 설대우 교수의 지적대로 심각한 부작용을 알고도 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고, 복제약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계약했다면 전 세계적인 패닉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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