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현재와 같은 고난 겪는 한 김정은은 우상화 작업 통해 자신의 정통성 인위적으로 강화하며 전체주의 체제의 모략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어”
“김정은 살을 뺀 것도 이제는 자신이 스스로 자신일 수 있기 때문”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2일 보도했다. 전람회에 참관한 김정은 당 총비서가 전시관에서 맥주를 앞에 두고 간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1.10.12 (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2일 보도했다. 전람회에 참관한 김정은 당 총비서가 전시관에서 맥주를 앞에 두고 간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1.10.12 (연합뉴스)

북한의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의 집권 10년을 맞아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주의’ 용어의 등장과 함께 선대 지도자와 구별되는 독자적 사상체계 정립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에 대해 ‘김정은 시대’가 공식 출범한 것으로 평가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김정은이) 독자적 사상체계 정립을 시작했다”고 했다. 특히 “그동안 북한에서는 김일성·김정일주의만 있었다”며 “(김정은의) 집권 10년을 맞아 김정은주의를 독자적으로 정립하려는 노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 매체들은 아직 공개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 먼저 ‘김정은주의’ 사상을 퍼뜨리며 공식적으로 새로운 사상체례로 정립해나가는 과정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28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는 북한 체제가 ‘김정은 시대’로 완전히 전환됐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으며, 이제는 김일성과 김정일에게서 정통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 정통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밝히는 것”이라고 했다.

고스 국장은 “김정은은 북한정권이 자신의 것이며, 정권의 권한과 지혜의 유일한 원천이 자신이라는 점을 언젠가는 선언해야 하는데 ‘김정은주의’가 바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 평양지국장을 지낸 진 리 윌슨센터 선임연구원도 “‘김정은주의’는 김정은 스스로의 정책을 확립했으며 성과를 냈음을 알리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리 연구원은 “김정은이 처음 등장했을 때 아무도 그가 누구인지 몰랐고 그는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산에 상당부분 기댈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서 처음 나온 찬양노래가 ‘발걸음’이었고, 이는 김정은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발걸음’을 따를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10년 뒤인 지금 그 메시지는 그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과는 별도로, 스스로 이룩한 성공과 유산을 통해 선대와 구분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도 VOA에 “집권 10년이 지난 지금 북한정치와 역사에서 김정은 시대의 공식 출범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매든 연구원은 “지난 10년(2011~2021)은 돌아온 김일성의 시대였고, 이제 김정은의 시대가 열린다”며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김정은의 지도력에 대해 이전까지 보지 못한 정도의 대규모 물량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매든 연구원은 “김정은은 북한 정치체제의 절차를 조정했고, 국가안보와 외교에서도 일부 성과를 냈기에 스스로를 김일성과 김정일과 같은 수준으로 위상을 올릴 때가 됐다”고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VOA에 “10년 전 김정은 정권은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로 뿌리를 처음 내렸는데, 이제 이 정권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김정은 지도부의 영속성 징후를 더 많이 보고 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나는 ‘김정은주의’를 북한과 김정은의 (국제사회에 대해) 저항의 몸짓으로 본다”며 “국제사회는 김정은의 어린 나이와 경험부족으로 인해 그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과소평가했지만 그는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이 능력 있고 무자비한 독재자임을 증명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들을 통해 김정은 우상화 작업이 활발했던 것도 집권 10년이라는 시기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리 연구원은 김정은 우상화 작업에 대해 “주민들의 정서와는 별개로 정권 10주년을 맞아 정치선전 활동이 강화된 것”이라며 “10년 동안 한 나라의 정상으로 통치하는 것은 꽤 긴 시간인데 김정은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통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젊은이로서 그의 유산, 신격화, 신화만들기는 이미 시작됐다. 북한은 김정은 통치 10년을 크게 기념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2월 김정은의 위인전인 ‘위인과 강국시대’라는 책자를 펴냈다. 5월에는 김정은의 정상외교 활동을 정리한 화보를 공개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우상화를 강화한 배경으로 북한의 경제난을 꼽았다. 그는 “이는 부분적으로 유산 만들기 과정의 일부이지만 북한의 상황 때문에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한이 현재와 같은 고난을 겪고 있는 한 김정은은 우상화 작업을 통해 자신의 정통성을 인위적으로 강화하며 전체주의 체제의 모략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매든 연구원은 김정은의 권력 공고화 작업을 오래 전에 끝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은 오래 전에 자신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와 결정권자로 공고화했다”며 “그는 더 이상 아버지의 섭정과 과도체제에 의존하지 않으며 북한주민들에게 향후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할아버지를 모방할 필요가 없다. 김정은이 살을 뺀 것도 이제는 자신이 스스로 자신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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