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파이어족은 행복할까
딩크족, 보보스족, 로하스족, 웰빙족, 니트족, 욜로족 그리고 파이어족
파이어족은 오로지 돈이 최고? 그러다 진짜로 인생에서 해고당할 수 있다
100세 시대, 살아 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더 많다는 사실

객원 칼럼니스트

밀레니얼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파이어족은 행복할까

파이어(FIRE)족이란 용어가 근래 빈번하게 입에 오르내리더니 우리 사회의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다. 파이어족은 밀레니얼 세대가 지향하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부상하고 있다. 파이어족은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적어도 40대 초반 전후에 경제적 자립을 달성하여 조기 은퇴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일컫는다. 그러니까 2030연령대에 수억 혹은 수십억을 벌어 40대 초입에 들어서면 직장을 그만두고 편안하게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하며 살겠다는 것이다.

출퇴근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직장에서 받는 업무 스트레스나 승진에 대한 압박감 등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며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전에 투자, 재테크에 몰두하여 수익을 최대한 올리는 게 지상목표다. 또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철저한 ‘짠돌이’ 정신으로 무장하여 헛돈 쓰지 않고 자산 증식에 성취감과 자기만족감을 얻는다.

파이어족 현상이나 사례에 관하여 최근 들어 언론이나 SNS를 통해 자주 소개된다. 파이이족에 성공한 이들은 하나같이 편안하고 행복하고 멋진 모습들로 비춰진다. 미디어에 소개되는 파이어족들은 평균 30대 나이에 조기 은퇴한 후, 거주지는 예를 들어 제주도로 이사하여 예쁜 집에서 살면서 반려견과 함께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거나, 대부분 이와 비슷한 광경을 연출한다.

파이어족은 2030 나이에 일찌감치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투자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분명코 대단한 능력이다. 그러므로 “직장생활은 이제 그만”을 외치며 미련 없이 떠난다. 더 이상 경제적 부담은 느낄 필요 없이 시원하게 작별을 고한다. 하기야 이렇게 된다면야 직장생활을 계속하며 생계를 매달릴 이유는 없다. 로또복권 당첨자가 시시한 아르바이트 자리는 당장에 걷어찬다 해서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듯 말이다.

파이어족은 오로지 돈이 최고? 그러다 진짜로 인생에서 해고당할 수 있다

파이어족을 택한 사례에 관해서는 인터넷 검색만 해도 흔하다. 유명 MC가 진행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은 파이어족 특집을 마련하여 30대 조기은퇴자가 출연하여 경험담을 들려준다. 미디어에는 39살에 부동산 투자로 21억을 모아 대기업을 조기은퇴 가족과 제주도 정착한 사례, 20대에 비트코인에 투자하여 30억을 벌어서 파이어족 대열에 입성한 사례를 소개한다. 그런가하면 5억 원을 모아 파이어족을 선언 한 여성 등 파이어족도 개개인에 따라 목표하거나 만족하는 돈의 액수가 다르다. 본인이 이 정도의 자산이면 충분하다 느낄 때 파이어족을 택하는 것이다. 또 40세에 조기은퇴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자금 계획을 치밀하게 실행 중인 예비 파이어족들도 흔하다. 인터넷 카페도 여러 곳인데 회원들은 파이어족이 된 계기, 실천수기를 올리며 각종 부업, 주식, 펀드, 부동산, 채권 등 재테크 노하우를 서로 공유한다.

몇 해 전 국내 번역 출판되어 파이어족 확산에 불을 지핀 책이 스콧 리킨스의 『파이어족이 온다』이다. 이 책은 파이어족 현상이 떠오르는 시기에 발맞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정보와 삶의 방식의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이후 서점가에는 파이어족 관련 신간 서적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 신기술혁명의 시대와 함께 성장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 세대와 다르게 개인의식의 파편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개인의 삶과 자기실현에 있어 경제적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시 여긴다.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인해 평생직장 개념도 사라지고,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에 완벽히 적응한 세대다. 2030세대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질적이 부분, 즉 돈이다. 그래서 직장을 다니면서도 주식투자, 비트코인에 열을 올리고 대화의 소재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수익을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다 투자를 잘못해 큰 빚을 져 젊은 나이에 개인회생을 신청하기도 한다. 투자에 성공하여 파이어족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재정적 파탄 상태에 이르러 이른 나이에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기도 한다.

딩크족, 보보스족, 로하스족, 웰빙족, 니트족, 욜로족 그리고 파이어족

파이어족 출현을 보노라면 이전 시대의 트렌드 흐름을 돌아보게 한다. 시대적 여러 요인과 상황에 따라 젊은이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지향점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삶의 가치와 개인의 성취를 결합한 용어가 사회문화 코드를 대변했다. 먼저 사회적 용어로 자리 잡은 ‘딩크족’을 보자. 1980년대 중반 무렵 회자되기 시작하여 결혼은 하되 자녀는 두지 않고 맞벌이를 하는 젊은이들을 딩크족이라 한다.

2000년이 시작되자 신흥 엘리트 계층을 중심으로 ‘보보스족’이란 말이 유행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자신의 저서에서 만든 말이다. 보보스란 부르주아. 보헤미안의 첫 글자를 딴 용어로, 세속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부르주아와 60~70년대의 저항적인 보헤미안 경향을 동시에 갖고 있는 태도를 일컫는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좌파’ 스타일이라 할 수 있겠다.

이어서 ‘로하스족’이 등장했는데 이때부터는 개인의 행복 추구, 삶의 질 가치가 대세로 돌아섰던 시점이었다. 로하스족은 건강한 소비생활과 친환경 중심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다. 로하스족에서 더 진전된 ‘웰빙족’은 유기농 식품, 슬로푸드 같은 식품으로 몸과 마음이 동시에 건강함을 추구한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현상은 경제적인 소득불평등 문제와 직결되어 계층 간의 차별이 뚜렷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다보니 ‘니트족’이란 용어가 생겨났는데, 취업 경쟁에서 밀려나 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계층을 가리킨다. 니트족은 ‘캥거루족’과 겹치는데 직장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경제적 이유로 부모에게 얹혀 사는 젊은이를 캥거루족이라 부른다.

다음은 가장 최근에 젊은 세대의 트렌드였던 ‘욜로족’이다. 1인 가구 증가와 비혼주의자들이 크게 늘어나자 내 집 마련이나 노후대책 보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젊은이들이다. 현재의 트렌드는 앞서 말한 여러 유형들과 엄밀하게 구분 짓기 어렵지만 지금은 욜로족, 파이어족이 뒤섞여 존재하는데 이들에겐 공통분모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두 유형의 공통점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삶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며 가장 핵심은 얼마나 경제적인 부를 갖추느냐가 주된 관심사다.

과거 젊은이들은 영적인 변화를 이끄는 가치에 우선을 두기도 하였고, 물질적 것을 동시에 추구했다. 지금 시대 젊은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자산증식이다. 눈을 뜨면 주식 시세, 비트코인 시세 확인에 하루의 희비가 엇갈린다. 그래서 운이 따르면 부를 쌓아 파이어족으로 향한다.

100세 시대, 살아 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더 많다는 사실

대다수의 국민들은 60세, 혹은 정년을 채울 때까지, 또는 그 이상의 나이에도 일을 한다. 열심히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자녀를 키우며 노후를 대비한다. 이러한 삶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인생이다. 마치 당나귀처럼 일해서 얻는 건 건초더미에 불과할지라도 인간의 삶은 그래서 숭고한 것이다. 필자의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훨씬 많다. 건강하게 열성적으로 살아 온 사람은 60세 이후에도 또 다른 인생 2막을 얼마든지 열어갈 가능성이 더 높다.

혹자는 파이어족을 찬양한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부를 축적하여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조기은퇴해서 마음가는대로 사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런 선택도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날이 돈의 노예가 되어야할 테지만, 그렇다고 40세 조기은퇴 한다고 부에 대한 욕망이 멈춰질까. 의학적 발달로 수명은 길어진다. 살아 온 날보다 노년의 생활이 그만큼 오래간다.

파이어족이 되어 조기은퇴를 한 후 오히려 재테크의 노예가 되어 자신의 보물창고를 채우기 위해 여유를 즐기기는커녕 더 욕망과 싸워야 할지 모른다. 인간은 욕망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파이어족에 성공하여 40세 은퇴한다면 남은 생은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계획도 있어야 한다.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에 터를 잡아 살아도 늘 보는 풍경일 터이고,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미식가 되어보기, 무한한 자유, 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는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은 아닐까. 그러다 만약 경제 불황이 심각해지면 파이어족의 자산은 안전할까. 긴 노년을 보내며 파이어족 이후에도 끊임없이 재테크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산다면 경제적으로 자유롭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이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물질적 풍부함이 중요한 요소이다. 경제적 궁핍은 때에 따라 삶과 영혼을 파괴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경제적 풍족함이 행복과 직결되지도 않음은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생애 주기에 있어 40대는 활력이 넘치고 도전적이며 치열한 삶의 한가운데 있다. 물론 개인의 선택과 가치관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꾸준히 달리는 삶 또한 훌륭하다. 삶은 마라톤과도 같으니까. 그러니 젊은이들은 파이어족을 부러워하지도 파이어족 현상에 현혹되지도 말자.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재물에만 국한된 욕망을 불태우는 것보다 열심히 일하는 곳에서 보람과 긍지를 얻고 일할 수 있는 데 까지는 일하자. 그것이 인생이다. 파이어족을 추구하다 진짜로 인생에서 해고(fire)당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작가,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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