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사가 "코로나 치료 알약, 연말까지 1천만명분 준비"예정이라 밝힌 가운데, FDA의 외부 자문기구는 다음달 30일 회의를 열어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 승인 권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머크사가 "코로나 치료 알약, 연말까지 1천만명분 준비"예정이라 밝힌 가운데, FDA의 외부 자문기구는 다음달 30일 회의를 열어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 승인 권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지난 29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 계획 발표' 브리핑에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40만 명분에 대한 계약을 추진 중"이라며 "이 가운데 MSD(다국적 제약회사 '머크') 몰누피라비르는 이미 20만 명분의 사전 구매 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10월 초만 하더라도 정부는 먹는 형태의 경구용 치료제 2만명분을 선구매하고 추가 물량을 협의하는 상태로 알려졌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6일 "(치료제) 2만명분을 포함해 이미 확보된 물량이 있고 추가로 협의 중인 물량도 있다"며 "개발사와 협의해 계약 사항을 공개할 예정"이라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

구매물량 빠르게 늘어나는 몰누피라비르, 암과 기형 등 부작용 우려에 대한 검증절차 없어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는 머크(MSD), 로슈, 화이자 등의 제품 등이 있다. 정부는 이들 3개 회사와 구체적인 구매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중 로슈는 임상2상 시험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당장 구매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화이자 역시 임상 3상 시험이 12월 9일에 끝나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구매 협의는 진행되지 않는 상태이다. 머크사는 3상을 끝내고 FDA(미국 식품의약국)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상태라, 국내에 도입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아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6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4만명분 정도는 예산을 확보해놓은 상태이고, 약 2만 명분은 이미 선구매 계약을 했다"며 "머크사가 제일 빠르게 FDA에 (승인)신청을 해놓은 상태이고 국내에도 임상시험 중인 제약회사가 있어서 여러 가능성을 다 놓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초 2만명분에 불과하던 머크사의 경구용 제품이 20만명분으로 늘어남에 따라, 머크사의 치료제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의 안전성 논란의 핵심은 암과 기형 등 심각한 부작용 우려에 있다. 머크가 임상조건에 임산부나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을 제외하는 조건을 명시한 것이 ‘기형아 발생’ 등과 같은 부작용 가능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MSD 의학부 김요한 상무, “임산부 제외는 임상시험의 교과서적 조건”

이와 관련해 한국MSD 의학부 김요한 상무는 강력 반박했다. 김 상무는 “임산부 대상으로 개발하는 신약이 아니라면, 임상시험 단계에서 임신부나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을 배제하는 건 매우 교과서적이고 일반적인 일이다”면서 “기형아 발생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고 밝혔다. “동물실험에서 안전성 확인을 하더라도 인체 임상에서 어떤 예상치 못한 이상반응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 시 성별 고려사항 가이드라인’에도 “가임기 여성이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전에 생식발생독성시험을 완료해야 한다. 임신과 관련돼 사용되는 약물에 대한 임상시험을 제외하곤 시험계획서에 개발 약물의 태아 노출 가능성 최소화 방법을 명시해야 한다. 연구 기간이 길 경우 임상 참여 기간 동안 피임을 확실히 하고 성관계를 자제하며, 임신테스트 하는 것도 약물의 태아 노출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고 명시돼 있다.

다수 국내 전문가들 머크사 입장에 동조...중대 설대우 교수, 머크사 주장 허점 지적하며 총리 면담 신청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머크사 주장 허점 지적하며 몰누피라비르 구매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현재 TBS ‘코로나 특보’에서 코로나와 관련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쉬운 말로 전달하고 있다. [사진=TBS 코로나 특보 화면 캡처]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머크사 주장의 허점을 지적하며 몰누피라비르 구매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현재 TBS ‘코로나 특보’에서 코로나와 관련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쉬운 말로 전달하고 있다. [사진=TBS 코로나 특보 화면 캡처]

대다수 국내 전문가들은 이 같은 머크사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머크사 주장의 허점을 지적하며 몰누피라비르 구매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설 교수는 고려대 유전공학과를 졸업하고 피츠버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세포분자병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같은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분자생물학 분야에서는 상당한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설 교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정부 백신센터 이사 및 신약개발관련 여러 위원회에서 활동중이거나 활동한 바 있는 관련분야 최고의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현재 TBS ‘코로나 특보’에서 코로나와 관련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쉬운 말로 전달하고 있다.

지난 29일 설 교수는  ‘코로나 특보’에서 머크사의 먹는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와 관련, 전문가들과의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다. 당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기사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밝힌 ‘몰누피라비르 부작용은 문제 없다’는 의견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서 설 교수는 코로나 방역의 사령탑인 국무총리 면담을 요청했다. 그 면담이 불발될 경우, 대통령과의 면담까지도 신청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에 앞서 설 교수는 “한국어든 영어든 머크측에 암, 기형아 발생 관련 안전성 우려에 대해 공개논쟁을 제기”한 바 있다. 머크 측이 안전성 우려에 대해 자신이 있으면, 공개논쟁에 임하는 것도 우려를 해소할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설 교수의 입장은 확고하다. ‘세포분열 단계에서 세포의 유전체 DNA와 미토콘드리아 DNA 복제 시 삽입된 몰누피라비르가 이들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고, 이런 돌연변이가 암이나 기형 유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펜앤드마이크 10월 29일자 ‘머크사의 먹는 코로나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두 얼굴’ 기사 참조

설 교수, 펜앤드마이크에 머크사 주장을 재반박하는 5가지 근거 제시... ⓵사이언스 외부 기고문, “몰누피라비르와 같은 물질을 동물에 투여할 경우 기형이 태어나”

설 교수는 30일 펜앤드마이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머크사 해명을 재반박하는 몇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머크사가 기형과 암 유발 가능성을 알면서도 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들이다.

사이언스지 5월 13일자에는 "몰누피라비르와 같은 물질을 동물에 투여할 경우, 태어나는 동물에 이가 없거나 두개골의 일부분이 소실된 기형이 태어났다”고 게재돼 있다. 빨간색 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해당 내용이다. EIDD-2801은 몰누피라비르의 물질 이름이다. [사진=사이언스 본문 캡처]
사이언스지 5월 13일자에는 "몰누피라비르와 같은 물질을 동물에 투여할 경우, 태어나는 동물에 이가 없거나 두개골의 일부분이 소실된 기형이 태어났다”고 게재돼 있다. 빨간색 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해당 내용이다. EIDD-2801은 몰누피라비르의 물질 이름이다. [사진=사이언스 본문 캡처]

첫째, 설 교수는 미국 ‘사이언스’지 5월 13일자 외부 기고문을 제시했다. 이 기고문은 국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는 내용이다. 이 기고문은  “몰누피라비르(EIDD-2801)와 같은 물질을 동물에 투여할 경우, 태어나는 동물에 이가 없거나 두개골의 일부분이 소실된 기형이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용에 엄청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한 톤으로 경고하고 있다. 설 교수는 “이런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머크가 동물임상자료 결과를 공개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⓶ “머크사의 임신관련 까다로운 조건은 교과서적 조건 아냐”...“화이자, 로슈 조건은 단순해”

둘째, 설 교수는 NIH(미국 국립보건연구원) 임상시험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온 3사의 약품에 대한 임상 자료도 제공했다. 몰누피라비르의 임상 2상 자료는 다른 제약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신과 관련해 엄청난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게 설 교수의 주장이다.

몰누피라비르의 임상 2상은 원개발자인 리지백 바이오테라퓨틱이란 회사가 주도했고, 머크사는 임상 3상에서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같은 물질이기 때문에 결과는 동일하다는 것이 설 교수의 설명이다.

임상 2상 자료의 자격 기준에서 ‘포함 조건’ 7~9번에 걸쳐 임신과 관련된 엄격하게 까다로운 기준이 제시돼 있다. 가임기 여성에게 치료 기간인 5일 및 이후 4일 이상 성행위를 절제하거나 피임을 요청하고, 남성 역시 치료 기간인 5일과 마지막 복용 후 4일 이상 성행위 절제 및 피임을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포함돼 있다.

NIH(미국 국립보건연구원) 임상시험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온 몰누피라비르의 임상 2상 자료는 다른 제약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신과 관련해 엄청난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포함 조건’ 7~9번에 걸쳐 임신과 관련된 엄격하게 까다로운 기준이 제시돼 있다. 사진은 7번과 8번의 일부이다. [사진=NIH 임상시험 정보 데이터베이스 캡처]
NIH(미국 국립보건연구원) 임상시험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온 몰누피라비르의 임상 2상 자료는 다른 제약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신과 관련해 엄청난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포함 조건’ 7~9번에 걸쳐 임신과 관련된 엄격하게 까다로운 기준이 제시돼 있다. 사진은 7번과 8번의 일부이다. [사진=NIH 임상시험 정보 데이터베이스 캡처]

설 교수는 이에 대해 “결코 교과서적이고 통상적인 조건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임상 2상에 실패한 로슈의 자격 기준과 현재 임상 3상이 진행중인 화이자의 자격 기준을 비교해보면 더욱 명백하다. 화이자는 ‘포함 기준’에서는 아예 임신과 관련된 언급이 없으며, ‘제외 조건’에서 간단하게 ‘임신 또는 모유 수유 중인 여성’이라고 한 줄로 언급돼 있다.

화이자의 임상자료에 따르면, '제외 기준'으로 '임신 또는 모유 수유 중인 여성'으로 간단히 기재돼 있다. [사진=NIH 임상시험 정보 데이터베이스 캡처]
화이자의 임상자료에 따르면, '제외 기준'으로 '임신 또는 모유 수유 중인 여성'으로 간단히 기재돼 있다. [사진=NIH 임상시험 정보 데이터베이스 캡처]

로슈의 자격 기준을 살펴보면 ‘포함 기준’에는 임신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제외 기준’에서 화이자보다는 다소 길게 표시돼 있다. ‘임신 또는 모유 수유, 또는 연구 중 또는 AT-527 최종 투여 후 30일 이내에 임신을 의도하는 경우. 가임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검진에서 반드시 음성의 소변 임신 검사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제한돼 있다. 역시나 콘돔 등 성관계에 대한 제한은 없다.

로슈의 자격 기준으로는 ‘제외 기준’에서 ‘임신 또는 모유 수유, 또는 연구 중 또는 AT-527 최종 투여 후 30일 이내에 임신을 의도하는 경우. 가임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검진에서 반드시 음성의 소변 임신 검사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제한돼 있다. [사진=NIH 임상시험 정보 데이터베이스 캡처]
로슈의 자격 기준으로는 ‘제외 기준’에서 ‘임신 또는 모유 수유, 또는 연구 중 또는 AT-527 최종 투여 후 30일 이내에 임신을 의도하는 경우. 가임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검진에서 반드시 음성의 소변 임신 검사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제한돼 있다. [사진=NIH 임상시험 정보 데이터베이스 캡처]

⓷“과거에도 머크사의 바이옥스, FDA 승인받았지만 집단소송으로 자진회수 결정”

셋째, 설 교수는 머크사가 임상시험 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면서 머크사의 관절염 진통제 바이옥스(vioxx)를 예로 들었다. 2005년 당시 국내 파이낸셜뉴스는, ‘머크사가 자체 임상실험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실험 결과를 폐기토록 했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옥스는 FDA의 승인을 받은 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으며, 아스피린 발명 이후 가장 획기적인 진통소염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미국 일부 주(州)에서 주민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약 2만 7000명이 바이옥스 복용으로 심장질환을 일으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4년 9월 바이옥스 판매사인 머크사는 바이옥스의 전 세계적인 취하 및 자진 회수를 발표했다.

⓸“독일 ‘탈리도마이드’도 동물실험 안전성 확인됐다고 했으나 부작용 발생”

넷째, 설 교수는 한국 머크사의 해명에 대한 반박의 근거로 1960년대 독일에서 크게 문제가 되었던 ‘탈리도마이드’ 사건을 거론했다. 머크사의 주장은 당시 해당 제약사가 했던 말과 ‘판박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그 약은 특히 입덧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어 많은 임신부들이 사용하였으나, 이 약을 복용한 산모에게서 사지가 없거나 짧은 신생아들이 태어났다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렇게 기형아로 태어난 아이들은 신체적 기형 뿐만 아니라 생존률도 낮았고, 그나마 살아 남아 성인이 된 아이들도 한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했다.

당시 제약사는 제품 광고시 '무독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이미 동물실험에서 DNA에 돌연변이나 손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 교수가 설명했다. 현재 머크사가 하는 말과 똑같다는 것이 설 교수의 입장이다. 따라서 좀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⓹“11월 30일 FDA의 외부자문단 회의에서 안전성 문제 논의”

다섯째, 설 교수는 “머크사가 지난달 11일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FDA에 제출했다”면서 “당초 FDA는 외부 자문단 검토를 생략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전문가들이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11월 30일(현지시간)에 외부 자문단 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몰누피라비르의 부작용 우려로 인해 긴급사용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자문단 회의라는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자문단 회의 결과에 따라, 몰누피라비르의 사용승인과 판매가 결정될 예정이다. 회의 결과를 거쳐 심사와 허가에 이르려면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내년 1~2월에나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회의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이 미국 의료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약품에 대해 FDA의 승인이 나기도 전에 20만명분을 구매한 것은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백신 구매가 늦은 탓에 전 국민으로부터 질타를 당했던 뼈아픈 실책을 되풀이 하지않으려는 방역 당국의 의도가 ‘이번에는 너무 앞서 나갔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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