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종식시킬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으는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를 둘러싼 글로벌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머크사가 ‘몰누피라비르’를 내놓으면서 서막이 올랐다. 지난 4일 영국은 전 세계에서 최초로 몰누피라비르를 승인하면서, 머크사의 원군이 되었다.

화이자가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출시하면서 머크 주가는 급락

하지만 지난 5일(현지시간) 화이자가 ‘팍스로비드’라는 경구용 치료제를 내놓으면서, 머크사와의 일전을 예고했다. 화이자의 치료제가 머크 치료제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효능을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양사의 주가는 희비가 갈렸다. 이날 화이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0.86% 폭등했다. 반면 머크 주가는 9.86%까지 하락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화이자는 ‘팍스로비드’라는 경구용 치료제를 내놓았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가 머크의 몰누피라비르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효능을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이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0.86% 폭등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화이자는 ‘팍스로비드’라는 경구용 치료제를 내놓았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가 머크의 몰누피라비르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효능을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이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0.86% 폭등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자는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코로나19 확진자를 상대로 한 임상시험 결과, 증상이 발현된 지 사흘 내에 치료제를 투여하면 입원·사망 확률이 89%, 닷새 안에 약을 복용하면 85%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제약업계에서는 “화이자의 임상시험 결과가 머크보다 나쁘지만 않다면, 화이자가 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전문가 집단의 예측이 파다했다.

머크는 지난달 초, 증상이 나타난 지 닷새 안에 치료제를 투여했을 때 입원이나 사망 확률이 약 50% 줄었다고 발표했다. 객관적인 수치 상으로 5일 이내 투여 기준, 머크는 입원·사망 확률이 50% 감소하는 데 비해, 화이자는 85% 감소하는 것을 보여준다.

주식 시장에서 양사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단지 이처럼 입원·사망 확률의 차이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양 사 제품의 근본적인 안전성과 위험성의 차이에 따라 주식 시장이 반응했다는 분석이다.

해슬타인 전 하버드 교수의 지난 4일 몰누피라비르 위험성 경고, 머크 주가하락에 작용한 듯

해슬타인(Haseltine) 전 하버드 의대 교수는 포브스(Forbes)지 기고문을 통해 몰누피라비르의 위험성을 알리며, ‘FDA가 머크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경고를 한 바 있다. [사진=포브스 캡처]
해슬타인(Haseltine) 전 하버드 의대 교수는 포브스(Forbes)지 기고문을 통해 몰누피라비르의 위험성을 알리며, ‘FDA가 머크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경고를 했다. [사진=포브스 캡처]

업계에서는 머크사의 주가가 떨어진 데는 지난 4일자 포브스(Forbes) 지에 게재된 해슬타인(Haseltine) 전 하버드 의대 교수의 기고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슬타인 전 교수는 공중보건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특히 에이즈와 같은 바이러스 분야에서 유명한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해슬타인 교수는 11월에만도 몰누피라비르에 관한 3건의 기고문을 통해 몰누피라비르의 위험성을 알리며, ‘FDA가 머크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경고를 한 바 있다.

8일 TBS ‘코로나 특보’에 출연한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해슬타인 교수의 이런 기고문 내용을 밝히며, “화이자의 임상 시험 결과대로 효과가 인정되면, 100% 게임 체인저가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몰누피라비르 선구매 반대한 설대우 교수, “화이자 임상효과 인정되면 100% 게임 체인저”

설 교수는 앞선 방송에서도 머크의 부작용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를 한 바 있다. ‘세포분열 단계에서 세포의 유전체 DNA와 미토콘드리아 DNA 복제 시 삽입된 몰누피라비르가 이들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고, 이런 돌연변이가 암이나 기형 유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반면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는 돌연변이의 위험성이 없어, 안전하다는 것이 설 교수의 주장이다.

설 교수는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는 2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진 복합체로, “2가지 성분 중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효소가 작동하는 것을 억제해, 복제효소가 잘 안 만들어지게 하는 성분이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갖는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성분은 우리 세포에 작동하지 않고 오직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단백질 분해 효소에만 작동하는데, 성분만으로 따지면 ‘타미플루’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 설 교수의 설명이다. 단 이 성분이 우리 몸에서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도록 돕기 위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인 ‘리토나비르’와 혼합 투여된다. 따라서 이 리토나비르로 인한 부작용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설 교수는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갖는 성분이든, 리토나비르든, 복제효소이든 그 어떤 것도 유전체에 끼어들거나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거나 암이나 기형을 일으키거나 이런 작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도록 돕는 리토나비르는 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메스꺼움‧설사‧구토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곧 없어진다는 것이 설 교수의 설명이다.

설대우 교수, 펜앤드마이크 및 ‘Korea JoongAng Daily’에서 몰누피라비르 거듭 비판

설대우 중앙대 교수는 지난 7일 발간된 ‘Korea JoongAng Daily’에서 “미국의 상황은 한국과 전혀 다르고, 미국의 건강보험 프로그램은 한국보다 훨씬 열악하다. 미국이 이 위험한 약(몰누피라비르)을 사용하기를 원한다고 해서, 한국이 이 약을 들여와서는 안 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사진=Korea JoongAng Daily 캡처]
설대우 중앙대 교수는 지난 7일 발간된 ‘Korea JoongAng Daily’에서 몰누피라비르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사진=Korea JoongAng Daily 캡처]

설 교수는 지난 7일 발간된 ‘Korea JoongAng Daily’에서도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상황은 한국과 전혀 다르고, 미국의 건강보험 프로그램은 한국보다 훨씬 열악하다. 미국이 이 위험한 약(몰누피라비르)을 사용하기를 원한다고 해서, 한국이 이 약을 들여와서는 안 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설 교수는 앞서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도 이미 구매 계약을 체결한 20만명 분의 몰누피라비르에 대해 ‘계약 파기’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면 “머크사로부터 약품을 구매하는 국내 제약사를 대신해 정부가 몰누피라비르 대신 어떤 약품을 구매하고, 국내 제약사에게 그 약품을 주고 대금을 받는 방식도 고려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 방법마저도 불가능하다면, 백신 보급률이 너무나 저조한 아프리카의 나라에 기부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백신이 너무 부족한 나라 입장에서는 백신을 대신해 당장 치료제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몰누피라비르 20만명분을 선구매한 방역당국은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내년 2월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부가 선구매 계약을 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국내 도입 시기와 관련해 "정부는 40만4천명분의 경구용 치료제 확보를 결정했고, 내년 2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이 도입을 검토한 40만4천명분의 경구용 치료제 중, 머크사가 20만명분이며 화이자는 7만명분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13만4천명분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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