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공식 행사에서는 시작 전에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진행한다. 총칭 '국민의례'라고 하는데, 이는 각종 의식이나 회의 또는 행사에 있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기에 대한 예를 표하고, 애국가를 제창해 애국심을 드러내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행해진다.

하지만 많은 대학교의 총학생회 혹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여는 회의에서는 '국민의례' 대신 '민중의례'가 행해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에 실제 필자가 재학 중인 경북대학교 총학생회 중앙비대위의 '2021 하반기 정기 전교 학생 대표자 회의' 자료집을 확인해보니 아래와 같이 '국민의례'가 아닌 '민중의례'로 돼 있었다.

또한 이는 ‘경북대학교 총학생회 전교학생대표자회의 운영 및 시행에 관한 세칙'(이하 '전학대회 시행세칙')에도 명시돼 있는 내용이다. 세칙에 따르면 회의 순서는 '성원 보고'→'민중의례'→'개회 선언'→'안건 채택'→'회순 채택'→'안건 토의'→'안건 표결' 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현재 전학대회를 담당하고 있는 총학 중앙비대위 측에 문의한 결과 “민중의례를 진행하지 않은지는 꽤 됐으나 세칙에 명시돼 있기에 식순에는 포함시키고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민중의례'는 소위 노동계와 운동권에서 행해지고 있는 의식으로, 애국가 대신 주먹을 쥔 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진행하지 않고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진행한다. 실제로 많은 공무원 노동조합에서 행사 때마다 민중의례를 진행해왔고, 민중의례가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2009년에는 행정안전부가 이를 금지하는 공문을 각급 기관에 하달하기도 했다.

당시 행안부 관계자는 "공무원이 주먹을 쥔 채 민중가요를 부르고 대정부 투쟁 의식을 고취하는 행위는 헌법의 기본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 신분인 공무원의 품위를 해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민중의례는 아직 많은 대학들의 학생회에서 내려오는 전통에 따라 시행 돼왔거나 행해지지 않더라도 세칙 상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달리 말하자면 구시대적인 586 운동권의 유산이 아직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선술한대로 '투쟁 의지'를 불 피울 수 있는 행위를 공식적인 학생 대표 기관이라는 학생회 측에서 공식 행사 때마다 실시하는 것은 학생회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총학의 지위를 고려한다면 중앙 정부 기관과 같이 국민 의례를 진행해 공식 행사들을 꾸려나가야 한다.

조속한 시일 내로 낡고 편향된 전통을 탈피하는 총학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강사빈 한국역사진흥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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