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대표단, 9일 대만 '깜짝 방문'...중국은 '전시 대비 순찰 훈련' 벌이며 노골적인 반감 내비쳐
지난 6월에 이은 두번째 방문...중국 국방부 "앞으로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간섭이나 대만 독립 시도에도 결연히 대처할 것"
미국 의회 대표단이 미군 수송기를 통해 9일(현지 시각) 대만을 ‘깜짝 방문’한 가운데, 같은 날 중국 국방부는 대만 해협에서 ‘전시 대비 순찰 훈련’을 실시하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순찰 훈련의 궁극적인 목적이 ‘양안 문제에 잘못된 방식으로 개입하려는 유관국들과 대만 독립 세력에 경고하기 위함’이라 밝혔다.
최근 몇 개월 간 대만 해협 내 긴장감은 고조돼 왔다. 대만 해협에서 중국 공군의 무력 시위가 1년도 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국방부는 9일 “6대의 중국군 항공기가 대만의 남서쪽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며 “침범한 항공기에는 J-16 제트 전투기와 두 대의 정찰·감시기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쑤전창(蘇貞昌) 대만 행정원장(총리)은 이번 방문에 대한 질문에 “대만과 미국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며 “친구 간 상호 방문은 존중 받아야한다”고 답했다. 쑤 원장은 “양국은 상호간 호혜적 관계를 바탕으로 곧 적절한 협의에 이르게 될 것”이라 덧붙였다.
사실상 대만 내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대만협회(American Institute in Taiwan·AIT)는 이번 방문에 대한 질문에 즉각적인 대답을 피했다.
중국 국방부는 성명문을 통해 미국 상하원 의원들의 대만 도착 소식을 언급하며, “중국은 이번 방문에 단호하게 반대하며 미국과 대만 측에 강력하게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 사무실 역시 비슷한 내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다만 국무원 대변인은 “양안간 전쟁에 관련된 루머가 퍼져 나가서는 안된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전쟁이 임박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미국 국방부는 의회 대표단이 '군 수송기'를 이용해 방문한 것에 관련한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 존 커비는 “의회 대표단이 군 수송기로 대만에 방문한 것은 올해 들어 두번째 있는 일”이라며 “외국 방문에 수송기가 동원되는 것은 전혀 이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9일 정확히 어떤 의원들이 방문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상원의원 3명이 대만을 군 수송기를 이용해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중국 국방부는 해당 방문을 “무책임하고 위험한, 구역질나는 정치적 도발”이라고 맹렬하게 비난했다.
그간 중국은 대만에 대한 통제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왔다. 이번 중국 국방부 담화에서도 “인민해방군은 앞으로 고도의 경계 상태를 유지할 것이며, 필요한 조치를 취해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간섭이나 대만 독립 시도에도 결연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 밝히는 등 양국간 무력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재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