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11.10(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11.10(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한국현대사에 대한 역사관이 지난 12일 적나라하게 드러남에 따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바로 이날 美 방한단(존 오소프 미국 상원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20세기 초 미국의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거론한 것.

이번 방한단 접견 취지와 맞느냐는 논란 또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7월1일 그는 "친일세력들이 미(美) 점령군과 합작,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느냐. 나라가 깨끗하게 출발하지 못했다"라고 말해 역사관 논란을 촉발했었다.

김원웅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지난 5월21일)"이라는 발언과 맞물렸는데, 이에 대해 국민의힘(정경희 의원)은 "북한의 역사교과서와 거의 판박이"라는 우려를 밝힌 바 있다.

그래서 기자는 당시 국민의힘이 우려된다며 밝힌 핵심 근거인 문제의 북한 교과서 <조선통사-북한사회과학원, 1958년판>의 1987년 판본 발췌본을 13일 오전에 직접 입수, 이를 들여다봤다.

현 집권여당 대선 후보의 '가쓰라-태프트' 발언 등을 종합, 국민의힘에서 터져나왔던 "북한 교과서와 판박이"라던 지적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을 접견, 악수하고 있다. 2021.11.12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을 접견, 악수하고 있다. 2021.11.12 (사진=연합뉴스)

#1. 이재명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 美가 가쓰라-태프 협약으로 승리했기 때문"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난 12일 발언부터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美 상원의 존 오소프(조지아주) 의원과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은 미국의 지원과 협력 때문에 전쟁을 이겨서 체제를 유지했고 경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거대한 성과의 이면에 작은 그늘들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는데, 논란의 발언은 곧장 다음 이어진다.

▶ "일본에 한국이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리했기 때문이고, 결국 나중에는 분단이 된 게, 일본이 분단된 게 아니라 한반도가 분단돼서 전쟁의 원인이 된 것은 사실 전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 있는 것이죠."

그러면서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美 상원 의원이 이런 문제까지 인지하고 계신다고 들어서,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으로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美 존 오소프 의원은 오히려 '한미동맹'을 언급했다. 그는 "어제(지난11일) 전쟁기념관에 헌화했는데, 다시 한번 양국동맹(한미동맹)의 중요성, 영속성을 깨달았다"라며 "한국 국민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1.10.10(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1.10.10(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2. 문제의 北 역사교과서 속 '가쓰라-태프트 협약', 어떻게 실렸을까

여기서 계속 거론되는 것은 바로 ▲ 가쓰라 태프트 협약 ▲ 한반도 분단 ▲ 6.25 전쟁 원인 등을 궤뚫는 집권여당 대선 후보의 발언이다.

이미 지난 7월 "美 점령군" 발언 등에 대해 국민의힘은 "북한 교과서와 판박이"라고 지적했는데, 이번 '가쓰라 태프트' 발언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도 주요 쟁점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펜앤드마이크는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이 밝힌 '북한 조선 통사 1958년판'의 내용이 담긴 지난 7월4일자 기사 <"美 점령군"···北 교과서 표현을 그대로 옮기는 與 대권 주자의 놀라운 역사인식>를 보도한 바 있다.

핵심은 <조선통사-북한사회과학원, 1958년판>의 1987년 판본 발췌본으로 기자는 13일 오전 해당 문건을 입수, '가쓰라 태프트 협약'에 관한 북한의 주장을 확인했다. 해당 문건에서는 "북한의 과학원 역사연구소가 1958년 9월 발행한 '조선통사(하)'로 총 15개 장으로 나눠 서술한다"라고 소개돼 있다. 다음이다.

[조선통사-북한사회과학원, 1958년판]의 1987년 판본 발췌본으로, 기자는 13일 오전 해당 문건에서 '가쓰라 태프트 협약'에 관한 북한의 주장을 확인했다. 2021.11.13(사진=조선통사, 편집=조주형 기자)
[조선통사-북한사회과학원, 1958년판]의 1987년 판본 발췌본으로, 기자는 13일 오전 해당 문건에서 '가쓰라 태프트 협약'에 관한 북한의 주장을 확인했다. 2021.11.13(사진=조선통사, 편집=조주형 기자)

#3. 北 교과서 "미(美) 제국주의, 조선에 대한 일제의 '보호국'화를 허용했다"

▲ "일제의 조선강점정책을 방조한 미제와 국내 매국역도들의 죄악"

▲ "미제국주의는 다른 열강보다 중국영토 약탈경쟁에 한 걸음 뒤떨어져 참여했으나, 장차 본격 침략을 위한 원대한 계획과 실질적인 이권 추구에 있어서는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 "1905년 6월 미국의 주선에 의해 포스마스(포츠머스)강화회의가 열리던 전후 시기에 이미 미국의 계획에 의해 조선의 운명은 결정되었으며 그 계획을 위해 일본과의 사이에는 일체 필요한 거래가 성립됐다."

▲ "동년···미국은 육군장관 타프트(태프트)를 일본에 파견하여 일본수상 계태랑(桂太郞, 가쓰라)과의 사이에 비밀회담을 진행했다."

▲ "여기에서 미제는 일본으로부터 그 식민지 비률빈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보증을 받을 대신에 조선에 대해 '어떠한 결정적 수단을 단연 취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한 일본 태도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조선이 일제의 '보호국'화를 허용했다."

▲ "이에 타프트(태프트)는 "자기 개인의의견으로는 조선은 일본의 허락없이는 여하한 대외조약도 체결할 수 없다는 요구를 할 수 있는 정도의 보호를 일본군대로써 수립하는 것은 현재 전쟁의 논리적 결과이며 따라서 극동에서의 항국적 평화에 공헌할 것"이라고 언명했다."

▲ "···조선에 대한 처리는 두 강도들의 밀담에서 결정됐다···미국은 조선을 일제에게 넘겨주는 죄악적 행위를 아무러한 꺼리낌 없이 진행하는 일방 일제와 더불어 짜리 로씨야에 압력을 가하면서 강화조약을 촉진시켰다."

▲ "미영제국주의자들은 조선에 대한 일본의 '보호정치' 내지 '합병'까지도 승인했다···이것은 노회한 미제의, 조선에 기어들던 첫날부터 떠들던 기만(欺瞞)적 선전(宣傳)의 효과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11.10(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11.10(사진=연합뉴스)

#4. 이재명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美 의원이 식민지 역사 많이 안다고 들어서"

이같은 내용이 숨겨져 있던 것으로 13일 나타난 가운데, 지난 12일 美 오소프 의원 접견을 마친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날 만난 기자들에게 "(접견식)오픈할 때 다 얘기했다"라며 "덧붙일 말이 하나도 없는데, 제가 그 얘기를 꺼낸 이유는 오소프 의원이 한일 역사, 식민지 역사에 관심 많고 많이 알고 있다고 들어서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은 곧장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방한은 한미 양국 관계가 중요하고 핵심적이란 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한 미국 상원대표단의 방문목적에 찬물을 끼얹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면서 "집권 여당 대선 후보가 처음 만나는 혈맹국 의원에게조차 '네 탓'을 시전할 것이라고는 미처 상상할 수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미(反美) 감정을 미국 상원대표단에게 설교하듯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태도 역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이재명 후보가 만약 당선 된다면, 외교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무엇보다 흔들리고 있는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 가능하다"라는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 역시 이날 "지난 7월엔 미군을 '점령군'으로 표현하며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기도 하지 않았는가"라며 "의도된 도발이라면 왜 이재명 후보의 결례는 유독 미국에만 선택적으로 발생하는지, 도대체 외교적 상식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쏘아붙였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경기도지사였던 지난 6월22일 여의도 국회 인근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어떤 의구심도, 어떤 의혹도 피할 수 없다"라면서 "정치인은 발가벗는다는 심정으로 모든 의혹이나 모든 질문에 답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을 접견하고 있다. 2021.11.12(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을 접견하고 있다. 2021.11.12(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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