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로 전환한 지 2주 지난 시점에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의 증가폭이 심상치 않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사태이지만, 문제는 정부 당국자 간의 인식 혼선이다. 위드코로나 정책의 방향을 둘러싸고 엇갈린 판단을 드러내고 있다.

위중증 환자 증가 두고 정부 당국자 간 엇갈린 판단 드러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일상회복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속도 조절론’을 제기했다. 지난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의 발언에서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를 지속하거나, 방역조치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코로나19 방역의 또 다른 컨트롤 타워인 보건복지부는 일상 회복 1단계를 연장하거나, 방역 강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1명의 확진자가 추가 감염을 일으키는 정도를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가 1.2에서 1.07로 다소 떨어졌다는 점에서다.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단계적 일상회복 초기에 예상했던 일’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면접촉, 겨울철 실내활동 증가, 백신접종 효과 감소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확진자가 많이 늘어났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보건복지부가 너무 관망한다며 반발하는 분위기이다. 무엇보다도 서울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비상체계 발동 기준인 75%를 넘어서면서, 일상회복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속도 조절론'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위드코로나 먼저 시행한 선진국 최근 동향 참고해 선제적 대응책 마련해야

위드코로나를 먼저 시행한 독일에서는 최근 확진자 폭증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사지KBS 방송 화면 캡처]
지난 8월 사실상의 위드코로나를 시행한 독일에서는 최근 확진자와 중환자 수의 폭증이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KBS 방송 화면 캡처]

확진자 폭증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몇개월 먼저 위드코로나를 도입한 일부 국가들 역시 일일 확진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자,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락다운' 정책과 백신패스 재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위드코로나 국면에서 백신 접종률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백신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심지어 미접종자가 코로나에 걸릴 경우, 자비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조치도 시행될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한 반발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정부 당국이 위드코로나를 먼저 시행한 선진국들의 최근 움직임을 참고해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① EU 중에서 가장 먼저 위드코로나 시행한 덴마크, 백신패스 재시행하기로

인구 580만 명의 덴마크는 12세 이상의 85.9%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작년 8월부터 대중교통, 상점, 실내 시설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코로나 패스로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도록 해왔다. 높은 접종률과 방역 상황 덕분에 일일 확진자 수가 500명대에서 유지되던 지난 9월 10일 코로나 패스 적용 규제를 사실상 모두 해제했다. 마스크까지 벗는 등 모든 봉쇄 조치를 풀고 '위드코로나'로 진입한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마스크까지 벗는 등 모든 봉쇄 조치를 해제한 덴마크는 EU국가 중 가장 먼저 위드코로나를 시행했다. 사진은 덴마크 코펜하겐 거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지난 8일 신규 확진자 수가 5일 연속으로 2천 명을 넘었고, 중환자실의 중증 코로나 환자 수도 26명에 달하자, 약 2달 만에 다시 방역의 고삐를 틀어쥐기로 했다. 580만의 인구수를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의 유행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감염병위원회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사회적으로 위협적인 질병'으로 분류하고 '코로나 패스'를 재시행하라고 권고했고, 정부는 이 권고를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덴마크의 코로나 패스는 백신 접종 또는 코로나19 음성을 증명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방역패스에 해당한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보건당국이 코로나19 감염자 증가를 예상했지만, 실제 증가 속도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다"며 "코로나 패스가 다시 시행되면 백신 미접종자는 생활이 불편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② 낮은 접종률 탓에 확진자 폭증한 독일, 접종률 강화키로

유럽의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접종률을 보이는 독일은 지금까지는 방역 상황이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10월 마지막주 들어서면서, 직전 주보다 무려 확진자가 42.3%가 증가했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주간 사망자도 1000명을 넘어섰다, 사실상 '위드코로나'로 돌입한 8월 말에 비해 약 7배가 증가한 것이다.

독일은 접종자 중심 거리두기 완화 방안인 3G 정책을 통해, 백신을 접종하거나(geimpft) 접종 후 완치됐거나(genesen), PCR 검사 음성(getestet)을 받은 이들에게는 거리두기에 따른 제약을 없앴다. 반대로 이 세가지 요건에 해당되지 않은 경우, 시설 이용이나 행사 참여에 제약을 주면서 접종률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최근 독일 방역당국은 '미접종 전원이 감염되는 최악의 사태가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진=KBS 방송 화면 캡처]
최근 독일 방역당국은 '미접종자 전원이 감염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사진=KBS 방송 화면 캡처]

그러나 12일 기준 백신 접종완료율은 66%로, 위드코로나에 진입했던 8월 말보다 7%p 오르는 데 그쳤다. 따라서 미접종자들 사이에서 유행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베를린 최대 대학병원인 샤리테의 입원 환자 중 90%는 미접종자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간) 질병 통제와 예방을 책임지고 있는 로버트 코흐 연구소는 “지난 24시간 동안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5만명을 넘어서면서 계속 악화되고 있고, 지난 24시간 동안 코로나와 관련된 235명의 사망자가 등록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독일은 아직 '봉쇄 조치'는 하지 않은 채, 위드코로나를 유지하면서 접종률 상승에 힘쓰고 있다. 직장에서는 3G 정책 도입, 백신 미접종자들을 압박하는 2G(PCR 검사 음성은 제외)정책으로의 전환, 부스터샷 추진 등이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③ 내달부터 백신 미접종자의 치료비는 자비 부담해야 하는 싱가포르

86%라는 높은 접종완료율 덕분에 아시아 최초로 위드코로나를 선언한 싱가포르는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신규 확진자 규모가 팬데믹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인 상황에서, 코로나 위중증 환자 대부분이 미접종자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인구 590만명)는 최근 주간(10월25~31일) 확진자 2만5950명, 사망자 94명이 발생하며, 역대 최대 발생과 사망을 기록했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미접종자의 치료비 자비 부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내달 8일부터 백신 미접종자가 코로나1에 감염될 경우, 치료비를 스스로 부담하도록 할 예정이다. 올해 말까지는 백신을 한 번만 맞아도 치료비를 내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접종을 완료하지 않으면 모두 본인이 내야 한다.

백신 미접종자들은 내년부터 근로 사업장 출입도 불가능해질 것으로 알려진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백신을 완전히 접종했거나, 최근 270일 이내에 코로나에 걸렸다 완치된 직원에 한해 사업장 출근 복귀를 허용한다고 예고했다.

백신 미접종자의 경우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사업장에 복귀할 수 있다. 검사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하며 확인서 유효기간은 검사 후 24시간이다. 고용주는 백신 미접종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키거나, 무급휴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는 해고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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