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유럽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11일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렉키로나에 대해 '허가 권고' 의견을 내린 지 단 하루 만에 정식 허가를 한 것이다.

통상 허가 권고부터 정식 허가까지 1~2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유럽에서의 코로나 재확산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이 렉키로나의 효과와 안전성을 초고속으로 인정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사진합성·일러스트=연합뉴스]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사진합성·일러스트=연합뉴스]

유럽이 렉키로나를 초고속으로 허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유럽이 반색하는 것만큼 활용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난공불락으로 통하는 유럽에서도 인정받은 제품의 국내 활용도가 낮은 점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① 렉키로나는 최초의 코로나 항체 치료제...위중증 폭증하는 유럽에는 ‘가뭄에 단비’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도 항체 치료제의 일종으로 유럽에서 허가됐지만, 렉키로나와는 결이 다른 제품이다. 렘데시비르는 항원을 직접 공격하는 항체 치료제가 아니라, 바이러스 복제를 막는 항바이러스제로 분류된다.

게다가 당초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용으로 개발된 의약품이 코로나 치료제로 변경된 것이다. 따라서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부호가 찍힌다.

이에 비해 렉키로나는 최초의 코로나 항체 치료제이다. 위드코로나로 접어들면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폭증하는 유럽으로서는 렉키로나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② 뛰어난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아

렉키로나는 한국, 미국, 스페인, 루마니아 등 전 세계 13개국에서 코로나19 경증 및 중등증 환자 1315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실시했다. 그 결과 고위험군 환자군에서 중증환자 발생률이 위약(가짜약) 투여군 대비 72% 줄었다는 성적표를 받았다.

증상 개선 시간 역시 고위험군 환자에서 위약 투여군 대비 4.7일 이상 단축됐다. 심각한 부작용 발생도 없었다.

③ 경구용 치료제와 렘데시비르 대비,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

지금까지 유럽에서 항체 치료제로 처방된 렘데시비르의 처방 비용은 2000달러(약 236만원) 수준이다. 반면 렉키로나의 1회 투여분 원가는 약 40만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치료 비용은 훨씬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재확산세에 직면한 유럽 당국 입장에서는 허가를 최대한 빨리 내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와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와의 가격 비교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양사의 경구용 치료제는 5일간 약 700달러 정도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진다.

④ 투약 시간 및 투약 편의성에서도 렉키로나의 장점 많아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는 하루 2회(회당 4정)씩 총 5일간 40알을 복용해야 한다.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 역시 하루 2회(회당 3정)씩 총 5일간 30알을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렉키로나는 병원에서 60분간 정맥투여를 받아야 한다. 이때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렉키로나가 경구용 치료제보다 오히려 편리하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간 30~40알을 먹어야 하는 경구 치료제보다 60분간 한번만 맞으면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환자의 편의성이 크게 뒤처진다고 볼 수도 없다는 평가이다. 게다가 렉키로나는 현재 편의성을 개선한 흡입제형으로도 개발 중이어서, 추후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의 반응과 의료진의 평가가 긍정적일 경우 중요할 모멘텀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렉키로나, 유럽은 18세 이상 허용했는데 한국에선 50세 이상만 투약 가능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는 지난 2월 의료기관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애매한 태도 속에 크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는 지난 2월부터 의료기관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애매한 태도 속에 크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유럽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렉키로나이지만, 국내 의료계 현장에서는 크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유럽에서는 코로나19가 확진된 성인(만 18세 이상) 가운데 보조적인 산소 공급이 필요하지 않고 중증으로 이환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만 50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적용 범위가 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방역당국에서는 렉키로나의 사용을 적극 권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방역당국의 애매한 태도에 의료계 현장에서도 렉키로나의 사용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위중증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는 경증 환자에게 렉키로나를 투약하면 의료체계의 부담도 현저하게 줄일 수 있고, 비용도 훨씬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방역당국이 렉키로나를 적극 권하지 않아서,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간다는 비판을 받는다”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유럽은 18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렉키로나 투여를 승인했는데, 우리나라 질병청은 50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마디로 EMA보다 질병청이 국내 제약사를 대상으로 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이유는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이다.

미국 시장 진출도 추진, 한국 바이오 산업의 신약 개발 본격 진출 신호탄

실제로 바이오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위탁생산(CMO) 및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영역에 치중해 있는 국내 바이오 산업에 셀트리온이 ‘신약 개발’이라는 기폭제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복제약·위탁생산 위주로 수익을 내는 국내 바이오 산업에 셀트리온이 새로운 전기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EMA의 정식 허가를 발판 삼아, 미국 시장 진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품목허가를 위한 사전 미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전략처럼 유럽에서 약품 처방률을 높인 후 안정성 데이터를 확보해 미국에 진출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셀트리온은 유럽 허가를 기점으로 세계 30여 개국 수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의료계와 바이오산업의 발전과 도약을 위해서, 또 위중증 환자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렉키로나는 의료계 현장에서 지금보다 더 많이 활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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