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요소 대란으로 요소수 사태가 발생했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농업용 비료 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요소를 원료로 만드는 요소비료의 가격이 작년 12월말에 비해 4배나 폭등한 데다, 물량 자체를 확보하는 어려움까지 가중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화물차를 비롯한 경유차에 사용되는 요소수를 생산하기 위한 요소는 전체 요소 수입량에서 9.8% 정도로, 아주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농업용’이 전체 요소 수입량에서 55.5%를 차지하고, 다음으로 산업용이 전체의 34.7%를 차지한다.

비료협회 관계자, “폭등한 가격으로도 물량확보 못하는 게 더 큰 문제”

중국이 지난달부터 요소비료의 주요 원료인 요소에 관한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요소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비료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요소 평균 가격은 톤당 724달러로, 지난해 말 274달러 대비 무려 264%나 올랐다.

비료협회 관계자는 19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가격이 치솟으면서 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을 넘어선 것도 문제지만, 높은 가격으로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문제”라며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내년도 비료 생산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요소수 부족보다 실물 경제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요소비료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요소수 부족보다 실물 경제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요소비료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요소비료 부족하면 내년 농산물 가격 폭등하는 인플레이션 불가피

농작물의 생장을 돕는 요소비료는 농업에 필수재이다. 우리나라에서 요소비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는 100% 수입한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요소의 가격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크게 낮은 탓에, 2011년 이후로는 생산을 접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산 요소의 수입이 막히면 요소비료의 원활한 수급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중국이 지난달 중순 요소 수출을 중단하자, 농가와 비료업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요소수 부족으로 빚어진 사태보다, 요소비료 부족이 초래할 사태는 더 심각하다. 당장 내년 초부터 파종을 해야 하는 농가에서는 발등의 불이다. 생육기의 농작물에 비료가 제때 투입되지 않으면 작황이 눈에 띄게 부진해지고, 그 결과 쌀과 마늘·양파 등 채소류의 가격이 급등한다. 채소뿐만 아니라, 사료작물 가격도 크게 올라 육류 가격마저 치솟는다. 결국 농축산물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고 가격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게 된다.

황당한 농식품부 장관과 관계자들, “재고물량은 충분, 농민들이 사재기만 안하면 돼”

하지만 정부‧ 여당은 ‘요소비료가 내년 2월분까지 확보돼 있다’며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요소 문제가 불거진 이후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는 국회에서 ‘요소 등 비료 원자재 수급 관련’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열린 당·정·청 협의회에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어기구·위성곤·윤재갑·이원택·주철현 의원과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장관·김종훈 기획조정실장·김종구 농업생명정책관, 청와대 정기수 농해수비서관, 농협중앙회 최선식 상무 등이 참석했다.

김종훈 농식품부 기조실장은 “올해 말까지 동계작물 재배 등 요소비료 수요량은 1만8,000톤 수준인데, 농협 재고물량이 3만5,000톤임을 감안할 때 공급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내년도 요소비료 총 소요량은 상반기 31만5,000톤, 하반기 15만7,000톤 등이며, 현재 비료업체 확보량은 9만5,000톤으로 2월까지 소요 예상량 4만4,000톤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료 수급 불안과 가격인상 등의 심리적 우려로 농업인들의 ‘가수요’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재고물량을 충분하게 확보했지만, 농민들이 과잉대응하면 수급불균형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김현수 장관은 더 노골적으로 ‘농민 탓’ 논리를 구사했다. 김 장관은 “요소비료가 당장 부족한 것도 아니고 ‘예상되는’ 부담을 지금 의사결정하는 것은 어렵다. 생각보다 빨리 수급 문제가 풀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가격 부담이 실제화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겠다. 특히 지난해 농가별 비료공급량 대비 더 많이 구매하는 일이 없도록 비료 물량관리를 (장관이) 직접 하겠다”며 농가의 ‘사재기’ 근절을 언급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7일 전남 남해화학 여수공장을 방문해 남부지역 동계작물 재배용 요소의 특별공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7일 전남 남해화학 여수공장을 방문해 남부지역 동계작물 재배용 요소의 특별공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농민의 사재기만 근절되면 비료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태도였다. 주무부처 장관이 농가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인식 부재를 드러낸 것이다.

국정운영에서 실패하면 ‘국민 탓’으로 돌리는, 문재인 정부의 고질병이 요소비료 대란을 앞두고 미리 재발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대응방안으로 △비료 원자재 가격 인상분 연동제(연간 고정 계약단가를 분기별 계약단가로 조정) △중국 외 중동 등 수입선 다변화 △구입자금 지원 확대(이차보전 증액, 이율 0%) 및 할당관세 지속 △주간단위로 지역농협별 공급물량 배정 등을 밝혔고, 지난 8일 농식품부 내에 설치한 비료수급대책 TF를 통해 수급상황을 실시간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 관계자, “재고량은 충분한데 가격인상이 문제”

최선식 농협중앙회 상무는 “요소수 품귀현상이 방송으로 보도되며 요소비료까지 부족한 것 아니냐 하는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으나, 재고량을 기준으로 총량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다만 비료가격이 문제인데, 비료업체들이 원재료 값 인상분을 비료가격에 반영할 수 없을까봐 주저하고 있다. 비료가격 원가 연동제를 통해 비료업체를 안심시키면서 비료를 원활히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자재 값 인상 등의 여파로 비료값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누가 인상분을 부담할 것인가에 논의가 집중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비료값 인상분 부담을 농민만 감당하게 해서는 안된다’, ‘비료가격 인상 부담을 농민에게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내용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가 연동제’ 통한 요소비료 가격 인상이 정부 대책...농업발 인플레이션 우려 고조

하지만 농촌현장에서 체감하는 요소비료 부족 사태는 당·정·청 협의회에서 논의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농협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현재 지역농협 요소비료 재고량은 전혀 없다. 김 장관의 예측대로 ‘농가들의 가수요’도 있지만, 공급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핵심 원인이다. 수확이 끝난 극조생 만감류, 마늘 등 월동작물 재배지에는 당장 요소비료가 필요하지만, 지급할 물량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현수 장관의 예측과 달리 ‘수급 문제가 빨리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요소수 품귀 현상은 값싼 중국산 요소에 의존한 탓에서 초래된 측면이 강했다. 그에 반해 비료는 우리나라만 쓰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대표적으로 브라질 커피 농가의 30%가 비료를 못 구해 원두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원두값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중국발 요소 부족 사태는 중국의 심각한 전력난에서 비롯됐다. 충분한 대체 전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글로벌 탄소중립 규제로 석탄 발전을 크게 줄인 결과, 요소의 생산량도 줄었다. 석탄 발전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으로서는 전 세계적 환경 규제 강화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탄소중립 규제가 지속되는 한, 요소 생산량 감축은 기정 사실이다. 그에 따른 요소비료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당·정·청 협의회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원가 연동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실정이다. 비료 가격에 원가 연동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비료 인상분을 농민들에게 모두 전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제적으로 큰 폭의 비료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요소수 대란과 같은 사태를 겪지 않도록 비료 수급 계획과 함께 비료가격 인상에 대한 정부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그렇지 못할 경우 내년에 농업발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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