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형사2부, "발언 의도적으로 편집한 동영상을 교묘히 활용"
'무죄' 선고한 1심 재판부의 경우 "'공공의 관심사'에 해당해 비방 목적 인정 어렵다"

수감 생활 중인 이명박 전(前) 대통령과 종교단체 ‘신천지’(新天地) 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한 ‘인플루언서’ 황희두 씨가 항소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1992년생인 황 씨는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서, 지난해부터는 민주당의 정책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이사로 활동해 오고 있는 인물이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 윤승은 김대현 하태한)는 프로게이머 출신의 유튜버 황 씨에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를 인정하고 황 씨에게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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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 씨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알리미 황희두’. 황 씨는 더불어민주당의 당적을 갖고서 동(同) 정당의 정책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캡처=유튜브 채널 ‘알리미 황희두’)

황 씨는 지난 2007년 8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대선 후보 합동연설회 모습이 담긴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알리미 황희두’에 게재하면서 〈열광하는 신천지 신도들〉이라는 자막을 붙임으로써 이 전 대통령이 종교단체 ‘신천지’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종교단체 ‘신천지’는 기독교(개신교) 주류 교파로부터 ‘이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신천지’ 관련 단체를 통해 중국발(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많이 퍼졌다는 보도가 나오며 대중 일반의 ‘반(反)신천지’ 여론이 고조된 바 있다.

황 씨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공인의 지위에 있다는 점을 들어 ‘공공의 관심사’에 관해 의혹을 제기한 것인 만큼, 황 씨에게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황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비방할 목적’을 갖고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가 훼손될 때 구성되는 범죄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과 ‘공공의 이익’ 간에는 상충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우리 사법부의 일관된 판단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황희두)은 13년 전 대선 경선에서 피해자(이명박)가 한 발언을 의도적으로 편집한 동영상을 교묘하게 활용해 허위사실을 반복적으로 적시했다”며 “신천지가 코로나19 확산 진원지로 지목된 당시 사회의 분위기 속에 국민 불안감과 신천지를 향한 반감(反感)을 틈타 전파성 높은 유튜브를 통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서울강남노회에 속한 소망교회(창립 1977년)의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으로서, 이 교회의 장로로 활동한 사실이 있을 만큼, 신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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