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정가서 최종건 발언에 비판 목소리 커져 “‘전략적 파트너’ 용어는 너무 자주 사용되고 의미가 부풀려져 있어”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방문에서 “중국은 한국의 전략적 파트너”라고 주장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에 대해 워싱턴 정가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 국무부는 최 차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에 도전하려는 중국의 야심과 권위주의에 함께 맞서야 한다며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어떤 형태의 한중 관계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묻고 싶다’는 최 차관의 공개 질의에 답할 의향이 있느냐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질문에 “미국 지도부는 미국과 경쟁하려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야심이 커지는 것을 포함해 권위주의가 증대되는 새로운 순간에 대응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우리는 전염병에서 기후 위기, 핵확산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21세기 도전이 가속화하고 있는 새로운 순간에 대응해야 하고, 이는 오직 국가들이 함께 협력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혼자서는 할 수 없다”며 미국의 대중국 견제 등에 한국이 힘을 실어달라는 뜻을 시사했다.

앞서 최 차관은 지난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전략포럼에서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하면서 “한중이 좋은 관계를 갖는 것과 나쁜 관계를 갖는 것 중 어느 쪽이 미국에 이익인지 수사적 의문을 던지고 싶다”며 “나는 분명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최 차관은 이날 행사에서 종전은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며 짧은 시간에도 합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비핵화 대화와 평화 회담을 위한 길을 열어줌으로써 남북한과 미국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데 있어 의미있는 진입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 차관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한국전쟁 종전선언 등이 해법이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 과정을 시작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미국의 전직 관료들은 최 차관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에반 베데이로스 전 백악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한미동맹 관계가 계속되려면 양국은 중국의 도전에 대응해 같은 위치에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랜들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한미동맹이 그런 식으로 표류한다면 점차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최 차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중국이 한국의 ‘전략적 파트너’가 맞는지 여부를 떠나 민감한 역내 현안에 대한 동맹 간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의 고위 관리가 공개발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최 차관이 사용한 ‘전략적 파트너’라는 용어에 대해 전문가들은 “너무 자주 사용되고 의미가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전략적 파트너’라는 용어는 최근 몇 년 동안 그 의미를 많이 잃었고, 심지어 명백하고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는 나라들을 묘사하는데 사용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조약 동맹이자 한국을 침략한 마지막 중국이 ‘전략적 동반자’로 묘사되는 것을 듣는 것은 불쾌한 일”이라고 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중국이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에 경제적 강압을 가하는 것은 중국이 민주주의 한국의 전략적 파트너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한편 미 국무부 관계자는 ‘중국 역할론’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북한의 제재 회피 노력과 싸우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모든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에 따른 의무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중국에 촉구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한중관계를 뛰어넘는 한미관계의 특수성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강조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1953년 이후 한미동맹은 동북아시아, 더 넓게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의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이 돼 왔다”며 “우리의 군사·국방 관계는 철통같고 흔들림이 없으며 상호신뢰와 공유하는 경제적·민주적 가치들에 기반한 우리의 연대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증가하는 경제적, 기술적, 외교적, 인적 관계들도 똑같이 강하고 지속적”이라고 덧붙였다. 최 차관이 “한중 간 무역 규모가 한미, 한일 간 무역량을 합친 것보다 크고, 우린 거기서 돈을 벌고 있어 무시할 수 없다”며 중국의 경제적 중요성을 강조한 것에 대해 한미관계는 경제, 군사, 외교를 뛰어넘는 가치동맹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국무부 관계자는 “어제의 도전이 아닌 오늘과 내일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와의 동맹과 관여를 강화할 것”이라며 “미국의 동맹은 우리의 큰 자산이며, 외교를 주도한다는 것은 동맹국, 파트너들과 다시 한 번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문재인 정권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한국은 이미 1953년에 어느 편에 설지 결정했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국무부는 지난해 6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는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의 발언에 대해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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