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부 징계 절차와는 별도로 시민단체의 형사 고발도 이어져
경찰 소식통, "현재 경찰 내부에서는 여경들 현장에 내보내지 말라는 지침 내려오고 있다"

인천의 한 빌라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 자체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인천광역시경찰청은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2명을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인천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은 24일 인천 논현경찰서 모(某) 지구대 소속 A경위와 B순경 등을 상대로 감찰 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이 흉기를 휘두르는 범인을 제지하거나 피해자 구호 등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 없이 사건 현장을 이탈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천 논현경찰서.(사진=연합뉴스)
인천 논현경찰서.(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인천 남동구 소재 모 빌라에서 ‘층간 소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이들 경찰관은 4층에 거주하는 남성이 같은 빌라 3층에 거주하는 일가족 3명을 향해 휘둘렀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오히려 현장을 회피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남성이 난동을 부린 바람에 3층에 거주 중인 여성이 목에 큰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경색이 진행돼 한 차례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해당 여성은 현재 의식을 되찾고 있지 못한 상태이며, 회복의 여지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기발령 중이던 이들 경찰관의 직위를 해제하고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국민의 시각에서 엄정한 징계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아울러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제기된 추가 의혹뿐 아니라, 112 신고 처리된 이번 사건 지휘·감독자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경찰관에 대한 징계위 회부 건과는 별도로 문제의 남·녀 경찰관에 대한 시민단체의 형사 고발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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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대한호국단은 24일 ‘인천 여경 도주 사건’과 관련해 인천 논현경찰서 소속의 경찰관 2명을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사진=자유대한호국단 제공)

자유·우파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단장 오상종)은 이날 이들 경찰관 2명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동(同) 단체는 고발장에서 “이 사건은 이웃집 남성이 무고한 이웃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는 상황에서, 함께 있던 경찰관이 사건 현장을 버리고 비명을 지르며 달아난,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며 “우리나라의 공직 기강이 어느 수준까지 무너져내려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단체는 “자신의 목숨을 던져서라도 지켜야 할 이 사건 피해자들을 내팽개치고, 자신의 목숨이 더 중하다며 달아난 이 사건 피고발인들을 보면서, 경동맥(頸動脈)이 끊어져 다량의 피를 쏟고 의식을 잃어가던 이 사건 피해자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겠느냐?”며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전날(23일)에도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 후보로 등록한 최대집 전(前) 대한의사협회장도 이들 경찰관을 같은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한편, 경찰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재 경찰 내부에서는 당분간 여경들을 현장에 내보내지 말라는 지침이 속속 내려오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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