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5월 사업 추진 단계에서는 日·印과 합작하기로 약속
'親中 성향' 평가 받는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의중 반영된 듯
개발도상국 융자 빌미로 SOC 사업권 따내는 건 中共의 전형적 수법

스리랑카 정부가 수도(首都) 콜롬보의 항만(港灣) 개발 사업을 중국 기업에 발주키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스리랑카는 중국이 추진 중인 지역 패권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거점 국가로써, 이번 결정은 ‘친중(親中)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스리랑카 정부는 전임(前任)인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 재임 시절인 지난 2019년 5월 콜롬보항(港)의 동(東)컨테이너터미널(ECT)을 인도·일본 등과 함께 공동 개발하기로 하면서 ECT 운영회사의 지분은 스리랑카 측이 51%, 인도·일본이 49%의 비율로 나눠 갖기로 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그러나 그해 11월 새로 취임한 라자팍사 대통령은 당초 기존의 계획대로 ECT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올해 2월 인도와 일본 측에 계획 변경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스리랑카 정부 단독으로 ECT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중국은 자국이 추진 중인 지역 패권 정책인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스리랑카를 ‘일대일로’ 사업의 거점 국가로 설정하고 스리랑카에 융자(融資)해 왔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 23일 내각 각의(閣議) 결정으로 ECT는 스리랑카 정부가 ‘전면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도 중국 기업에 대한 발주를 승인했는데, 이는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스리랑카 정부는 내각이 임명한 관계 위원회의 권고를 따른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융자금 반환이 어려운 개발도상국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자금을 빌려주고, 해당 SOC 사업에 자국 기업을 투입한 후, 해당 SOC 사업의 운영권을 가져가는 방식은 ‘일대일로’ 사업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앞서 지난 7월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교통건설(中國交通建設·CCCC)의 자회사 중국항만엔지니어링(中國港灣工程·HEC)은, 콜롬보 교외(郊外)의, 총 17킬로미터(㎞)에 달하는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스리랑카 정부로부터 수주한 바 있다. HEC는 이밖에도 콜롬보 근교에 ‘콜롬보포트시티’(Colombo Port City)라는 항만 도시 건설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스리랑카 정부가 ECT 개발 계획을 변경한 데에는 현직인 라자팍사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라자팍사 대통령 자신은 중국과 인도 등과에 관계에 있어서 자신은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친중 성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015년 실시된 스리랑카 총선거에서도 라자팍사 대통령의 친형이자 전임 대통령인 마힌다 라자팍사 스리랑카 총리에게 HEC가 정치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라자팍사 총리의 재선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HEC는 그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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