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개정 논의의 중심이자 출발점은 '가짜뉴스'...옥상옥 규제 앞세우는 저의 무엇인가
정보과잉 시대의 정보 무질서 상황...'미디어 리터러시' 고양이 급선무
미디어 환경변화에 뒤처지고 정파적 운영 일삼는 공영방송부터 개선하라

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

국회의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는 11월 15일 첫 회의를 열었다. 올해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징벌적 배상제 도입 논란과 관련하여 여야는 언론중재법등 미디어 법안 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하기로 한 바 있었다. 특별위원회는 올해 12월 31일까지 언론중재법, 신문법, 방송법, 정보통신망법등 4법의 개정안에 대해서 논의한다.

언론중재법은 언론피해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 도입, 기사열람 차단 청구권 도입, 신문법은 포털의 기사배열의 공정성 확보 방안 마련, 언론종사자에 대한 편집권 부여, 방송법은 공영방송의 이사진과 사장 선출 방법의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가짜뉴스 규제를 위한 징벌적 배상제 도입과 유통 규제 방안 마련이 논의 내용이다.

개정안이 다루는 개별 제도의 찬성과 반대론을 전개하기 이전에 미디어 지형 변화에 대응하여 언론과 미디어 제도의 전반적인 재구성과 이러한 제도 변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루어야 할 것인지가 우선 논의될 과제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지금의 개정 법안 논의의 방향과 관련하여 몇가지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입법 논의에서 첫 번째 드는 생각은 언론과 미디어의 국가 제도로서의 성격이다. 가짜뉴스 규제를 위한 제도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언론 피해자 구제나 정보통신망에서의 이용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제기되는데, 언론과 미디어에 대한 규제 신설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의 침해 우려가 있으며 미디어 제도의 정합성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지난 수년간의 가짜뉴스 논의에서 보았듯이 기존의 제도로도 피해구제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입법논의는 언론과 미디어가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국가 제도의 하나라는 측면을 경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마다 그에 따른 규제논의가 나오지만 민주사회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언론의 자유라는 제도의 근간은 지켜져야 한다.

두 번째는 이용자 보호나 피해자 구제를 위한다는 제안들은 궁극적으로 콘텐츠 자체에 대한 규제로 나아가게 되는 우려가 있다. 가짜뉴스 논란의 대상은 뉴스라는 형식의 콘텐츠인데, 오늘날 언론사만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연결된 개인이 뉴스를 생산하는 시대가 되었고, 콘텐츠 생산자와 수용자가 동일한 뉴미디어 시대 상황에서 뉴스라는 형식을 근거삼아서 콘텐츠의 내용을 문제 삼게된다면 이는 콘텐츠 자체에 대한 규제가 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가하게 되는 것이다. 가짜뉴스 논란의 본질은 정보과잉시대가 초래한 정보 무질서 상황의 극복과 정보 선택과 관련하여 미디어리터러시 고양의 필요라는 새로운 과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일치하는 환경에서 과거의 미디어 제도의 틀에서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를 규제할 것인가라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어떤 콘텐츠가 왜 문제가 되는지 콘텐츠의 문제 상황을 재정의하고 증대하는 콘텐츠가 초래한 정보무질서를 어떻게 해소하고 어떻게 정보의 생산과 선택을 하며 그 과정에서 어떻게 책임을 지는가라는 질문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네트워크상에서 끊임없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콘텐츠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서 미디어 제도의 본질을 콘텐츠를 중심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고, 기존 미디어 제도의 틀 위에서 규제의 추가적 설정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다.

세 번째는 콘텐츠 유통의 상황이다. 신문, 방송, 정보통신망서비스를 통한 콘텐츠 유통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통합되어 유통되는 시장이 되었다. 대부분의 정보가 정보통신망을 통해서 전파되고 포털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포털이 미디어의 중심의 위치에 놓인다. 과거의 라디오와 TV가 시청자들에 대해서 가지는 포털의 지위를 인터넷 포털이 대체하면서 포털을 통한 콘텐츠 유통 상황은 모든 미디어를 포괄하는 새로운 미디어 제도를 요구하게 되었다. 인터넷 포털의 뉴스기사 배열 문제의 경우에 과거의 신문, 방송의 시각에서의 접근을 넘어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겠다. 뉴스의 생산에는 공정성 논의가 따라오게 되는데 오늘의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법에서의 엄격한 공정성의 잣대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뉴스의 소스가 다양해지면서 시청자의 참여로 뉴스가 생산되고, 누구나 뉴스를 생산하는 유튜브 뉴스의 시대라는 저널리즘의 변화 상황에서 저널리즘의 새로운 구성이 요구된다. 시장의 측면에서 미디어 제도는 뉴미디어를 포괄하는 것이 되어야 하겠고 전체 미디어의 틀 안에서 시장의 공정성을 위한 수단들이 고안되어져야 한다,

네 번째로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과제는 공영방송의 제도적 개선이다. 방송법 개정 논의는 오랫동안 공영방송의 이사진과 사장 선출 제도의 개선이라는 지배구조 변경의 과제로서만 논의되었다.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 없이 공영방송의 틀을 그대로 존치하면서 모든 논의가 진행된다. 광고시장 변화로 경쟁력을 잃었고,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공영방송의 상황은 공영방송 제도의 재구조화를 요구한다. 공영방송의 재구조화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보다 앞서는 과제인데 이러한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은 공영방송의 정파적 운영과 무관치 않다. 공적 재원을 투입하여 공적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생산해야 하는 공적인 콘텐츠가 무엇인지 검토되어야 한다. 누가 공영방송을 운영하는가가 아니라 공영방송이 생산하는 콘텐츠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공익성의 개념과 공적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다시 만들어져야 할 것이고 이에 따라 공영방송 체제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미디어 상황을 살펴보아야 한다. 개인간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에서의 미디어화 현상과 나아가서 데이터화 현상의 진전은 언론이나 미디어의 역할과 기능을 재고하게 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미디어 체제의 수립을 요구한다. 대선을 앞두고 각종 미디어 정책 세미나에서 많이 제기되는 것이 미디어 거너번스 논의이고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나누어진 미디어 관할 기관의 통폐합 논의다. 누가 관할하느냐의 논의 이전에 누가 콘텐츠의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이고 변화된 미디어 시장에서 미디어와 콘텐츠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가 다원주의를 증대시키고 민주정을 진전시킬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지만,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현실은 개인간의 직접 사회적 소통이 오히려 사람들을 극단으로 이끌어서 정치적으로 분열된 양극화 사회를 초래하였다. 미디어가 사회적 소통기구로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은 미디어 제도 개선 논의의 출발점이다. 미디어 전체의 변화 상황을 살피지 않고 개별적인 미디어법을 손보는 것으로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전체 미디어 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미디어 4법의 개정 논의는 기존의 법체계 안에서 개별법의 개정을 시도하는 것으로서 현실의 상황을 살피지 아니하고 기존 제도 위에 옥상옥의 제도를 세움으로써 다른 법익과의 충돌을 야기하거나 전체적인 미디어 체제의 정합성을 훼손한다. 변화된 미디어 상황에서의 미디어와 콘텐츠를 새로 정의함으로써 출발해야 한다. 미디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한데 미디어 제도를 바꾸는 것은 사회 제도를 바꾸는 것이므로 숙고하여 진행할 과제다.

미디어법 개정 논의의 중심에 있으면서 출발점이 된 것이 허위조작정보라고 호칭한 가짜뉴스 논란이다. 현행 법체계 내에서 어떻게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인가로 시작이 되었고 지금도 같은 기조로 진행되고 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제도를 토대로 하여서 그 위에서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다. 텍스트에서 영상미디어를 거쳐서 정보통신미디어로 변화하는 시대에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논의가 오래토록 계속되는 것도 같은 현상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미디어의 시대에 있어서 현실에 대응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이고 제도의 재구성을 위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아직 합의를 위한 어떤 절차도 진행되지 아니하였다. 입법 논의가 과거의 질서의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언론과 미디어가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제도라는 측면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새로운 제도 설계를 위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서두를 것이 아니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이라는 상황을 반영한 언론과 미디어, 콘텐츠, 수용자, 관심의 시장을 수용할 수 있는 틀을 구성하면서 이에 따라서 구조를 만들고 이를 근거로 하는 제도 설계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과거의 미디어제도의 틀 안에서 각각의 법에 규제를 추가하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별법의 개정 논의 이전에 콘텐츠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미디어 세상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언론과 미디어 제도 개선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합의를 기초로 하고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는 미디어 제도의 토대 위에 차근차근 언론과 미디어 제도라는 건축물을 세워가야 한다. 연말까지의 언론과 미디어법 개정 논의는 그러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되어야 하겠다.

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前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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