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13번째 변이형에 15번째 그리스 알파벳
'뉴'(nu) 붙이면 영어의 '뉴'(new)와 혼동...'크시'(ξ·xi) 건너뛴 이유는 뭔가?
"시진핑(Xi Jinping)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WHO, "인명이나 지역명 배제한다는 원칙"
스파이크 단백질 종전보다 많아져 전파성↑...위험성는 '글쎄'

중국발(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13번째 변이형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번에 보고된 변이형에 ‘뉴’(ν·nu)도 아니고 ‘크시’(ξ·Xi)도 아닌 ‘오미크론’(ο·omicron)이라는 이름을 붙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WHO가 중국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WHO는 26일(현지 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13번째 변이형에 그리스 알파벳 15번째 문자인 ‘오미크론’을 붙였다. 병원균 명칭에 사람과 지역 명칭을 붙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하는 WHO는 그간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에 ‘알파(α·alpha) 변이’, ‘베타(β·beta) 변이’, ‘델타(δ·delta) 변이’ 등, 그리스 알파벳을 순서대로 붙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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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12번째 변이형에는 이 규칙에 따라 그리스 알파벳의 12번째 문자인 ‘뮤’(μ·mu)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에 이번에 발견된 새 변이형에는 13번째 그리스 알파벳인 ‘뉴’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WHO는 두 문자를 건너뛰고 ‘오미크론’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이에 서구권을 중심으로 WHO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변이형을 명명(命名)함에 있어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새 변이형에 그리스 알파벳 ‘뉴’를 붙이면 ‘새로운’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뉴’(new)와 혼동이 발생할 수 있어 ‘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WHO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WHO ‘뉴’의 다음 글자인 ‘크시’도 건너뛰고 15번째 그리스 알파벳인 ‘오미크론’을 사용한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을 로마자로 표기하면 ‘Xi Jinping’이 되는데, 이번에 발견된 변이형에 ‘크시’를 붙이게 되면 시 주석의 성인 ‘Xi’와 ‘크시’(Xi)가 중첩되기 때문에, WHO가 일부러 ‘크시’를 회피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크시 변이형’이라고 명명하게 될 경우 영어로는 ‘Xi Variant’로 표기되는데, 이로 인해 시 주석이 연상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낙인(烙印)을 피하려고 지명이나 사람 이름, 동문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명명 규칙을 따라, 흔한 성씨인 ‘Xi’를 쓰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히 시 주석을 의식한 게 아니고 ‘시’라는 성씨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을 고려했다는 뜻이다.

한편, 아프리카 남부의 보츠나와에서 처음 발견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오미크론 변이형은 남아공에서 확산 중이며, 홍콩과 이스라엘, 벨기에,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으로 퍼져나갔다.

이번 변이형은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입할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32개의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여타 변이형과 비교할 때 전파성이 높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다만, 전파성과 치명률 간에는 반비례관계 내지는 상충관계(trade-off)가 있다는 일반적인 경향성을 고려하면, 오미크론 변이형 역시 여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변이형들과 마찬가지로 인체에 큰 위해를 끼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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