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것은 문재인의 ‘저울질’...결론은?

나흘뒤인 12월3일이면 제 20대 국회에 의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지 5년이 된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2016년 12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됐다.

이어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인용, 대통령직에서 물러났고, 3월31일에는 박영수 특검에 의해 구속돼 법원에서 22년형을 선고받고 4년8개월동안 수감돼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장기 구금 정치범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초장기형 언도와 장기구금은 인권, 대한민국의 국격 문제로 귀결된다.

얼마전 한달간격으로 별세한 5공 신군부,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채 2년도 감옥살이를 하지 않았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돼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2년7개월만에 풀려났다.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투사, 1970,80년대에는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투옥된 사람들이 ‘정치범’이자 ‘양심수’였다. 일제치하 국내에서 벌어진 최대의 항일투쟁 조직사건인 신간회 사건 관련자의 최고 형량이 4년이 채 안됐고 중간에 석방됐다.

3·1운동의 유관순 열사가 받은 확정 형량은 징역 3년, 많은 사상자를 낸 윤봉길 의거의 배후로 지목돼 구속된 도산 안창호 선생의 형량도 4년이었다. 독립운동 혐의로 구속된 여운형 선생은 징역 3년, 조만식 선생은 징역 1년에 20일 정도 구금됐을 뿐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최고의 독립운동가들 보다 10배나 높은 징역 35년형을 구형했고 법원은 20년이 넘는 형량을 선고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수감된지 2년도 지나지 않아 석방될 수 있었던 것은 19976년 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 두달을 앞두고 그를 풀어주도록 김영삼 정부에 사면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여당인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물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및 석방을 일체 거론하지 않고 있다.

얼마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으로 크게 이재명 후보를 앞서가는 형국이 만들어지자 민주당 안팎, 이재명 캠프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선제적 사면론이 거론됐다고 한다.

어차피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만료 전에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를 이재명 후보가 주도함으로써 윤석열 후보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원죄론을 부각하고 보수층, 특히 대구 경북지역을 공략하는데 도음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였다.

하지만 이같은 일부 의견은 강경론자들의 반발로 일거에 ‘제압’됐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석방은 문재인 정권의 출범 및 정권재창출의 정통성과 당위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수층 및 대구경북 지역의 정서를 달래기보다는 반대로 ‘승리의식’을 고취시키고 표를 단합시키는 역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반론이 더 강했다고 한다.

결국 대선정국이 막바지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이나 이재명 후보가 먼저 박 전 대통령의 석방문제를 꺼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석열 후보의 ‘원죄’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사면 석방 문제가 일종의 ‘금기어’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권성동 장제원 등 윤석열 캠프의 핵심 실세들이 5년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이재명 윤석열 양측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문제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가운데, 정작 사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묘해질 수 밖에 없다.

역대 대통령들이 재임 중 개혁, 역사바로잡기 등으로 처벌한 인사들을 임기말에 모두 석방하는 역사를 되풀이 했던 것은 국민통합이라는 명분과 함께 퇴임후 자신의 신변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측면, 결자해지(結者解之) 성격이 강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예외가 아니다. 사면 석방이 시혜(施惠) 차원에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임기만료, 퇴임직전에 하는 사면에 고마워할 사람은 없다. 오히려 반감만 살 수 있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석방은 문재인 대통령의 저울질에 달렸다. 문재인 청와대가 고려할 수 밖에 없는 핵심 요인은 ‘이재명 후보의 대선승리’와 ‘너무 늦지 않는 것’ 두가지일 것이다.

올초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자 끝내 이를 수용하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큰 이유로 ‘국민정서’를 꼽았다. 이런 명분과 달리 그때는 자신의 임기가 꽤 남았고, 할 일도 많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사면 석방하지 않고 물러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재임 중 과오(過誤)와 대통령 일가를 둘러싼 의혹이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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