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사진=연합뉴스)
KBS.(사진=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방송공사(KBS)의 불공정보도 행태를 지적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1일 방송계에서 터져나왔다.

문제가 된 사건은, 지난달 29일자 KBS뉴스9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 수치가 다르게 방송된 것.

즉 KBS 전국뉴스와 대구방송총국 뉴스에서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수치가 달랐던 것인데, 이를 두고 '조사 방법이 달랐다'라고 해명하면서 빈축을 샀다.

결국 KBS노동조합은 1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양승동 사장과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실태를 조사하라"고 요구하기에 이른다. 한마디로, '여론조사 보도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KBS노조의 성명서 전문.

[전문]

같은 날 방송된 <KBS뉴스9>인데 이재명,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다르게 방송된다면 이를 본 시청자들은 KBS뉴스를 믿겠는가?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건 11월 29일 <KBS뉴스9>이다.

KBS 노조 성명서 캡처,(사진=KBS노조)
KBS 노조 성명서 캡처,(사진=KBS노조)

① 11월 29일 방송된 전국뉴스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똑같은 35.5%로 나왔다고 방송했다. ② 같은 날 KBS대구방송총국이 방송한 로컬뉴스에선 윤석열 43.9%, 이재명 36.3%의 지지율을 보였다고 방송했다.

KBS노조 성명서 캡처.
KBS노조 성명서 캡처.

▶ 먼저 전국뉴스로 방송된 기사내용을 보자.

대통령 선거를 100일 앞두고 여론조사를 했는데 대세후보가 없는 초접전 양상을 띤다고 방송했다. 3주 전 윤석열이 후보로 선출된 때와 비교하니 이재명의 지지율이 윤석열 상승세보다 다소 높게 반등했다며 그래프로 친절하게 보여준다. 누가 당선될 건지를 물어보면서도 이재명, 윤석열이 40% 수준에서 팽팽하다고 방송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잘 할 거다 52.4%, 윤석열 잘 할 거다 41.7% 등의 내용도 함께 방송했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무슨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최근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제치고 앞서가는 줄 알았는데 KBS뉴스를 보니 아니네>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KBS 노조 성명서 캡처.
KBS 노조 성명서 캡처.

▶ 이번엔 같은 날 방송된 KBS 대구경북 로컬뉴스 내용이다.

KBS와 영남일보가 공동으로 조사했다고 전하면서 윤석열 43.9% 이재명 36.3%로 윤석열 후보가 오차범위를 벗어난 우위를 보였다고 방송했다. 내년 대선의 성격은 정권 교체론 48.6%로 정권 연장론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서는 부정평가가 59.4%, 긍정평가가 38.3%로 나왔다고 방송했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도 내년엔 정권교체를 해야 하며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 않을까?

▶ 어떻게 같은 KBS가 서로 다른 대통령 후보 지지율을 방송할까?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얼마나 우스웠던지 KBS대구경북 뉴스의 앵커는 <조사방법이 달라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궁색한 설명이 아닐 수 없다. 조사대상이 전국의 만18세 이상 성인남녀로 똑같은데 어떻게 이런 차이가 났을까?

▶ 조사방법이 도대체 어떻게 달랐을까?

가장 핵심적인 차이점은 이른바 ARS 집전화(유선전화)를 추가했느냐 아니냐의 여부였다. 본사뉴스의 여론조사를 담당한 한국리서치는 100% 모바일 전화로만 조사를 했고 대구경북뉴스의 여론조사기관인 에이스리서치는 ARS 집 전화 조사 10.5%를 섞었다. 통상적으로 ARS 집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연령층은 고령층이 많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ARS 집전화조사 방법이 어느 후보에게 유리했을까는 질문에 답은 뻔하다.

▶ KBS뉴스는 시청자들에게 이런 혼란을 조장해도 문제없나?

문제는 시청자들이 느꼈을 혼란이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시청자들은 전국뉴스와 로컬뉴스를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전국뉴스에선 지지율이 같아 초접전 양상이었는데 갑자기 대구경북 뉴스에선 윤석열 지지율이 오차범위를 벗어나서 이재명 지지율보다 높게 나왔다는 정보를 들었을 때 KBS뉴스를 믿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전국뉴스나 로컬뉴스나 다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 양승동 사장과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실태를 조사하라!

이런 코미디 같은 사태에 대해 양승동 사장과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기나 하는가? 시청자들이 KBS뉴스를 보고 뭐라고 했을지 한번 상상을 해보라!

특히 KBS의 여론조사 업무를 거의 수주하다시피 하는 <한국리서치> 사에 대한 실태조사 및 감사도 필요하다. 양승동 사장이 취임할 때부터 이번 김의철의 국민감시단 모집 등도 모두 <한국리서치>가 도맡아 하면서 일각에선 <한국리서치> 사가 제대로 된 여론조사 기관이 아니라 여론조작 기관이 아니냐 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이와 함께 최근 각 지역총국별로 대통령 후보 지지율 조사도 벌어지고 있다. 중앙선관위 홈피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양승동 사장과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이 실태에 대해서도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 같은 KBS인데 서로 다른 지지율 조사를 버젓이 방송한다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느 시청자가 KBS보도를 믿을 수 있겠는가? KBS가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는 불신사회를 앞장서서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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