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0시 기준 국내 신규확진자가 5128명으로 알려진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코로나 상황이 악화일로에 놓여 있다. 특히 백신 접종 효과가 서서히 떨어지면서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데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기존 백신의 예방 효과가 확실하지 않아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5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인근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인근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오미크론 감염 1호인 목사 부부는 백신 접종자

게다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효능에 대해 화이자와 모더나의 입장이 갈리고 있어, 대중의 우려가 높아가는 상황이다. 국내 오미크론 감염 1호인 인천의 40대 목사 부부는 백신 접종자로 알려지면서,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돌파감염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첫 확진 사례가 돌파감염으로 나타나면서 백신 반대론자를 중심으로 ‘기존 백신의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처음 확인된 오미크론 확진자 역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어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기존 백신의 '무력화' 여부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일(현지시간) 오미크론 변이와 관련된 첫 확진자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나왔다고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 거주자인 이 확진자는 모더나 백신을 맞았으며, 2차 접종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아 부스터샷 접종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고 의료 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기존 백신의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효능’에 대해 "분자 프로필을 보면 오미크론 변이는 전염성이 더 강하고 백신의 보호 효과를 회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오미크론에 특화된 백신 개발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런 백신이 나올 예정이면 기존 백신 부스터샷을 미루고 새 백신을 기다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파우치 소장은 "특정 변이에 특화된 백신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면서 "우리는 특정 변이에 특화한 백신이 필요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고, (백신) 회사들이 그걸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 2주에서 2주 반 정도가 지나면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며, 현재로서는 백신과 부스터샷이 오미크론 같은 변이에 감염돼 중증을 앓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파우치 소장은 설명했다.

모더나 CEO 방셀 “백신 효능의 중대한 감소 있을 것”

‘백신 무력화’에 대한 화이자와 모더나의 CEO들이 엇갈리는 입장을 내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더나의 방셀 CEO는 기존 백신의 효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를 통해 오미크론으로 인한 백신 효능의 "중대한 감소가 있을 것"이라면서 "(오미크론에 대한 백신 효과는) 델타 변이(B.1.617.2) 당시와는 같은 수준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32개의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를 가진 오미크론의 특질이 자사의 백신 효능이 저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미크론에서 발견된 돌연변이는 총 50개인데 이 중 32개가 스파이크 단백질에 집중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면서 그는 "오미크론에 맞춰 조정한 백신을 양산하기까지는 몇 달이 걸릴 수 있으며, 이 사이에는 고령층이나 면역 취약 계층에 추가 접종(부스터샷) 용량을 늘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자사 제품의 성능이 취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자백하면서, 새로 나올 ‘더 나은’ 제품에 대한 광고를 했다고 비판받는 대목이다.

방셀 CEO의 인터뷰는 미국 행정부와 다른 제약사들이 내놓은 입장과는 일부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비판받는다. 다른 전문가들도 오미크론으로 인한 백신 효과 감소를 일부 우려하기는 하지만, 모더나와 같이 분명하게 '백신 효과 감소가 확실하다'고 표명한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사힌 CEO 등 “백신은 위중증 보호효과 가능성 높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달 28일 오미크론에 대해 "패닉(공황)의 요인이 아니라 우려의 요인일 뿐"이라면서 "현재 출시된 백신이 (오미크론 감염자의) 위중증 증상에 대한 보호 효과를 어느 정도는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돈 되는 일이라면 자사 제품의 성능까지 깎아내리면서 새 제품 홍보에 열 올리는 방셀 CEO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돌파 감염된 사례는 델타 등 이전 변이에도 종종 있었다. 따라서 이번 사례로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효능이 있는지 혹은 없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화이자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상품명 코머너티)을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우구르 사힌 공동창업자 겸 CEO는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오미크론이 더 많은 돌파감염(백신 접종 후 감염)을 일으킬 순 있지만, 백신 접종 완료자를 위중증으로부터 보호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most likely)"고 강조했다. 오미크론으로 인한 코로나19 백신 무력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전 세계인을 안심시켰다.

우구르 사힌 바이오엔테크 CEO.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우구르 사힌 바이오엔테크 CEO.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사힌 CEO는 코로나19 백신이 제공하는 두 가지의 방어막 중에서 오미크론이 유행할 경우 바이러스 감염을 보호하는 1차 방어막의 효능은 일부 떨어질 수 있으나, 위중증·사망을 방지하는 2차 방어막의 효능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힌 CEO의 주장은 ‘지금까지 백신의 두 번째 방어막인 T세포 면역(세포 면역) 반응을 피해 간 코로나19 변이는 없었으며, 그런 점에서 오미크론 역시 백신을 무력화(면역 회피)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1차 방어막(항체 면역)을 뚫더라도 2차 방어막은 완전히 회피할 수 없기에, 백신 접종자를 위중증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백신 무력화’ 우려는 과도하다는 것이 사힌 CEO의 주장이다.

실제로 오미크론의 병원성(위중증·사망 위험도)이 델타 변이보다 약하다는 정황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보고되고 있다. 이 경우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력 저하 환자 등 취약 계층의 위중증·사망 위험성은 오히려 델타 변이가 유행하는 현재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오미크론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에 백신 무력화 가능성을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오미크론의 백신 무력화 가능성과 대유행 가능성 등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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