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대변인 “신장 자치구에서 중국의 지독한 인권침해와 잔학행위를 마주한 상황에서 이번 올림픽을 마치 평상시와 똑같이 대할 수는 없다”
현재 영국, 캐나다, 호주가 외교적 보이콧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이 6일(현지시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VOA)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이 6일(현지시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VOA)

미 바이든 행정부는 6일(현지시간) 중국정부의 신장지역에 대한 인권탄압 때문에 내년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2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어떠한 외교 혹은 공식 대표단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신장 자치구의 계속되는 집단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및 다른 인권침해(ongoing genocide and crimes against humanity in Xinjiang)”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외교적 보이콧’은 올림픽에 공식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은 채 선수단만 파견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의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정부가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발표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사키 대변인은 “신장 자치구에서 중국의 지독한 인권침해와 잔학행위를 마주한 상황에서 이번 올림픽을 마치 평상시와 똑같이 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백악관은 중국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는 “평상시와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날 발표는 중국 신장지역의 소수민족인 위구르족과 다른 종교적 소수 집단에 대한 강제노동과 인권침해 의혹에 대한 미국정부의 압박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키 대변인은 “정부는 미국 선수단을 전적으로 지원하며, 본국에서 응원하면서 100% 지지를 보내겠지만, 대회를 대대적으로 축하하는데 기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이 “미국정부가 인권침해에 대해 제기하는 우려의 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국정부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개입하고 행동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사키 대변인은 백악관이 올림픽에 대한 완전한 보이콧을 함으로써 수년 동안 훈련에 힘써온 미국 선수들을 벌주는 것이 “옳은 단계 또는 공정한 일이라고 느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정부가 올림픽을 완전히 보이콧한 것은 지미 카터 대통령의 집권 시절인 지난 1980년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올림픽에 외교사절을 파송해왔다. 질 바이든 여사는 팬데믹 때문에 한 차례 연기됐던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미국의 공식 외교사절을 이끌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인권을 외교의 중심에 두고,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인권증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신장과 티베트, 홍콩 등에서의 인권탄압 문제를 지적했다.

그동안 미국 정계에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 5월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올림픽 참가를 보류해야 한다”며 “집단 학살이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을 방문하는 정상들은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낼 도덕적 권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연쇄 동참이 예상된다.

현재 영국, 캐나다, 호주가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온 상태다.

이와 관련해 사키 대변인은 “미국이 동맹국들에 외교적 보이콧 결정 사실을 알렸지만, 그들의 보이콧 여부는 그들에게 달려있다”고 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정부가 미 기업들의 보이콧 동참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민간부문이 신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와 관련한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운영되길 원한다”며 민간부문에 지시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미국의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과 관련해 “미국은 스포츠 정치화를 그만둬야 한다”며 “외교적 보이콧은 주요 분야에서 양국 간 대화와 협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미국이 독단적 행동을 강행할 경우 결연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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