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중국은 사드배치문제로 2016년 한국에 경제보복조치를 취한 이래 아직도 이를 해제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은 그 피해를 아직도 체감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이 복합적인 상황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요소 수출을 금지하여 우리가 또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이 경제를 외교무기로 사용하는 대상은 물론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2010년 중국과 일본 간에 센카쿠열도 분쟁이 발생했을 시 중국은 희토류의 대일 수출을 금지시켰고, 2010년에 노르웨이가 중국의 민주화운동가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자 중국은 노르웨이의 연어 수입을 금지시켰다. 2012년에는 필리핀과의 남중국해 영토분쟁으로 중국은 바나나 수입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호주가 미국과 협력하여 중국 견제에 나서는 한편 2020년에 코로나19 발생에 대해 중국의 책임을 요구하자, 중국은 호주의 석탄, 포도주 등 광범위한 상품들에 대해 수입 금지초치를 취했다.

중국이 다른 국가들에게 경제보복조치를 취해서 단기적으로 일정한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다. 2010년 일본으로 하여금 중국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이도록 하였고, 한국으로 하여금 2017년 소위 ‘3불’을 수용토록 하였다. 그리고 여타 국가들로 하여금 중국과 관련한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데 압박을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보복조치를 통해 중국이 바라는 효과가 과연 나타나고 있을까? 상대방국가들이 감내할 수 없는 상당한 피해를 받고 있으며, 그들이 중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는 EU, 한국 등 신규시장 개척과 홍콩과 베트남 등을 통한 중국시장 우회 수출 확대로 연어 수출액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인도, 베트남 등으로의 수입다변화를 통해 90%에 달했던 대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어 대중 의존도가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필리핀은 미국과 합동군사훈련을 시행하고, 2013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국제중재재판소에 회부하여 2016년에 승소했다.

특히 주목할 만 것은 호주에 대한 결과이다. 호주 학자인 윌슨(Jeffrey Wilson)은 2021년 11월 미국의 Foreign Policy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호주를 겁주려는 중국의 경제보복조치는 대실패”라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현재까지 호주의 경제적 충격은 놀랍게도 최소한에 그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역전환’ 때문이다. 석탄의 경우, 중국이 호주 대신 인도네시아와 러시아로부터 수입했으나, 호주는 인도, 한국, 일본에 대신 수출했다. 오히려 세계적인 에너지대란으로 석탄의 가격은 상승하고 호주의 석탄업자는 돈을 더 많이 벌었다. 호주 업자들은 다른 상품들도 유사하게 대응하여, 중국의 호주에 대한 디커플링(decoupling)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1년 동안 호주는 중국에 대한 수출이 40억 달러가 감소했지만, 다른 나라들에 33억 달러를 추가로 수출해서 수출액의 순 감소는 7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호주 수출액의 0.25%에 불과하다. 호주의 경험은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중국의 경제적인 제재가 별 볼 일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호주 정부는 앞으로 정치적으로 더욱 용감하게 행동할 것이다.”

이와 같이 중국의 경제보복조치는 상대방국가들의 효과적인 대응으로 인해 중국이 당초 바라던 효과는 잘 나타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보복조치는 최근 코로나사태와 더불어 상대국들의 반중 감정을 초래하여, 중국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어 중국이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가고 있다.

한편 앞으로도 중국이 한국에게 경제를 외교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중 신냉전에서 우리가 안보, 경제적인 고려에서 미국과 협력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렇다면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우리는 양국경제관계를 순수한 경제논리로 쿨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양국 간에 경제관계가 유지되어 온 것은 양국 각자의 경제적 이익이 있었기 때문이며, 중국이 한국에 시혜를 베풀어서가 아니다. 2016년 사드배치와 관련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 경제보복조치를 취했지만, 이후 교역액의 변화는 없었다. 중국이 표면적으로 한국에 경제보복조치를 취했지만 경제적으로 한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보복행태를 분석하면, 철저히 계산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들에게 손해가 덜하고 한국에는 손해가 큰 분야만 서지컬 스트라이크(정밀 타격) 중이다. 자기들에게 꼭 필요한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이나 대중 부품 수출은 건드리지 않고 있다. 관광이나 화장품, 식품 수출은 한국엔 타격이 엄청나지만 중국엔 대안이 있는 분야다. 한국에 안 오면 다른 나라에 가면 되고, 한국 화장품 안 바르면 딴 나라 것 바르면 된다. 전기차 배터리나 게임도 한국 기업 것을 규제하는 게 오히려 자국 업체들엔 이득이 된다.

한편, 우리는 중국이 더 이상 경제적으로 ‘비즈니스 기회의 땅’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첫째, 미국의 강도 높은 대중국 압박으로 더 이상 중국경제는 예전 같은 활력을 지속하기 힘들 것이다. 여기에다 공산당이 국진민퇴(國進民退)를 추진하고 민영기업을 옥죄는 국내 경제정책으로 인해 중국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다. 둘째, 시진핑 하의 중국은 ‘자본주의’ 대신 ‘사회주의’로 되돌아가고 있어 기업 진출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셋째, 중국의 기술 발전으로 한중 경제관계는 보완관계에서 경쟁관계로 변했다. 넷째, 중국의 임금 상승 등으로 중국에 대한 투자환경 악화되고 있다. 다섯째, 미중 기술패권전쟁에서 이제는 안보와 정치, 경제가 함께 진행되므로, '안미경중(安美經中)'과 같은 단순한 도식은 더 이상 유효치 않다. 우리의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산업투자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유출규제로 점점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가 중국에 있는 반도체공장에 첨단장비를 도입하려던 계획이 최근 미국 정부에 반대로 틀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첫째, 우리는 중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줄이고 여타 국가들과의 무역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둘째, 현재 미중 간 기술패권전쟁은 우리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미중 경쟁의 본질은 기술패권 다툼으로서, 우리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소재산업의 전략적 육성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셋째, 중국의 임금이 상승하므로, 우리 기업은 기술적으로 디지털혁명, 스마트 팩토리로 이행하며, 한국 내에 새로운 공장을 짓는 것이 유리하다. 넷째, 중국의 경제보복조치에 띠라 방한 중국 여행객이 감소하여 우리의 자영업자들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만 진정되면, 우리가 관광 경쟁력만 갖게 된다면 중국 여행객들은 한국을 자연스럽게 방문할 것이다. 예를 들어, 2010년 센카쿠 분쟁으로 중국과 일본의 정치관계가 최악에 이르렀지만, 그 이후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 여행객들이 증가한 바 있다.

다섯째, 생존과 번영이라는 가치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생존이 우선일 것이다. 우리가 당장의 경제적 이익만 챙기려고 중국에 저자세로 일관한다면, ‘한국은 돈만 알고 주권국가로서 원칙과 자존심은 없는 나라’로 각인되고 더 큰 경멸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희생을 하면서 지킨 독립과 자존은 종국적으로 물질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중국과 경제적 관계가 밀접하지만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호주가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경제보복조치에 꿋꿋이 대응하는 것은, 중국의 영향권에서 독립해 행동과 선택의 자유를 잃지 않기 위해서이다.

한편 중국이 경제보복조치로 우리를 압박한다 하더라도 너무 놀랄 필요는 없다. 중국도 세계 경제에 많이 연결되어 있어 마음대로 경제보복조치를 취할 경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단지 협박에 그칠 가능성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중국에 대해 철저하게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에게 중국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기를 당부한다. 현재 우리 정부는 중국에게 저자세로 대하면 한중관계가 잘 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틈만 나면 한국을 상대로 위협적인 언사와 거만한 행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의 도발에 소극적이고 미온적으로 미적거릴수록, 중국은 한국을 더 얕볼 것이다. 우리는 선전 공세 뒤편에 있는 중국의 본질을 꿰뚫고 냉정히 행동해야 한다.

그간 한국과 호주는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과 밀접하게 지내는 소위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온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호주는 중국의 경제보복조치에 꿋꿋하게 대처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중국에 대한 한국과 호주의 지정학적 위치에 차이가 있으나, 우리는 이번 호주가 얻은 교훈을 적극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