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이하 '국민가수')가 최고 시청률 17.4%, 전국 시청률 15.3%(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 10주 연속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주간 예능을 석권했다. 최근 제기된 부정투표 논란에도 불구, 대중들은 참가자들의 신선한 노래 실력에 응원을 보냈다.

​중간 순위 3위였던 고은성은 대국민 응원투표와 관객 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 2위인 이솔로몬을 따돌리고 최종 순위 1위에 올랐다. [사진=TV조선 화면 캡처]​
​중간 순위 3위였던 고은성은 관객 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 2위인 이솔로몬을 따돌리고 최종 순위 1위에 올랐다. [사진=TV조선 화면 캡처]​

하지만 대국민 응원투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경연 프로그램의 고질적인 병폐인 ‘공정성’은 미해결의 과제로 남게 됐다. 일부 응원투표가 부정투표임이 확인됐다. 응원투표를 진행한 쿠팡플레이측은 부정투표가 가능하도록 한 시스템에 대해서는 개선 의지를 밝히지 않았다.

대신에 부정투표를 감행한 일부 팬덤 문화에 대해 ‘사법적 대응’을 경고했다. 적반하장식 태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주최측인 TV조선은 아예 ‘남의 일’처럼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결승전에 진출할 톱10 좌우한 최대 변수는 대국민 응원투표

지난 9일 방송된 ‘국민가수’에서는 결승전에 진출할 최후의 10인을 확정지었다. 2라운드 마스터 점수, 대국민 응원투표, 관객 점수 등 세 가지 점수를 합산한 결과에 따라, 고은성-이솔로몬-김희석-박창근-김동현-이병찬-박장현-조연호-손진욱-김영흠 순으로 결정되었다.

이날 ‘국민가수’ 준결승전 결과를 통해, 대국민 응원투표와 관객 점수가 참가자의 순위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점이 다시금 확인됐다. 실제로 1라운드 1위였던 김동현은 최종 5위로, 1라운드 3위였던 박장현은 7위로 밀려났다. 반대로 1라운드의 최하위였던 이병찬은 6위로 톱10에 진입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날 결승행 1위를 차지했던 고은성도 대국민 응원투표와 관객 점수 덕을 톡톡히 봤다. 준결승 1라운드에서 9위에 머물렀던 고은성은 2라운드 마스터 점수에서 200점을 획득해 반전의 가능성을 높였다. 대국민 응원투표에서는 430점으로 4위를 차지하면서, 중간 순위 3위로 도약했다. 중간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이솔로몬과의 최종 다툼에서는 이솔로몬보다 관객 점수에서 37점이나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단 8점 차이로 최종 1위에 올랐다. 시청자와 관객 투표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 것이다.

중간 순위 1위였던 이솔로몬은 대국민 응원투표와 관객 점수를 합산한 최종 순위에서는 고은성에게 밀려, 2위에 올랐다. [표=양준서 기자]
중간 순위 1위였던 이솔로몬은 관객 점수가 합산된 최종 순위에서는 고은성에게 밀려, 2위에 올랐다. [표=양준서 기자]

쿠팡플레이, 국민가수 부정투표 인정...1% 부정투표는 괜찮다고?

하지만 ‘국민가수’는 대국민 응원투표에서 부정투표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국민가수'는 쿠팡플레이를 통해 모바일 투표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결승전을 앞두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몇몇 참가자들의 팬덤에서 부정투표 의혹이 불거졌다.

편법으로 하루에 쿠팡 계정을 10개씩 만들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한 사람당 최대 250표까지 투표권을 얻은 정황이 포착됐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몇몇 참가자들의 팬들이 조직적으로 유령 계정을 만들어 투표수를 늘린 것이다.

실제로 쿠팡플레이는 지난 8일 부정투표를 인정했다. 다만 쿠팡플레이는 전체 투표 중 1% 미만의 투표가 허위 정보를 이용해 생성된 불법계정을 통해 중복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중복투표 내역이 참가자 순위 및 당락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1%쯤은 괜찮다?’는 쿠랑플레이측의 태도는 집중 비난을 받았다.

경연에서 이긴 하동연은 탈락, 응원투표 최강자인 이병찬은 결승 진출

지난 9일 방송된 준결승전만 보더라도 대국민 응원투표 점수, 관객 점수 등 팬들의 한 표 한 표가 참가자들의 순위를 완벽하게 뒤집는다는 걸 증명했다. 가장 안타까운 참가자는 동굴 저음의 하동연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동연은 1라운드에서 이병찬과 한 팀을 이뤄 1113점을 획득, +30점의 베네피트 점수까지 더해 8위에 올랐다. 이병찬은 1059점을 기록, 최하위에 머물렀다.

​대국민 응원투표와 관객 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이병찬이 하동연을 누르고 최종 Top10 6위에 올랐다. [표=양준서 기자]​
​대국민 응원투표와 관객 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이병찬이 하동연을 누르고 최종 Top10 6위에 올랐다. [표=양준서 기자]​

하지만 이병찬은 대국민 응원투표에서 누적 순위 부동의 1위를 기록하는 막강한 경쟁자였다. 하동연은 2라운드 일대일 한 곡 대결에서 전혀 다른 톤과 음역대를 지닌 이병찬과 함께 정승환의 ‘이 바보야’를 선곡해 맞붙었다. 마스터석에서는 “하동연이 너무 잘해” “병찬이 떨어질 수도 있어” “동연이가 여기서 몰표 나오잖아? 그럼 병찬이 가망 없어. 객석 점수가 아무리 좋아도”라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선곡은 이병찬의 음색에 더 맞다는 분석이 마스터석에서 나온 가운데, 하동연은 마스터로부터 100점을, 이병찬은 140점을 각각 받았다. 그럼에도 1라운드와 2라운드 마스터 점수를 더한 중간 점수는 하동연이 1213점, 이병찬이 1199점이었다. 하동연이 받은 30점의 베네피트 점수를 더하면 차이는 더 벌어졌다. TV조선이 쫄깃한 운용의 묘를 더하기 위해 끼워 넣은 베네피트 점수를 빼고 순수 실력만으로 따져도 하동연이 단연 앞섰다.

1라운드 원점수와 2라운드 마스터 점수를 합한 순위에서는 8위였던 하동연은 최종 순위에서 11위가 되면서, 최종 탈락했다. [사진=TV조선 캡처]
1라운드 원점수와 2라운드 마스터 점수를 합한 순위에서는 8위였던 하동연(오른)이 최종 순위에서는 11위에 머물면서, 최종 탈락했다. [사진=TV조선 캡처]

팬덤이 국민가수 만드는 건 대중문화의 당연한 생리

하지만 대국민 응원투표 1위에 빛나는 이병찬의 인기를 하동연이 극복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대국민 응원투표와 관객 점수까지 더한 최종 순위에서 이병찬은 6위를 기록했고, 하동연은 안타깝게도 11위에 머무르면서 탈락하고 말았다. 동굴 저음에 빛나는 멋진 가수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Top10은 팬이 만든다는 것을 다시금 입증한 셈이다.

일부 시청자들 중에는 “이병찬이 Top10이 되다니, 공정성을 잃은 프로그램이어서 더 이상 시청하지 않겠다”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민 ‘성장캐’ 이병찬의 실력 또한 일취월장하고 있다. 대국민 응원투표의 최대 수혜자에 머무르지 않고, 매번 무대를 통해 발전해 나가는 실력을 통해 호감도를 높여가고 있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노래 실력을 뒤집을 수 있는 팬들의 ‘대국민 응원투표’는 경연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팬덤이 판을 흔드는 요소가 된다는 사실은 대중문화의 당연한 생리이다.

부정 응원투표 가능케한 시스템이 문제...TV조선은 침묵으로 일관

따라서 투표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일부 팬들의 비도덕적 행위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일부 팬들의 부정 투표를 비난하기에 앞서, 투표 시스템을 철저하게 관리했어야 하는 TV조선 측의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가수’ 제작진은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단 한 마디의 사과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TV조선의 침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스트롯2’ 당시에도 지원자 수를 부풀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인 ‘주의’ 조치까지 받았다. 하지만 TV조선은 어떠한 사과나 후속 대책 없이 침묵을 지켰다.

TV조선 못지않게 투표 시스템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쿠팡플레이의 책임도 크다. 하지만 쿠팡플레이는 모든 책임을 부정 투표를 한 당사자들에 넘기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허위 내용을 입력하거나 타인의 정보를 도용한 계정에 대해서는 이용약관 위반에 따른 제재를 즉시 시행할 계획”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방안도 진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 남은 결승전은 다가오는 16일 생방송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국민가수’가 더 이상 부정투표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깔끔한 투표 집계를 통해 대장정을 마무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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