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세계인권의 날’ 맞아 10일(현지시간) 북한, 중국, 미얀마 등 경제제재 결정 내려
중국, 미국의 인권제재에 “심각한 내정간섭, 강력 규탄”

북한의 해외 노동자(사진=VOA)

미 재무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북한, 중국, 미얀마 등의 심각한 인권유린 개인과 기관들에게 경제제재를 가하자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북한에 대한 제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미 재무부는 세계인권의 날인 이날 북한의 리영길 국방상과 중앙검찰소 등 북한과 중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의 개인 15명과 단체 10곳에 대한 경제 제재 결정을 내렸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세계 인권의 날 재무부는 심각한 인권유린을 자행한 자들을 공개하고 이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자체적인 수단을 사용했다”며 “오늘 우리의 행동, 특히 영국과 캐나다와 제휴해 취한 행동들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고통과 억압을 가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남용하는 자들에 맞서 행동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북한 개인들이 노동과 지속적인 감시, 자유와 인권의 심각한 제한에 시달린다”며 “중앙검찰소와 북한의 사법체계는 불공정한 법을 집행하고 이는 악명높은 강제수용소 행으로 이어진다”며 제재 이유를 밝혔다.

OFAC은 전 북한 사회안정상인 리영길 국방상도 같은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리 국방상은 올해 3월 유럽연합(EU)로부터도 인권유린을 이유로 제재 조치를 받았다.

OFAC은 외국인들도 북한의 불공정한 사법 체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난 2016년 1월 북한을 방문했다 ‘체제 전복’ 혐의로 체포된 후 혼수상태로 풀려나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상기시켰다.

재무부는 이번 조치가 북한정권과 노동당, 그리고 노동 관련 특정 행위를 겨냥한 대통령 행정명령 13687호와 13722호에 의거해 단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불법 취업을 알선했던 업체들도 포함됐다.

북한정권이 운영하는 애니메이션 회사 ‘조선 4.26 아동영화촬영소(SEK Studio)’는 북한의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을 중국에 불법 취업시킨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

또한 이들과 관련이 있는 중국의 ‘목싱 카툰(Moxing Cartoon)’과 ‘닝스 카툰 스튜디오(Nixing Caroon Studio)’, 이 회사 전 주주인 루허정, ‘상하이 홍만 카툰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Shanghai hongman Cartoon and Animation Design Studio)’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또한 러시아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불법 취업을 돕기 위해 수백 건의 학생비자를 발급한 러시아 대학 ‘유러피안 인스티튜트 주스토(European Institute Justo)’와 비자 발급을 승인한 이 대학의 드미트리 유리비치 수아 교무처장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OFAC은 북한 국적자들은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지원에 사용할 수 있는 외화벌이 목적 등으로 종종 해외에서 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기업에서 일하는 이들은 지속적 감시를 받고 강제적인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임금의 상당 부분을 북한정권에 몰수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인권과 관련한 미국의 첫 제재는 지난 2016년 7월에 단행됐다. 김정은 등 개인 15명과 기관 8곳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듬해 1월엔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등 개인 7명과 기관 2곳, 같은 해 10월에는 정영수 노동상 등 개인 7명과 기관 3곳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지난 2018년 세계 인권의 날에는 당시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선전선동부장 등 3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또한 OFAC은 이번 인권 제재 목록에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방글라데시, 미얀마에서 발생한 심각한 인권유린에 책임이 있는 개인과 기관을 포함시켰다.

중국은 미국이 제재를 발표한 당일 “심각한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 규탄에 나섰다.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미국의 관행은 중국내정에 대한 심각한 간섭이자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며, 중미관계에 대한 중대한 해를 끼친다”며 “중국은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류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지적한 신장 자치구에서의 인권 탄압에 대해 “신장 문제는 결코 인권이나 민족, 종교에 관한 것이 아니며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이 문제에 개입할 권리가 없고 어떠한 위치에도 있지 않다”며 “중국 정부는 국가주권과 안보, 이익을 수호하고 폭력적인 테러리즘과 분리주의, 종교적 극단주의에 맞서 싸우며 신장 자치구 문제 및 기타 중국 내정에 대한 외국의 간섭을 반대할 결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잘못된 결정을 즉시 철회하고 중국의 내정을 방해하고 중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미국의 제재 발표 후 하루가 지난 12일 낮까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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