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옛 소련 영향권 인정해 달라는 내용...서방으로선 수용 어려워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 위치한 성 바실리 대성당.(사진=로이터)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 위치한 성 바실리 대성당.(사진=로이터)

동유럽 지역의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러시아 외교부가 서방 국가들에 제시한 합의문의 전문을 17일(현지 시각) 공개했다. 해당 합의문에서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대 금지와 동유럽에서의 군축(軍縮) 등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 측의 요구 가운데에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게 수용하기 어려운 것과 협의의 여지가 있는 것들이 섞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공개된 합의문은 러시아와 미국 간의 조약안과 러시아와 나토 간의 협정안 두 가지다. 러시아는 지난 15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미국과 나토 양측에 각각 자신들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미국에 대해 ▲발트3국을 제외한 옛 소비에트연방 구성국들에 군사 기지를 설치하지 않으며 군사 협력도 확대하지 않을 것 ▲중거리 미사일 또는 핵무기를 자국 외의 지역에 배치하지 않을 것 ▲상호 공격 가능한 지역에 대한 중(重)폭격기 또는 군함을 파견하는 것을 삼갈 것 등 총 여덟 가지 요구를 했다.

나토에 대해서는 상호 적대시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하면서 ▲유럽에서의 전력 배치는 1997년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것 ▲우크라이나 또는 그 밖의 동유럽 국가, 그리고 코카서스 및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군사 행동을 하지 않을 것 ▲러시아 국경의 가까운 지역에서 군사 연습을 하지 않을 것 등 아홉 가지 요구를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깃발.(사진=로이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깃발.(사진=로이터)

러시아는 옛 소련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동유럽에서 소련 붕괴 후 나토가 회원국을 늘리고 있는 상황을 큰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 지난 1949년 8월24일 미국의 주도로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룩셈부르크 ▲벨기에 ▲아이슬란드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포르투갈 ▲프랑스 등 12개국이 모여 창설한 나토는 2000년대 들어 ▲라트비아(2004) ▲루마니아(2004) ▲리투아니아(2004) ▲불가리아(2004) ▲슬로바키아(2004) ▲슬로베니아(2004) ▲알바니아(2009) ▲에스토니아(2004) ▲체코(1999) ▲크로아티아(2009) ▲폴란드(1999) ▲헝가리(1999) 등 옛 소련의 위성국들로 회원국을 늘려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면서 서방 국가들에 이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러시아가 직면한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적인 내용은 옛 소련의 영향권을 서방 국가가 인정해 달라는 내용으로써, 지난(至難)난 협의가 예상된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다음주 중으로 이번엔 자신들의 제안을 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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