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선거관리 당국, 지난 19일 실시된 입법회 선거 투표율 30.2%로 집계
홍콩 정부,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 원칙 따라 입후보자 자격 심사
총 90석 가운데 40석은 친중파 호선으로 선출...실제 시민 선택 가능한 의석은 20석에 불과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소위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의 문이 열렸다. 홍콩에서 선거 제도 변경 후 첫 입법회 의원 선거가 19일 실시된 것인데, 입법회의 모든 의석이 ‘친중파’ 의원들이 차지할 전망이다.

홍콩 선거관리 당국의 20일(현지 시각) 발표에 따르면 이번 입법회 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30.2%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11월 ‘범죄인인도조례’의 반대 시위가 격렬했던 가운데 치러진 홍콩 구의회 선거 투표율이 71.2%에 달했던 점에 비하면 상당히 저조한 실적.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2000년 입법회 의원 선거의 43.6%보다도 13%포인트(p.) 낮았다.

이번 선거에는 90개 의석을 두고 153명이 입후보했다. 이 가운데 40석은 친중파 의원들이 호선으로 뽑고, 30석은 각 직역에서 선출한다. 시민들이 실제 선택할 수 있는 의석 수는 20석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스스로 친중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자칭 민주파’ 내지 ‘중도파’ 입후보자는 십 수명에 지나지 않았다.

홍콩 시민들은 입법회 의원 입후보자 대다수가 ‘친중파’로 인사인 데에다가 실제로 시민들이 선거로 선출할 수 있는 의석 수도 얼마 되지 않아 큰 기대를 하지않게 된 것이 투표율의 추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처음으로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서 ‘애국자’란 ‘중국 공산당이 정권 정당(ruling party)이라는 인식을 수용하고 존중하는 사람’을 말하며, 특히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과 협력한 사실이 없을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에 홍콩 정부는 기존의 입법회 의원 선거 제도를 일부 개편하고 ‘자격심사위원회’를 도입해 입법회 선거 입후보자들의 입후보자 자격을 심사했다. 소위 ‘민주파’ 계열의 정당에서 단 한 사람의 입후보자도 나오지 못한 이유다.

홍콩 입법회가 사실상 ‘친중파’ 의원들로 채워지게 됨에 따라 홍콩 입법회는 홍콩 행정부를 견제한다기보다는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은 행정부의 결정을추인하는 등의 ‘거수기’ 기능을 하는 의회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투표 당일인 19일 홍콩 경찰은 1만명의 경찰 병력을 투표소 등지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부터는 조직적인 기권 등을 처벌하는 법 조항이 새로 생겼는데, 홍콩 경찰은 소셜미디어(SNS)에 ‘백지 투표를 내자’ ‘기권하자’ 등의 게시물을 게재한 인물 10명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투표가 끝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투표율의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았다”며 “투표율은 다양한 요인으로 결정된다”고 밝혔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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